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보어드바이저 테스트베드 효과 있나?...업계는 '글쎄'

인터넷입력 :2016/09/07 10:31

손경호 기자

10억원 이상 돈을 굴리는 고액 자산가가 아닌 일반 투자자들도 손쉽게 낮은 수수료로 맞춤형 자산관리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돕는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를 활성화하기 위해 테스트베드가 운영되지만 관련 업계는 효과에 대해 물음표를 던지는 분위기다.

테스트베드에 참여해 이를 통과한다고 해도 당초 기대했던 비대면 투자일임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이 없는데다가 투자자문이나 투자일임 라이선스를 취득할 때 테스트베드를 통과했다는 사실이 이렇다 할 혜택을 준다는 내용도 없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테스트 과정이 과연 로보어드바이저와 달리 단타매매를 통해 수익을 올리는 시스템트레이딩을 걸러낼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5일 로보어드바이저 테스트베드 시행 첫 날, 업계는 참여해도 이렇다 할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는 반응을 쏟아내며 금융당국의 기대와 달리 참여할지, 말지에 대해서도 아직은 고민 중인 실정이다.

업계에서는 로보어드바이저 테스트베드를 통과한다고 하더라도 이렇다 할 혜택이 없다고 판단하면서 참여 여부를 저울질하는 중이다.

■"테스트베드 통과하면 뭐가 좋은지 모르겠다"

지난 1일 로보어드바이저 테스트베드 설명회에 참석한 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테스트베드를 통과한다고 해도 비대면 일임계약이 안 되면 달라지는게 없다고 본다"는 의견을 밝혔다. 기대했던 혜택은 없는 대신 테스트를 통과해야만 로보어드바이저를 활용한 자문업, 일임업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사실상 규제에 가깝다는 주장이다.

비대면 투자일임은 쉽게 말하자면 오프라인 상에서 자산관리 전문가를 직접 만나지 않고서도 스마트폰이나 PC, 노트북을 통해 온라인으로 나의 자산을 관리할 수 있는 권한을 주는 것을 말한다. 투자자문이 얼만큼의 수익이 기대되는 포트폴리오에 대한 정보를 투자자에게 알려주고 투자 여부를 본인들이 스스로 결정하도록 한다면 투자일임은 아예 어느 정도 수준의 리스크를 안고, 얼마나 투자할지를 정한 뒤 실제 투자활동은 전문가에게 맡겨버리는 식이다.

로보어드바이저의 경우 투자자가 미리 조건을 설정하면 자동화된 알고리즘이 상장지수펀드(ETF), 주식 등에 알아서 분산투자를 하도록 맡기는 형태로 운영된다. 때문에 온라인 상에서 사람이 직접 대면하지 않고 비대면으로 투자일임계약을 맺도록 하지 않고서는 수많은 투자자들을 직접 만나서 서류에 서명을 받아야한다는 부담이 따른다.

■비대면은 시기상조? "온라인이 불완전 판매 적을 것"

그러나 금융당국은 여전히 로보어드바이저에 대한 비대면 일임 허용에 대해서는 부담스럽다는 입장이다. "투자 위험성에 대해 투자자에게 얼마나 제대로 전달되고 설명될 지가 관건인데 현재는 위험성이나 안정성 여부에 대한 시장 우려가 큰 편"이라는 설명이다.

때문에 업계 요청에도 불구하고 "테스트베드를 통해 안정성이 검증되고 투자설명이 시스템에 충분히 구현된 게 증명된다면 비대면 일임계약 허용에 대해 검토해 보겠다"는 의견을 내세운다. 온라인이라는 특성 상 오프라인 상에 대면계약을 맺는 것 보다 투자 위험성에 대해 충분히 전달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이다.

이에 대해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로보어드바이저 운영에 대해 걱정을 하는 것이라면 이에 대한 검증은 필요하지만 비대면 증권개설, 비대면 보험계약까지 등장한 마당에 비대면 투자일임을 못하게 하는 당위성은 어디에 있는지 궁금하다"고 꼬집었다.

업계는 오히려 오프라인 대면 계약보다 온라인에서 이뤄지는 비대면 계약이 불완전 판매 위험성이 낮다고 주장한다. 잘 관리된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는 적절한 사용자 인터페이스(UI)와 그래픽적인 요소를 활용해 오프라인 상에서 투자일임계약을 맺기 위해 필요한 수십페이지가 넘는 계약서 대신 보다 이해하기 쉽게 직관적으로 투자 위험성에 대해 알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더구나 온라인 상에서 스마트폰이나 PC, 노트북을 통해 현재 투자가 집행된 포트폴리오가 어떻게 바뀌었는지, 얼마의 수익이나 손해를 냈는지 실시간으로 확인해 볼 수 있을 만큼 소통이 쉽다는 장점도 있다고 말한다.

업계가 대표적인 롤모델로 삼는 미국 웰스프론트, 베터먼트 등 로보어드바이저 회사들은 증권사 라이선스를 갖고 있다. 제한적이기는 하지만 일종의 투자중개업(브로커리지)을 하는 수준이라면 로보어드바이저 기반 투자상품을 판매하는 것부터 실행하는 것까지 모두 자체적으로 이뤄진다. 반면 국내에서는 비대면 투자일임계약이 허용되지 않는 한 증권사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된다는 것이 여러 업계 관계자들의 의견이다.

1일 개최된 로보어드바이저 테스트베드 설명회.

제대로 된 유인책 필요하다

기대했던 비대면 일임계약에 대해 금융당국이 당분간 보류한다는 입장을 취하면서 업계는 테스트베드에 참여할지 말지를 두고 내부적으로 검토를 진행 중이다. 더구나 1일 설명회에서는 테스트베드를 통과한다고 하더라도 이에 대한 별다른 혜택을 받지 못하고 투자자문이나 투자일임 라이선스는 별도로 따내야한다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한다.

참여업체가 본심사에서 저위험, 중위험, 고위험군별로 각각 3개씩 총 9개 포트폴리오를 운영할 경우 최소 수천만원에서 1억원대 이상 자금이 들지만 그에 따르는 라이선스 조건 완화 등 유인책은 주어지지 않고 있다는 불만이 새나오는 이유다.

관련기사

금융위는 의견수렴절차를 거쳐 오는 11월부터 시행될 예정인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에서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를 제공하는 조건 중 하나로 테스트베드를 거쳐야한다는 조항을 신설했지만 현재로서는 테스트베드를 통과하지 않았다는 사실만 투자자들에게 알리면 별다른 제약없이 테스트베드를 통과하지 않아도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금융당국이 내세운 로보어드바이저 활성화 대책이 일반 투자자들도 낮은 수수료로 고액자산가 못지 않은 자산관리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한 만큼 그에 걸맞는 제대로 된 유인책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