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에 발목 잡힌 '말리부'...버티는 노조, 애타는 한국GM

8월 판매량 전월比 40%↓...생산 차질로 공급 부족 심화

카테크입력 :2016/09/02 14:02    수정: 2016/09/02 14:11

정기수 기자

올 상반기 중형세단 시장에서 새로운 볼륨 모델로 부상한 '말리부'의 기세가 한풀 꺾였다. 노조 파업에 직격탄을 맞은 탓이다.

2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GM 말리부는 지난달 2천777대가 판매돼 전월(4천618대) 대비 39.9% 판매량이 급감했다. 7월 중형세단 판매 순위에서 르노삼성 SM6를 제치고 2위까지 치고 올라갔지만, 지난달에는 기아차 K5(3천217대)에도 뒤져 최하위로 밀려났다.

말리부의 판매량이 급격히 뒷걸음질 친 이유는 지난달 초부터 이어진 노조의 파업으로 인한 생산차질 때문이다. 무분규 타결에 이르렀던 지난 2년과 달리 한국GM은 올 들어 노조가 벌인 총 12차례의 부분파업으로 벌써 1만여대에 육박하는 차량을 제때 생산하지 못했다.

신형 말리부 1.5 터보 주행(사진=한국GM)

차량 공급의 차질은 특히 수요가 몰리고 있는 말리부에 악재로 작용했다. 지난달 파업으로 말리부와 캡티바를 생산하고 있는 부평2공장의 가동률이 크게 떨어지면서 이달 현재 말리부의 대기물량은 8천여대가 넘는다. 차를 건네받으려면 2개월 이상 걸린다.

한국GM 관계자는 "지난달 파업으로 말리부가 1천대 이상 출고되지 못한 상황"이라며 "출시한 지 4개월여가 지났어도 여전히 주문량이 꾸준하지만 생산 차질로 공급이 받쳐주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말리부와 달리 경쟁 차종인 SM6는 지난달 4천577대가 판매돼 현대차 쏘나타(5천923대)를 바짝 뒤쫓고 있다. 르노삼성은 현재 무분규 협상을 진행 중이다.

한국GM의 주력 차종인 경차 스파크 역시 생산 차질에 따른 공급 부족으로 지난달 판매량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스파크의 경우 지난달 5천850대가 판매됐다. 전월 대비로는 2.1% 증가했지만, 공급 지연으로 1천대 이상 출고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내수 전체 판매량도 1만2천773대로 전월(1만4천360대)보다 11.1% 빠졌다. 전년동월 대비로는 올 들어 첫 감소세다. 한국GM은 개별소비세 인하 종료에 따른 여파로 판매 절벽이 극대화된 7월에도 내수 시장에서 15.8% 신장세를 기록했지만, 지난달에는 파업 여파로 7.7% 감소세로 돌아섰다.

한국GM 노조 쟁대위 출범식(사진=한국GM 노조)

자칫 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올해 국내 시장에서 19만대 이상을 판매, 내수 점유율 10%를 달성한다는 목표에도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

한국GM 관계자는 "임금협상이 원만히 마무리되면 잔업과 특근 등으로 생산량을 끌어올려 판매를 정상 수준으로 되돌릴 수 있을 것"이라며 "추석 전 타결을 목표를 교섭에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GM은 올 1~8월 내수시장에서 11만3천912대를 판매해 전년동기 대비 16.7% 신장했다. 월평균 1만4천239대를 판 셈이다.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좀 더 분발이 필요한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GM이 올해 내수시장에서 상반기 괄목할 만한 성적을 거뒀지만 하반기 파업 리스크에 발목이 잡혀 연간목표 달성에 적신호가 켜졌다"면서 "노조의 파업은 생산 차질 뿐만 아니라, 궁극적으로 한국GM이 가진 자동차 생산기지로써의 경쟁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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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GM 노조는 올해 기본급 15만2천50원 인상과 성과급 400% 등은 물론 ▲오는 2018년까지 8조원 투자계획 이행 ▲부평2공장 차세대 감마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및 차세대 아베오 생산 ▲신형 중대형차 생산 등도 요구하고 있다. 사측은 이에 대해 기본급 7만원 인상과 성과급 400만원, 격려금 500만원 등을 제시한 상태다.

한국GM은 최근 몇 년간 인건비 상승과 수출 감소가 맞물려 실적이 크게 후진하고 있다. 한국GM은 2014년 순손실 3천434억원을 기록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9천868억원으로 사상 최대의 적자를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