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MS 툴보다 아프리카에 맞는 화상회의 써 보니"

국제개발 교육부문 NPO '호이' 박자연 대표

컴퓨팅입력 :2016/09/12 18:31    수정: 2016/09/12 23:12

실무에 IT를 활용해 열악한 통신 인프라를 극복하며, 아프리카 교육 환경 개선에 초점을 맞춰 활동하겠다는 비영리단체(NPO)가 있어 눈길을 끈다. 현지 교사 양성 사업을 벌이고 있는 사단법인 '호이(HoE, Hope is Education)' 얘기다. 그 설립자 겸 대표 박자연 씨는 2007년 케냐의 한 마을에서 첫 사업을 시작한 이래 10년간 활동을 지속해 왔다.

박 씨는 지인 소개로 상반기 '구글임팩트챌린지'에 참가했다. 구글이 NPO 활동을 위한 10개 팀을 선정해 재정적인 지원을 하는 프로그램이었다. 우승팀 지원금은 5억원에 달했다. 호이의 사업 내실을 다지고 영역을 확장할 기회였다. 호이는 지원 대상으로 선정되지 못했지만, 박 씨는 참가를 계기로 알게 된 화상회의 서비스 '구루미'를 향후 활동에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게 됐다고.

구루미는 동명의 스타트업이 상용화한 브라우저 기반 화상회의 서비스다. 박 씨는 호이가 국내외 활동간 겪어 온 어려움을 덜어 줄 수 있는 서비스로 구루미를 꼽았다. 구루미는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MS) 같은 IT거인들이 투자하고 있는 '웹RTC(WebRTC)'라는 웹표준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박 씨는 구루미가 구글이나 MS의 경쟁 서비스보다도 구루미가 더 낫다고 평했다.

박자연 호이 설립자 겸 대표.

호이라는 NPO가 무슨 일을 하기에, 유수의 IT거인들이 만든 서비스보다 한국의 작은 스타트업이 내놓은 서비스에 높은 점수를 준 걸까. 최근 박 씨와의 인터뷰를 통해 그간 호이의 사업 내용, 활동 이력, 향후 계획을 들었다. 인터뷰 내용을 아래 1문1답으로 재구성했다.

■아프리카 활동 10년차…사업 확대 중

- 호이는 무슨 일을, 언제부터 해 왔는지

교사와 학생이 만나는 것이 교육의 본질이라고 본다면, 좋은 교육을 위해서는 좋은 교사가 필요하다. 교육의 내용을 다루는 사업이 거의 없어 2008년에 호이프로젝트를 시작했다. 2009년부터 본격적으로 한국 교사들을 모았다. 케냐 코어라는 오지 마을 교사들을 위한 '단기집중교사연수(STIC: Short Term Intensive Course for school teachers)'를 만들고, 2014년까지 매 방학 때마다 시행했다. 현지 교육 현장이 한국보다 열악하긴 해도 '교사와 학생이 만난다'는 본질은 유사하다. 교사가 교실 현장에서 부딪치는 어려움을 함께 고민하는 과정을 통해 현지 교사 뿐만 아니라, 한국의 교사들도 함께 성장해왔다.

보통 교육 프로그램은 한 번 만든 후, 다양한 사람들에게 적용된다. 그런데 호이는 코어 교사들의 성장이 목적이었기 때문에, 동일한 대상의 성장 과정에 따라 내용에 깊이를 더하는 다른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이 과정에서 한 명의 현지 교사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어떠한 내용을 다뤄야 하는지 알게 됐다. 이런 경험이 쌓여 교사교육에 특화된 단체로 자리잡았다.

