이재용 책임경영의 시험대…갤노트7 파문

등기이사 선임 통해 위기 정면돌파 승부수

데스크 칼럼입력 :2016/09/13 11:16    수정: 2016/09/13 14:10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전자 등기이사로서 책임경영에 나서기로 함에 따라 삼성의 향후 위상과 사업 변화에 세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무엇보다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는 갤럭시노트7(갤노트7) 배터리 발화 사고로 직면한 위기를 어떻게 돌파해 나갈지 관심을 끈다.

이 부회장은 지난 2014년 5월 이건희 회장이 급성심근경색으로 병원에 입원한 이후 아버지를 대신해 숨 가쁘게 달려왔다.

지난해 방산-석유화학 계열사를 한화와 롯데에 매각 완료하고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등 그룹의 장기적인 체질개선을 위한 사업구조 개편을 이룬 것이 대표적이다.

그럼에도 이 부회장이 이번에 등기이사에 오르기로 결심한 배경은 책임경영을 통해 안팎으로 불어닥친 그룹 전체의 위기에 직접 대비할 필요성이 있다는 판단 때문으로 풀이된다. 저성장 시대의 예측할 수 없는 대외 환경에 맞서 그룹을 책임 있게 진두지휘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지디넷코리아]

삼성전자 이사회도 현재 급변하는 IT 산업 환경 속에서 생존과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삼성의 사업구조 개편이 더 강도 높게 추진되어야 한다는 판단이다. 인공지능(AI), 가상현실(VR), 자율차, 사물인터넷(IOT), 로봇 등 전혀 새로운 서비스와 제품의 출현을 예고하고 있는 미래 산업 환경 속에서 과감하고 신속한 투자와 경영 판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더욱이 최근 터진 갤노트7 배터리 발화 사태에 따른 위기관리의 필요성도 제기된다.

삼성전자는 지난 2일 조(兆) 단위의 손실이 불가피한 통큰 리콜을 신속하게 발표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배터리 발화사고가 이어지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무엇보다 미국 소비자제품안전위원회(CPSC)의 공식 리콜이 임박하면서 시장의 불안감과 혼란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를 조기에 진화하고 수습하기 위해선 현재 시장에 팔려나간 제품 수거와 교체가 얼마나 빨리 이뤄지느냐가 사태 해결의 관건이다.

갤노트7를 구매한 소비자가 내년 3월까지 제품을 교체하기를 기다릴 시간이 없다는 얘기다. 이미지 실추를 감수하더라도 좀더 강제적인 수거를 통해 더 큰 발화 사고에 대한 시장의 우려와 걱정을 아예 차단하는 일이 급선무다. 이를 해결할 사람은 사실상 이 부회장 뿐이다.

또 그룹의 안정과 새로운 출발을 위해 이재용 부회장 체제로 전면 재편해야 한다는 공감대도 내부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향후 경영승계 작업도 속도를 낼 것이란 의미다.

이 부회장은 평상시 은둔에 가까운 행보를 보여왔다.

하지만 과거 그룹이 급박한 위기일 때는 스스로 공개석상에 나서는 일도 서슴지 않았다.

대중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작년 6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이 전국을 휩쓸 당시다. 그는 삼성서울병원이 메르스 확산의 진원지로 꼽히자 사태를 진정시키기 위해 직접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고 머리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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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그는 그룹 차원의 지원대책을 밝히면서 “저희 아버님께서도 1년 넘게 병원에 누워계신다. 환자분들과 가족 분들이 겪으신 걱정과 불안을 조금이나마 이해한다”고 공개 석상에서 처음으로 아버지에 대한 애틋한 감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후 삼성병원 메르스 사태는 빠르게 수습 단계로 접어들었다. 세간에서는 이 부회장이 와병중인 아버지를 대신해 조만간 그룹의 최고 일인자 자리에 오를 것이라는 추측이 난무했지만 그가 그러지 않은 이유를 유추해 볼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이제는 모든 상황이 급변했다. 반도체, 휴대폰 등 아버지 시대 유산을 거름으로 자동차, AI 등 4차 산업혁명에 걸맞게 그룹의 경영 틀과 뱃머리를 재빨리 돌려야 할 책무가 이 부회장에게 떨어진 당면 과제다. 그 첫번째 시험대는 갤노트7 사태 해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