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한국 지도데이터 반출 가능할까

최종결론 앞두고 공방…서버 위치도 쟁점으로

인터넷입력 :2016/08/09 13:37    수정: 2016/08/09 20:00

황치규 기자

구글의 한국 지도 데이터 반출 공방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젠 IT업계 이슈를 넘어 사회적 논란으로 확대되고 있다.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 산하 국토지리정보원은 12일 회의를 열고 구글의 국내 지도 데이터 국외 반출 신청을 허용할 지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다. 정부는 논의 결과를 토대로 오는 8월25일까지 입장을 정리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벌써부터 지도 공방이 어떤 결론으로 이어질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재 분위기만 놓고보면 '반 구글 여론'이 우세한 편이다.

구글의 제안을 그대로 들어줄 경우 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특히 지도 반출을 허용할 경우 구글에게 특혜를 주면서 국내 업체들에 대한 역차별로 이어질 수 있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정치권, 시민단체는 물론 IT업계 내부에서도 구글이 양보없는 주장을 하고 있다면서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는 이들이 많다.

구글도 동일한 기준 아래 서비스해야

구글의 국내 지도 데이터 반출 시도를 둘러싼 쟁점은 겉보기만큼 간단하지는 않다. 단순히 데이터 반출 허가 여부에 머무르는 이슈가 아니다.

논쟁을 좁히면 구글이 지도 데이터를 가져가려면 한국 정부가 국내 업체들에게 요구하는 수준 정도는 지켜야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이에 대해 구글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에 따라 지도 데이터 반출 공방이 일파만파로 확산되는 모양새다.

정부가 조건부 반출 허가 입장을 들고 나온 것은 안보 이슈 때문이다.

구글이 반출한 국내 지도 데이터와 구글 위성 사진을 결합하면 주요 시설들에 대한 안보 위협이 커질 수 있다는게 정부 해당 부처 논리다. 이에 정부는 지도 데이터를 반출하려면 주요 안보 시설이 위성 사진에 노출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이른바 '블러'(blurred) 조치를 취해야 반출 여부를 긍정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반출 불허 입장을 고수했던 정부가 한발짝 양보한 셈이다.

구글지도의 위성사진 모드로 본 미국 캘리포니아 마운틴뷰 구글 본사 구글플렉스와 주변 지역.

하지만 구글은 이 조건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정부 제안을 받아들일 경우 사용자들에게 완전한 정보를 제공할 수 없다는 게 그 이유다.

네이버나 카카오 등 국내 업체들은 위성 사진 서비스에서 정부가 요청하는 시설에 대해서는 삭제 처리하고 있다. 국내 업체들 입장에선 당연히 '역차별 이슈'를 제기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정부는 국내 지도 데이터가 반출되고 이것이 점유율이 높은 구글 위성 사진 서비스와 맞물려 이용될 경우 국내 주요 시설들에 대한 안보 위협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해왔다. 안보 시설에 대한 정보를 이전보다 쉽게 파악할 수 있게 된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구글은 정부가 요청한 지역이 삭제된다고 하더라도 이런 이미지들은 다른 서비스에서 얼마든지 볼수 있게 때문에, 정부의 요구는 현실성이 없다고 반박해왔다. 안보를 위협하려는 세력이 마음만 먹으면 구글이 아니더라도 위성 사진과 지도 데이터를 버무릴 환경이 이미 마련돼 있는 것이다.

이같은 상황은 보는 앵글에 따라 다르게 비춰질 수 있다. 어느 한쪽의 맞고 틀리단 관점에서 보기 힘든 상황이다.

안보 위협을 우려하는 쪽에서는 구글에 지도 데이터 국외 반출을 허가할 경우 구글이라는 서비스가 가진 대중성으로 인해 안보상 위협이 커질 수도 있다고 보고 있고, 이에 대해 구글은 '오버'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구글 서비스가 가진 대중성으로 인해 공격에 따른 접근성이 상대적으로 커진다는 것은 분단 국가인 한국의 안보 측면에서는 우려할 만한 사안일 수 있다"고 말했다.

구글이 한국에 서버를 두지 않는 이유?

구글의 국내 지도 데이터 반출 시도 논란이 불거지면서 구글이 한국에 서버를 두고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도 쟁점으로 부상했다.

지금 상황이라면 구글에겐 국내에 서버를 두지 않고도 구글지도 서비스에 필요한 데이터를 가져가는 것이 가능한 시나리오다.

국내 업체들이 따르고 있듯, 위성 사진에 대한 정부 요구를 맞춰주기만 하면 된다. 이게 어렵다고 하니 구글이 국내에 서버를 두고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주장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8일 국회의원회관서 열린 구글 공간정보 국외 반출 관련 정책 토론회

이와 관련해 구글은 데이터 보안성과 서비스 효율성 및 안정성을 위해 해당 데이터를 클라우드에 분산, 저장하기 때문에 구글이 한국 지도서비스를 제공 하기 위해서는 지도데이터 반출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국에 서버를 두더라도 데이터 반출은 필요할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구글 측 주장에 대해 클라우드 서비스 특성상 그럴만 하다는 의견도 있지만 반론 역시 만만치 않다.

엔지니어들 사이에서도 구글이 투자를 하기로 마음 먹는다면 한국에 서버를 두고 지도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따른 기술적인 문제는 풀 수 있다는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 국내에서 클라우드 분야 엔지니어로 활동하는 A씨는 "기술적으로 가능하느냐 아니냐가 아니라 구글이 예외적인 비용을 감수할 의지가 있는냐의 문제인 것 같다"고 말했다.

구글이 한국에 서버를 둘 수 없다고 나오는 것과 관련해 조세를 회피하려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서버를 한국에 두면 고정 사업장을 둔 것으로 간주돼 국내 법대로 법인세를 내야 하기 때문에, 소극적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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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은 인식은 구글과 같은 글로벌 기업이 국내에 유한 회사 형태로 지사를 운영하면서 조세 도피처를 활용해 법인세를 내지 않고 있는 것을 실질적으로 견제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논의로 이어지는 분위기다.

안정상 더불어민주당 방송정보통신 수석전문위원은 이달초 ‘구글의 국내 지도 데이터 반출 신청에 대한 검토와 제언’이란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지적하면서, 국내에 서버를 두지 않아 법인세 납부 실적이 없고 유한회사로 외부감사나 공시의무도 없는 기업에 지도 데이터를 제공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