2014년까지 현지 사무소 없이 프로젝트 그룹이 방문하는 방식으로 활동했다. 이후 케냐 코어에는 자발적으로 활동하는 교사학습공동체(TITA)가 생겼다. 호이는 이후 수요 조사를 거쳐 2015년부터 우간다로 활동 지역을 옮겼다. 현지법인을 만들고 한국국제협력단(KOICA)에서 펀딩을 받아 '우간다 글루 지역 공립초등교사 역량강화사업'을 수행 중이다. 9개 시범 학교에 학습 공동체를 만들고 해당 학교 교사 150명에게 필요한 연수도 시행하고 있다.

우간다의 한 공립초등학교교실. 학생 103명이 한 반이다. [사진=호이]

-한국에서 아프리카 교사 교육 콘텐츠를 만든다고?

한국은 기본적으로 4년 학사 과정의 사범대나 교대를 마치고, 교사가 되기 위해 일정 자격 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사범대나 교대같은 예비 교사 훈련 과정(Pre-Service Training)과 교사가 된 후 전문성 신장을 위한 과정(In-Service Training)으로 교사의 질을 관리한다.

그런데 아프리카에는 교사 자체가 부족하다. 예비교사과정이 제대로 운영되지 않는다. 우간다에선 초등교사양성기관(Primary Teachers College)에서 2년 동안 배우면 초등학교 교사가 될 수 있다. 이 과정이 우리나라 고등학교 졸업 수준이다. 교육에 대해 충분히 배우기 쉽지 않다. 우리나라처럼 별도 자격 시험도 없다. 다만 추가 교육 과정을 통해 자격을 업그레이드한다.

호이는 이처럼 이미 교사가 된 사람들의 역량을 높이는 쪽에 가깝다. 도심이 아닌 시골, 공립학교 교사 대상으로 사업을 한다. 대상 학교 사정은 열악하다. 반마다 아이들이 100명 이상이고, 교사들이 제때 학교에 오지 않는다. 교과서나 학용품도 부족하다. 그래도 더 나은 교육을 위해 무엇에 투자해야 할까? 우리는 더욱 교사에게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교사의 전문성은 수업에서 찾아야 한다. 수업이 달라지면, 학생들의 참여도, 학교의 분위기도 달라진다. 호이의 시범 학교로 선정되면 최소 2년 동안 거치게 하는 과정이 있다. 교사 한 사람이 아니라 학교 전체적으로 참여하도록 해야 한다. 교사들이 자기 수업을 공개하고 동료 교사들이 수업에 대해 비평하는 회의를 하며 서로에게 배운다. 익숙해지면 팀으로 수업을 준비하게 하며 팀워크를 쌓게 한다. 이후 학교마다 자신의 문제 해결을 위한 프로젝트를 수행하게 한다.

호이는 이런 과정 전반을 기획하고 지원한다. 케냐 교사들이 성장하는 과정을 함께 했기 때문에, 아프리카 교육 현장이 실제로 어떻게 운영되고, 무엇이 필요한지 잘 알고 있다. 한국에서 우간다 교사들의 성장 과정을 디자인, 실행, 개선한다. 한국 교사들이 참여하고, 교육 전문가들에게 자문한다.

■국제 지원 활동 위한 국내 협업부터 '허들'

-한국에서 진행하는 활동도 있나

단순히 가난한 나라를 도와준다는 접근으로는 눈에 보이지 않는 현실 너머를 제대로 보기 어렵다. 그래서 '세계시민교육' 프로그램도 만든다. 우리는 좋은 대학 가기 위한 입시 위주 교육만 받아 왔다.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이해하고 문제 해결하는 걸 못 배웠지 않나. 세상 많은 문제가 이제 혼자 힘으로 해결할 수 없는 상황인데. 팀워크로 해결하는 게 중요하다. 이런 문제들을 함께 해결해가는 과정을 연습하는 것이 목적이다.

