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오너들의 하소연 "충전하기 너무 힘들어요"

충전소 전용주차 시비, 시스템 에러 등등 잦은 불편 많아

카테크입력 :2016/08/04 07:58

“세상에 전기차 충전하려고 몸싸움까지 벌여야 할 줄은 상상조차 못했습니다.”

BMW 전기차 i3 오너 S씨가 광주광역시에서 겪은 사연이다.

그는 지난 주말 i3를 몰고 광주시 서구에 위치한 BMW 코리아 전시장에 설치된 전기차 충전기로 향했다. BMW 코리아가 전기차 충전 인프라 확산을 위해 자체적으로 설치해놓은 충전기를 이용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충전기가 위치한 주차장에 들어선 S씨는 당황스러웠다. 일반 BMW 승용차가 충전기 앞을 가로막은 채 주차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충전기 위치는 장애인 주차구역과 겹쳐 있었다. 해당 구역에 주차된 차량에는 장애인임을 알리는 등록증도 찾기 어려웠다.

결국 S씨와 차주 간 시비는 몸싸움으로 이어졌고 경찰이 출동하는 사태까지 번졌다. S씨는 “내 전기차를 충전하려고 왔는데 이같은 일이 벌어지니 황당했다”며 “해당 차주는 전기차 충전기가 왜 장애인 주차구역과 겹친 채 설치됐냐는 질문에 ‘모른다’고 했다”고 말했다.

장애인 주차구역과 전기차 충전기 설치 구역이 겹친 광주시 서구 BMW 코리아 전시장 주차장 (사진=지디넷코리아 독자 제공)

■거미줄에 시스템 에러...“불편의 연속”

S씨처럼 전기차 오너들이 잦은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충전기가 오랫동안 제대로 관리 되지 않아 벌레가 묻거나, 정상작동 중인 충전기 바로 앞에 다른 일반 차량이 주차된 경우, 또 소프트웨어 결함으로 인한 충전 에러 등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BMW i3 오너 A씨는 전라남도 영광군 영광군수변공원 급속충전기를 찾았다가 방치된 충전기에 불쾌감을 느꼈다고 한다.

그는 “영광군수변공원 급속충전기에 가보니 충전기 시건함, 충전기 본체 등에 벌레 때, 거미줄 등이 뒤엉켜 있었다”며 “주변 휴게소에 위치한 결제카드가 말을 듣지 않아 영광군수변공원 충전기를 찾았더니 이 모양이었다”고 전했다.

벌레 때와 거미줄 등으로 더렵혀진 전라남도 영광군수변공원 앞 전기차 급속충전기 (사진=지디넷코리아 독자 제공)

A씨는 “최근 각종 언론 등을 보면 전기차 충전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있다”며 “하지만 급속과 완속 충전 인프라는 우리나라가 세계적으로 많은 편에 속한다. 가장 시급한 문제는 이런 충전 인프라들이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대차 아이오닉 일렉트릭 오너인 J씨도 충전을 위해 이마트 양재점 급속충전기를 찾았다가 낭패를 당했다. 한국환경공단과 충전기 설치 업체 시그넷에서 공동 운영하는 급속충전기의 시스템 에러로 마냥 기다려야 했기 때문이다.

J씨는 “자정께 전기차 급속충전을 위해 이마트 양재점에 위치한 급속충전기를 찾았다”며 “당시 시스템 에러가 생겨, 소프트웨어를 원상복구하는데 10분 넘게 소요됐고, 그 사이에 주차장에서 내뿜는 열기에 더위와의 싸움을 해야 했다”고 말했다. 이 급속충전기의 경우 운영체제가 윈도우 CE다.

전기차의 경우 급속 충전하는데 소요되는 시간은 30분 정도이며, 완속충전은 평균 4시간 정도 소요된다. 만일 시스템 에러와 관리 부족 등이 생기면 전기차 운전자들은 상당한 불편함을 느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마트 양재점 전기차 충전소. 좁은 주차공간과 시스템 에러 빈번함으로 전기차 오너 사이에서 문제점이 많은 곳으로 지적되고 있다. (사진=지디넷코리아)

■전기차 충전 공간 확보 위한 시민의식도 필요

전기차 오너들은 모두 한번 충전하기 위해 겪어야 하는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전했다. 하루 빨리 정부 등 지자체가 나서 기존 전기차 인프라 시스템을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이들은 시민의식도 너무 부족하다고 말한다. 아이오닉 일렉트릭 오너 J씨는 “얼마 전 이케아를 방문했는데 주차장 내 전기차 전용 주차공간에서 내연기관 차들이 가득 차 있는 것을 목격했다”며 “아직까지 우리 국민들이 전기차의 중요성을 잘 모르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서울 잠실 롯데월드몰 주차장 모습을 찍어 보낸 BMW i3 오너 A씨는 “롯데월드몰의 경우 정상작동되는 충전기가 있는데, 그 앞에 내연기관 차들이 전부 다 주차해 충전기 자체를 무용지물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서울 잠실 롯데월드몰 지하주차장 전기차 전용 주차공간 구역. 일반 내연기관차가 세워져 충전기 이용이 어려운 상황이다. (사진=지디넷코리아 독자 제공)

현재 국내 신축 건물에는 전기차 전용 주차공간 확보가 의무화되어가는 추세다. 전기차 주차공간이 만들어지면 환경영향평가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롯데월드몰 뿐만 아니라 연세대 백양로 프로젝트 신축 지하주차장에서도 이와 비슷한 공간이 확보되고 있다.

하지만 이 곳에는 전기차 주차공간과 충전기는 마련되어 있지만, 일반 고객에게 전기차 주차공간임을 알리는 안내문 등은 부착되어 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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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오닉 일렉트릭 오너 J씨는 “정부가 반복적으로 2km 당 한 대 꼴로 전기차 급속충전기를 만들겠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지만 전기차 오너의 입장에서는 이같은 정책이 무의미하다”며 “시민의식 개선, 전기차 충전기 관리 시스템 개선 등이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지디넷코리아는 앞으로 전기차 오너들이 겪는 각종 불편과 개선 사안에 대해 집중적으로 보도할 예정이다. 전기차를 운전하면서 낭패를 겪거나 인프라 개선 사안이 있으면 이메일(jaehwan.cho@zdnet.co.kr)로 보내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