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 스타트업, 보험 시장도 뒤흔들 수 있을까?

레드벨벳벤처스 출사표

인터넷입력 :2016/08/15 13:15    수정: 2016/11/24 14:46

손경호 기자

직장생활을 하면서 한 두번쯤 보험가입권유를 받아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지인이 보험설계사를 하니 돕는 셈치고 가입했지만 정작 언제 어떻게 보장을 받을 수 있는지, 불필요하게 너무 많은 보험금을 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등을 확인하기가 쉽지 않다. 웬만한 법조문 뺨치는 보험용어 탓에 정작 필요할 때 제대로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도 알 길이 막막하다.

보험사에서 상품개발, 보험설계사 등으로 근무했던 이들이 이러한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보험테크 스타트업을 차렸다. 스마트폰 앱으로 자신이 가입한 모든 보험상품 내역을 확인하고, 언제 어떻게 보장을 받을 수 있는지를 알려주는 서비스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설계사들에게는 고객관리에 드는 불필요한 비용과 시간투자를 줄이면서 고객이 진짜 필요로 하는 상품을 제공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취지다.

보험테크 스타트업 레드벨벳벤처스는 오는 하반기부터 보험 가입자와 보험 설계사들을 위한 플랫폼 역할을 하는 '보맵(bomapp)'을 서비스한다.

레드벨벳벤처스는 '보맵'을 통해 보험가입 고객, 설계사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서비스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왼쪽부터 공동창업자인 김옥균 CSO, 류준우 CEO, 김진일 CFO.

■차별성 없는 보험상품...가입자도 설계사도 불만

11일 서울 강남구 소재 롯데액셀러레이터에서 류준우 레드벨벳벤처스 대표와 김진일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만났다. 류 대표는 "보험에 대해 필요한 모든 정보를 보맵에서 얻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시장조사업체 GFK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보험만족도는 15%로 최하위 수준이다. 조사대상 30개국 중 러시아(20%), 중국(16%)보다도 만족도가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32개 직업군에 대한 신뢰도 조사에서 보험설계사는 31위로 정치인 다음으로 신뢰도가 떨어졌다.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10명 중 7명꼴로 보험을 중도에 해지한 경험이 있으며, 평균 유지기간도 4년에 그친다. 보험 설계사의 평균 근속연수는 27.5개월로 3년이 채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보험사들이 거두는 보험료는 생명보험 110조원, 손해보험 77조원을 합쳐 187조원으로 전 세계에서 8위를 차지한다.

류 대표는 "현재 국내 보험은 규제도 심한 탓에 보험상품들 간 차별성이 없었다"며 "결국에는 비슷한 상품들에 대한 영업에만 치중하게 되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고객들에게 저렴하면서도 더 많은 혜택을 보장해 줄 수 있는 보험상품을 추천하는 대신 보험 설계사들이 더 높은 수당을 받을 수 있는 종신보험 등 장기상품에 대해서만 가입권유와 판매가 집중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더구나 이렇게 가입을 시켰던 설계사들도 한 회사에서 평균 3년 이상 꾸준히 실적을 내기 힘든 환경이다보니 고객들에 대한 사후관리는 뒷전으로 밀리게 된다.

국내 내로라 하는 보험사에서 설계사로 근무하고, 보험대리점(GA)에도 몸 담았던 김진일 CFO는 "현재는 고객 입장에서 어떤 설계사가 좋은 지를 알 수 있는 정보가 없는 실정"이라며 "결국에는 내가 아는 사람이면 적어도 사기를 치지는 않겠지 하는 마음으로 보험에 가입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보맵에 로그인하면 보험가입 내역과 보장내역, 담당 설계사와 연결 등 서비스가 제공된다.

■보험에 대한 모든 것, 스마트폰 앱으로 통한다

보맵은 스마트폰 앱만으로 보험가입 고객들이 보다 상세하게 가입정보나 질병, 사고 유형 등에 따른 보장내역을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그동안 이렇다 할 평가기준이 없었던 설계사들에 대해서도 평가정보를 얻을 수 있게 했으며, 앱을 통해 고객이 설게사를 통한 사후관리를 지원받게 했다.

궁극적으로는 종합보험 대신 미국 등에서 제공하는 것처럼 자신이 필요로 하는 분야에 대해서만 맞춤형으로 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 일명 '마이크로보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레드벨벳벤처스의 목표다. 이와 함께 사용자들에 대한 데이터가 쌓인 다음에는 예를들어 고객이 병원이나 약국에 들렸을 때 어떤 보험 상 보장을 받을 수 있는지, 어떤 서류를 준비해야 보험청구가 가능한지 등을 알려주는 서비스도 지원할 계획이다.

보맵은 사용자들이 이곳저곳에 가입한 보험내역을 어떻게 파악할 수 있을까. 이전까지는 사용자가 명함관리앱인 리멤버처럼 보험증서를 스마트폰 카메라로 찍어서 전송하면 이와 관련된 내용을 입력해 놓는 방식을 썼다. 그러나 최근 스마트 스크래핑 기술로 금융사, 공공기관 등에 서비스를 제공해 온 쿠콘과 협업해 정보수집의 어려움을 해결했다. 고객이 동의한 경우 쿠콘이 제공하는 API를 통해 본인이 가입한 보험증서 등 정보를 끌어다 쓸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 서비스의 초기 수익모델은 보험설계사들로부터 월 1만원의 사용료를 받는 방식이다. 이미 설계사들이 수익 중 27% 이상을 영업비로 사용하는 구조에서 보맵을 통해 고객들에 대한 관리가 가능토록 하겠다는 것이다. 보맵은 일반 사용자들에게는 무료로 제공된다.

■글로벌 시장서는 이미 대세 '마이크로보험' 만든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미 수많은 보험 분야 핀테크 스타트업들이 등장했다. 미국 트로브는 모바일앱을 통해 필요한 기간 동안만 보험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인기를 끄는 중이다. 테크크런치는 서류 작업 없이도 5분만에 스마트폰으로 보험상품에 가입할 수 있도록 하는 퀼트가 주목받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오스카는 웨어러블 기기를 활용해 건강보험료를 책정하고, 코버하운드는 구글과 연계된 자동차 보험 비교 추천 서비스를 제공한다. 독일서는 소셜네트워크(SNS)를 활용해 친구들끼리 공동 보험을 들어 관리하는 P2P보험을 내건 프렌드슈어런스가 서비스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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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서는 카카오가 카카오 드라이버를 사용하는 대리운전 기사들을 위한 전용보험상품을 내놓는가 하면 금융당국이 보험다모아, 보험다보여 등 보험 관련 정보를 확인하고, 필요한 상품에 가입할 수 있도록 서비스 개선에 나선다.

류 대표는 "보험의 패러다임을 변화시켜 고객에게 신뢰받을 수 있는 착한 보험테크 회사를 만들 생각"이라며 "장기적으로는 보맵을 통한 고객, 설계사, 보험 청구나 상담 등을 통해 쌓인 데이터들을 머신러닝을 통해 분석해 오스카, 트로브 등과 같은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