호이의 단기집중교사연수(STIC) 활동 현장. [사진=호이]

앞으로 자라날 아이들이 한국에만 산단 보장이 없고, 지역과 국가는 이미 연결된 경우가 많다. 국제사회 일원이 되는 게 중요하다. 그런데 한국은 다양성이 부족한 사회 아닌가. 의도적으로 학습하지 않으면 알기 어렵다. 한국 교사들이 이런 내용을 초중고교 학생 대상으로 만들어 수업하고, 기후변화, 빈곤, 젠더 등 세계의 다양한 이슈와 관련된 프로젝트에 참여해보기도 했다. 자신이 경험한 '좀 다른 세계'를 아이들에게 보여주는 것도 일종의 실천 방안이다.

-활동에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호이는 수평적인 워크샵 방식을 지향한다. 보통 2시간짜리 내용을 만드는데, 5명 정도의 교사들이 최소 3시간에서 5시간 정도의 시간을 쓴다. 세계시민교육을 개발하는 과정이 이 정도이고, 아프리카 교사들을 위한 연수 과정을 개발하는 것은 시간이 훨씬 더 많이 든다. 그런데 개발과정에 참여하는 교사들이 온라인으로 회의를 해 보려고 해도 잘 안 된다. 화상회의 툴로 지리적 한계를 넘어보려는 시도는 여러 번 있었지만, 회의의 질이 너무 떨어진다. 한 두 번 해 보다가 결국 오프라인에서 얼굴을 보면서 회의를 하는 방식으로 다시 돌아갔다.

오프라인에서 개발 회의가 진행되기 때문에 지방에 있는 교사들이 이런 분야에 관심이 있어도 참여하기 쉽지 않다. 서울에 KTX를 타고 1시간 이내에 닿는 거리가 현실적인 한계다. 천안에 계신 선생님이 3년 넘게 꾸준히 호이 활동을 하고 계신데, 흔치 않은 경우다. 천안 학교에서 호이 사무실이 있는 신림 아지트까지 실제 오가는데 2시간 이상 걸린다. 회의 2시간 정도 하려고, 길에서 4-5시간을 쓴다. 부산,경남, 전남 지역 교사들이 정기적으로 참여하긴 어렵다.

■"아프리카서 구루미가 MS·구글 화상회의보다 안정적"

-구루미를 어떻게 알게 됐나

구루미를 알게 된 건 상반기 구글임팩트챌린지 참가를 위해 '호이온'이란 팀을 만들면서다. 이후 기능이나 그 기반 기술을 잘 활용하면, 지금 쉽지 않은 지방 선생님들과의 협업과 연결이 좀 개선되지 않을까 생각하게 됐다. 스카이프나 행아웃을 대신할 화상채팅 정도가 아니라, 온라인 학습 저작도구로 활용할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챌린지) 펀딩은 실패했지만, 구루미라는 서비스를 더 잘 이해하게 됐다.

호이가 우간다와 서울을 연결한 화상대화를 처음 진행했을 당시 장면. [사진=호이]

구루미는 그간 써 본 툴 중 아프리카와 커뮤니케이션이 가장 원활했다. 아프리카는 유선망 구축 과정 없이 바로 무선망 환경으로 넘어간 곳이다. 현지 이동통신 환경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고 모바일 인터넷은 우리가 보기에 저렴하지만, 고정회선으로 쓰는 사무실용 유선인터넷은 여전히 비싸다. 우간다 사무실에서 노트북 몇 대 연결해 쓸 수준인 회선 하나에 매달 15만원 정도 든다.

이런 인터넷 환경에서 다른 서비스는 느렸다. 비싼 회선을 쓰려면 운영비 부담이 컸다. 그래도 문자 수십번 할 걸 얼굴 보고 몇 마디 하는 게 빠를 때가 있다. 그럴 때 구루미를 써 봤다. 우간다 글루 지역과 서울을 연결해 40분 정도. 2007년부터 아프리카를 오간 이후 처음으로 안정적인 화상대화를 나눴던 때다. 이전에 스카이프, 행아웃, 페이스타임, 페이스톡을 써봤는데 잘 끊기거나, 접속 기기 제한이 있거나, 다자간 대화가 잘 안 됐는데.

