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애플 특허戰…美정부, 삼성 지지?

법무부 "아이폰 대신 부품이 배상기준돼야"

홈&모바일입력 :2016/08/10 15:54    수정: 2016/08/10 20:53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과연 미국 대법원은 디자인 특허 침해 때 전체 이익 상당액을 기준으로 배상액을 산정하는 관행에 일침을 가할까?

특히 디자인 특허의 기본이 되는 ‘제조물품성’을 제품 전체가 아니라 해당 부품 기준으로 봐야 한다는 미국 법무부의 의견을 대법원이 수용할 지 여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삼성과 애플 간의 특허소송 상고심이 2개월 앞으로 다가오면서 서서히 분위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2012년 1심이 시작된 두 회사 소송 상고심은 오는 10월11일부터 시작된다.

삼성과 애플 간 디자인 특허 상고심이 열리게 될 미국 대법원. (사진=미국 대법원)

■ 특허법 289조 해석 놓고 공방

이번 소송은 여러 가지 면에서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단 미국 대법원이 122년 만에 디자인 특허에 대해 심리한다는 점만으로도 역사적 의미가 있다.

산업시대에 확립된 디자인 특허 기준을 첨단 정보통신 시대에 그대로 적용할 지 여부에 대한 잣대가 되기 때문이다. 미국 대법원의 이번 판결은 앞으로 계속될 여러 분쟁에 대한 법적 판단의 기본 잣대란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하지만 더 큰 관심은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인 미국 특허법 289조 해석 문제다. 1심과 항소심 재판부가 삼성에 5억4천800만 달러에 이르는 거액의 배상금을 매긴 근거가 되는 조항이기 때문이다.

미국 대법원의 대법관 회의실. (사진=미국 대법원)

미국 특허법 289조는 ”디자인 특허 존속 기간 내에 권리자의 허락을 받지 않고 (중간 생략) 그런 디자인 혹은 유사 디자인으로 제조된 물건을 판매한 자는 전체 이익 상당액을 권리자에게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구글, 페이스북 같은 IT업체들이 삼성을 적극 응원하는 건 그 때문이다. 첨단 정보통신 시대에 예전 기준을 그대로 적용할 경우 엄청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반면 디자인 쪽에 무게중심이 쏠린 쪽에선 애플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대법원이 삼성 손을 들어주게 되면 자신들의 비즈니스 모델 자체가 큰 타격을 받기 때문이다.

■ 법무부 "특허업무 관장…이번 재판 당사자 맞다"

이런 가운데 미국 법무부가 지난 6월 대법원에 제출한 법정 조언자 의견서(amicus curiae)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법무부가 이 의견서에서 색다른 의견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법정 조언자 의견서란 사건에 이해관계가 있는 제3자가 법정에 의견서를 제출해 최종 판결에 도움을 주는 것을 의미한다.

법무부는 이 의견서에서 “디자인 특허의 기본이 되는 제조물품성(article of manufacture)을 제품 전체가 아니라 일부 부품으로 봐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을 했다.

이 대목에서 궁금증이 제기될 수도 있다. 삼권분립이 뚜렷한 미국에서 대법원 재판에 왜 행정부가 의견서를 제출한 걸까?

이번에 법무부가 미국 대법원에 의견서를 제출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 아니다. 지난 해 초 구글과 오라클 간 상고심 허가 여부 공방 때도 법무부가 반대 의견을 제시한 적 있다. 당시엔 대법원이 의견서를 요청했다.

총 9명으로 구성된 미국 대법원 판사들. 앞줄 가운데가 존 로버츠 대법원장이다. 존 로버츠 대법원장 왼쪽에 있는 사람이 최근 별세한 안토닌 스칼리아 대법관이다. (사진=미국 대법원

법무부가 삼성과 애플 상고심을 앞두고 대법원에 제출한 의견서에는 “특허청이 특허권 부여 여부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있을 뿐 아니라 각종 특허 정책에 대해 대통령에게 조언하는 역할을 한다”면서 “이외에도 연방정부 내 다른 기관들도 특허 제도의 유효성에 대해 강한 관련이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이번 재판에 의견서를 제출할 이해 당사자로 충분한 자격을 갖고 있다는 주장인 셈이다.

법무부 의견서는 디자인 특허에 대한 개념 규정부터 하고 있다. “특허 출원서 내 그림에서 보여준 특정 제조물품성을 위한 장식적 디자인(ornamental design)에 대한 단일한 주장을 포함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주장의 근거 조항은 미국 특허법 171조다. 171조는 “제조물품의 새롭고 독창적이며 장식적인 디자인(any new, original and ornamental design for an article of manufacture)”에 대해 특허권을 부여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당초 삼성은 289조 뿐 아니라 171조까지 문제 삼았다. 하지만 대법원은 ‘애플 특허권 유효성 여부’에 대한 상고 신청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여기서 다시 미국 특허법을 살펴보자. 특허 관련 보상 조항은 284조에 규정돼 있다. 실용특허와 디자인 특허 모두에 적용되는 이 조항에선 “피해에 상응하는 보상을 하되 최소한 합리적인 로열티보다 더 많이 지급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289조는 284조에서 한 발 더 나가 디자인 특허 침해 때 배상 기준을 다루고 있다. 디자인 특허 침해에 한해 전체 이익 상당액을 배상 기준으로 삼도록 한 것이다.

■ "판매되는 제품 아니라 일부 부품 의미할 수도 있다"

물론 삼성은 일부 디자인 특허 침해 때 전체 이익을 기준으로 배상하는 건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자동차 안에 있는 컵 받침대 디자인 특허를 침해했는데 자동차 전체 판매액을 기준으로 하는 게 타당하냐는 것이다.

1심 재판부의 배심원 지침서에는 “특허 침해 사실을 발견했을 경우 침해 제품의 전체 이익을 배상할 수 있다”고 돼 있다.

1심 법원은 이 지침을 토대로 특허법 289조를 적용해 삼성 전체 이익을 기준으로 배상액을 부과했다. 항소법원 역시 1심 재판부 결정을 그대로 인용했다.

하지만 미국 법무부 생각은 조금 다르다. 디자인 특허 부여의 근거가 되는 ‘제조물품성’이 꼭 전체 제품은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이다.

법무부는 의견서를 통해 “(특허법 289조의) 관련 조항은 때론 판매되는 제품의 일부 부품을 지칭하는 것일 수도 있다”면서 “그럴 경우엔 최종 상품의 전체 이익이 아니라 해당 부품 전체 이익을 기준으로 배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존 로버츠 대법원장 (사진=미국 대법원)

법무부는 역사적으로 살펴봐도 ‘제조물품성’은 전체 제품의 일부 부품을 지칭하는 쪽으로 사용됐다고 강조했다.

이런 관점에서 법무부는 항소법원의 법 적용에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제조물품성을 전체 제품과 동일시함으로써 특허권자에게 과도한 보상을 하는 결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재판에선 아이폰 전체가 아니라 삼성이 특허 침해한 부품 가격을 기준으로 배상액을 산정하는 것이 합당하다는 게 법무부의 주장이다.

■ "삼성이 합당한 증거 제출했나" 유보 입장도

그렇다고 해서 법무부가 100% 삼성 쪽에 유리한 의견만 제시한 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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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의견서에는 삼성이 아이폰 전체가 아니라 특정 부품을 제조물품으로 간주해야 한다는 주장을 뒷받침할 증거를 제출했는지 여부는 확실치 않다고 돼 있다.

따라서 대법원 소송에선 이 부분이 또 다른 쟁점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