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TV를 위기로 몰고간 5가지 요인

결합상품 취약- 내부혁신 부재 등 '난제'

방송/통신입력 :2016/08/30 10:40    수정: 2016/08/30 10:50

“1년 사이 케이블TV 가입자가 100만 명 가까이 줄어 들었다."

"케이블이 이 상태로 3~4년만 지속되면 낙오하는 사업자가 나타날 것이다."

케이블TV 산업의 붕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013년을 기점으로 가입자, 매출액, 시장점유율 등 주요 성장 지표가 모두 마이너스로 돌아선 이후 매년 큰폭으로 하락하고 있는 데다, 최근 1위 업체 CJ헬로비전의 매각 시도도 불발로 그치면서 출구전략까지 차단당한 상황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결국 케이블 산업이 고사하고 말 것이라는 위기 의식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케이블TV 업계가 당면한 지금의 위기는 어디에서 시작된 것일까.

지난 29일 국회에서는 더불어민주당 변재일, 이상민 의원 주최로 '유료방송 정상화를 위한 정책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참석한 학계 및 업계 전문가들은 ▲모바일 상품 부재로 인한 결합시장에서의 경쟁력 약화 ▲방송 수신료의 50%까지 치솟은 콘텐츠 사용료 ▲지체된 디지털전환 ▲서비스 혁신 부족 ▲지역채널의 위기 등을 주요 요인으로 지적했다.

29일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유료방송산업 정상화를 위한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모바일 없는 케이블TV

케이블TV 업계는 강력한 경쟁자인 IPTV에 주도권을 내 준 것이 모바일 중심의 결합시장 때문으로 진단하고 있다. 모바일이 없는 케이블TV 방송사와 처음부터 불공정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란 얘기다.

통신사들이 방송상품을 공짜 결합상품으로 전락시키면서, 케이블TV가 시장에서 내몰리고 있다고 지적한다. 따라서 케이블 업계는 통신사들의 결합상품을 자신들을 시장에서 내쫓는 '약탈적 경쟁’ 상품으로 비판하고 있다.

이한오 금강방송 대표는 “IPTV가 단시간에 최대 방송 사업자가 될 수 있는 비결은 모바일 경쟁력이 전이됐기 때문”고 주장했다.

(이미지=이재호 교수 발표 자료)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학계 전문가들은 소비자에 더 많은 할인혜택을 준다는 점에서 결합상품 자체는 문제가 아니지만, 통신사가 모바일은 할인을 하지 않고 방송과 인터넷을 공짜 수준으로 할인 판매하는 행위는 불공정한 시장행위라는데 공감했다. 이같은 상황이 지속될 경우, 방송-인터넷만 가지고 있는 케이블TV 사업자들은 시장에서 내쫓길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재호 동아방송예술대학교 교수는 "가입자들의 편익이 증대되고 후생이 증대되기 때문에 결합판매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지만, 결합 판매를 하는 수단과 방법에 있어써 '공짜 마케팅’, ‘현금마케팅’을 벌이고 있어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정부가 결합상품의 구성상품별 할인율을 동일하게 적용할 수 있게 감시하는 한편 케이블TV사업자도 모바일 결합상품을 판매할 수 있도록 동등결합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동등결합은 케이블TV 사업자가 통신사의 모바일 상품을 가져다가 결합상품으로 판매할 수 있게 해주는 제도다. 최근 케이블TV업계는 SK텔레콤에 자사 유무선 결합상품인 `온가족 플랜`과 동일한 조건으로 결합상품을 판매할 수 있게 해 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콘텐츠 사용료

콘텐츠 사용료 지급 규모가 치솟아 수신료 대비 45~55% 수준에 이르게 된 점도 위기의 원인으로 지적됐다.

특히 케이블TV 사업자(SO)의 경우, 콘텐츠 사용료 지급비율이 지난 2012년 32% 수준에서 지난해에는 55.3%까지 치솟았다. 반면에 IPTV 등장으로 가격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주 수익원인 수신료 매출은 지난 몇년간 감소했다.

이재호 교수는 “콘텐츠 사용료 지급규모는 플랫폼 사업자에게 원가에 해당하며, 사용료 지급 비율의 과도한 증가는 조만간 사업자가 감내하기 어려운 수준에 이를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미지=이재호 교수 발표 자료)

또 "한정된 수신료 매출에서 갑작스러운 콘텐츠 사용료 증가는 플랫폼 산업 뿐만 아니라 일반PP에 대한 프로그램 사용료 지급 모수 축소로 이어져 콘텐츠 산업의 양극화, 콘텐츠 질 저하를 유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지상파방송사, 종합편성채널, 일반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 등 콘텐츠 사업자 마다 콘텐츠 사용료 지급 방법이 각기 다른것도 문제다. 현재 일반 PP들은 방송 사업 매출에 비례해 일정액을 지급받는 정률제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 반면에 지상파방송사는 가입자당재송신료(CPS)를 받고 있다. 특히 지상파방송사들은 지속적으로 CPS 인상을 요구해, 현재는 400원까지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종합편성채널의 경우엔 방송사의 협상력에 따라 정액제나 정률제를 적용하고 있다.

정액제로 콘텐츠 대가를 크게 올리는 지상파 방송사들의 요구를 다 들어주다가는 일반PP들에게 돌아갈 몫이 줄어 들어, 콘텐츠 산업의 균형발전을 해치게 될 것이라는 게 이 교수의 주장이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콘텐츠 대가 지급체계를 정액제로 통일해야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주정민 전남대 교수는 “현재는 기준 없이 협상력에 따라 지급 체계가 결정되어 있는데 통일할 필요가 있다”면서 "수익은 정체되어 있는 반면에 협상에 의해서 프로그램 사용료가 계속 산정된다면, 이를 지탱하는데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내부에…'지체된 디지털전환, 혁신 부족'

현재 케이블TV의 디지털 전환율은 52% 수준으로 아직까지 아날로그 방송 사입자가 680만 명에 이른다. 더딘 디지털 전환으로 인해 주문형비디오(VOD)나 양방향 서비스 등 부가서비스가 활성화 되지 못하고 저가 수신료 구조가 고착화 됐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케이블TV 사업자들이 아날로그 방송을 종료할 수 있는 정책을 도입하면서 시청자 피해를 줄이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이종관 법무법인 세종 전문위원은 “케이블TV 업계에 가장 필요한 것은 아날로그 방송의 스위치 오프지만 디지털 전환 과정에서 거부 계층이 존재하기 때문에 디지털 환경에서도 최소한의 방송 복지를 보장할 수 있는 상품이 있어야 한다”며 “8VSB(아날로그 가입자도 방송시청이 가능한 상품)를 과도기적 상품으로 보고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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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블업계가 그동안 신규 서비스 개발에 소홀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재호 교수는 "케이블이 사양산업 이미지를 갖게 된 것은 서비스가 낙후 됐기 때문”이라면서 “올IP기반 차세대 케이블 시스템을 개발, 통합 클라우드 DMC 구축, 스마트 홈 서비스 개발 등 기술 및 서비스의 혁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케이블TV 사업자들의 사업 근간인 지역 채널에 지금보다 더 투자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주정민 교수는 "SO의 지역채널은 지상파가 못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며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또 “현재는 전체 수신료의 10%를 지역 채널에 투자하고 있지만 좀 더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