-구루미를 어떻게 활용할 생각인지

기술 업계에서 일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구루미를 접하고 흥미롭긴 했다. 링크 하나 열면 브라우저가 화상대화툴로 바뀐다는 게 쉽고 간단했다. 생각보다 안정적이란 게 중요했다. 한국처럼 망이 잘 깔려 있는 나라에만 살다, 그렇지 않은 지역을 오가다 보니, 온라인서비스의 '안정성'에 대한 감이 달라진다. 이런 서비스면 뭔가 활용할 여지가 많지 않을까 생각하게 됐다. 신생 회사인 구루미 측에 사용자의 니즈를 전하고, 구루미가 그에 맞춰 개발할 수 있는 관계도 가능할 것 같다.

아직까진 단순 기대 수준이지만, 구루미를 활용하면 콘텐츠 자체를 만들어내는 온라인 협업 기반의 공동 저작도 생각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서울과 지방의 교사들이 함께 실시간으로 교육 콘텐츠를 개발하는 과정 자체가 큰 진보라고 생각한다. 한국은 전국에 LTE가 깔려있고, 모든 교사들이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다. 어쩌면 인터넷 기반이 가장 잘 갖춰진 한국에서 지방에 있는 교사들이 매번 자기 시간과 돈을 들여 서울까지 와야 호이를 만날 수 있다는 것도 참 아이러니하다. 만약 이러한 기술적인 장벽을 넘을 수 있으면, 향후에는 아프리카 교사들을 대상으로 하는 '단기집중교사연수(STIC)'도 기획 단계에서부터 아프리카 교사들이 온라인으로 참여할 수 있지 않을까?

호이의 우간다 교사학습공동체형성사업 중 수업리뷰 과정 모습. [사진=호이]

-호이 활동 참가에 관심있는 한국 교사가 많을까

잘 모르겠다. 호이가 있다는 것을 한국 교사들에게 알려야 하는데, '비영리스타트업'에겐 너무 어렵다. 사회변화를 목적으로 하는 비영리단체를 만들어서 지속한다는 게 한국에서는 쉽지 않다. 처음 호이프로젝트를 시작하고 벌써 8년 차가 됐는데도, 아직도 스타트업 수준이다. 영리 사업의 관점으로 보면, 예전에 그만둬야 했다.

그런데 현장의 변화는 작지만 꾸준히 만들어지고 있기 때문에, 그만 둘 수가 없다. 또한 교육은 집중적으로 투자해도, 사실 그 영향력은 나중에 볼 수 있다. 그래서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것이 우리 모두의 믿음이기 때문에, 지금까지 이 걸 계속 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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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교사들에게 호이를 더 많이 알리고, 호이에 관심을 가지는 교사들이 많아져야 한다. 호이는 국제개발협력과 교육 사이에 교사가 참여할 수 있는 길을 냈다. 이 길로 가는 교사들이 많아져야, 호이가 8년 동안 겪어온 변화와 성장의 과정이 유의미하게 남을 것 같다. 사실 한국 교사들이 처음부터 아프리카 교실 현장, 아프리카 교사 문제에 관심 가지기는 쉽지 않다. 일단 교육의 전문가이긴 하지만, 국제개발협력은 새롭게 배워야 한다.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분야가 세계시민교육이다. 2016년에 글로벌 이슈가 '지속가능발전목표(Sustainable Development Goals)'로 바뀌었는데, 과거의 '새천년개발목표(Millennium Development Goals)'보다 확장됐다. 이제 목표는 가난한 나라들의 빈곤 퇴치가 아니라, 전세계가 지속가능한 삶의 방식을 찾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다. 이런 문제를 같이 고민하면서, 함께 성장하는 교사들을 더 많이 만났으면 좋겠다. 특히 지방으로의 확산이 중요한 시점이라, 호이도 이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