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벌었는데...재미 본 기아차, 손해 본 현대차

기아차, 고수익 RV 호조...현대차, 신흥국 부진 발목

카테크입력 :2016/07/27 11:47    수정: 2016/07/27 13:11

정기수 기자

상반기 성적표를 받아든 현대자동차그룹의 형제 계열사인 현대·기아차의 희비가 갈렸다. 양사 모두 매출이 늘어나며 장사는 잘했지만, 현대차는 이윤이 줄어들며 실속을 챙기지 못했다. 반면 기아차는 수익도 크게 늘며 재미를 톡톡히 봤다.

맏형인 현대차는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신흥시장 판매 부진의 파고를 넘지 못하고 매출이 늘고도 영업이익이 줄었다. 반면 기아차는 고수익 차종의 판매 확대가 수익성 향상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기아차는 27일 올 상반기 영업이익이 1조4천45억원을 기록, 전년동기 대비 20.8% 급증했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매출액도 14.7% 늘어난 27조994억원을 기록했다.

서울 양재동 현대차그룹 사옥(사진=지디넷코리아)

특히 기아차는 올 2분기 '어닝 서프라이즈' 수준의 호실적을 거뒀다. 기아차의 2분기 매출액은 14조4천500억원, 영업이익 7천709억원으로 집계됐다. 기아차의 매출액은 지난해 2분기부터, 영업이익은 지난해 3분기부터 각각 전년대비 증가로 전환된 이후 올해 2분기까지 매분기 전년 대비 플러스 성장을 이어오고 있다. 2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전년동기 대비 각각 16.1%, 18.5% 늘었다. 전 분기 대비로도 각각 14.2%, 21.7% 증가하며 큰 폭의 성장세를 이어갔다.

2분기 매출액은 2010년 IFRS 도입 이후 분기 기준 최고치다. 영업이익 역시 지난 2014년 2분기(7천697억원) 이후 처음으로 7천억원을 넘어섰다. 분기 기준으로는 2013년 2분기(1조1천264억원) 이후 최고 기록이다.

기아차는 올 상반기 전 세계 시장에서 전년 대비 2.3% 증가한 147만대를 팔았다. 중국과 신흥시장에서는 경기 둔화로 수요가 줄었지만, 미국·유럽 등 주요 선진 시장에서의 선전이 감소분을 상쇄시켰다. 내수시장에서는 카니발·쏘렌토·스포티지 등 RV 판매 호조에 최근 출시한 K7·니로·모하비의 신차효과가 더해지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9% 증가했다.

미국 판매는 볼륨차종인 쏘울과 K3의 판매 확대와 스포티지의 신차효과로 5.6% 증가했고, 유럽 판매는 승용차급의 판매 회복과 스포티지의 인기에 힘입어 전년 대비 14.8% 증가했다. 다만 중국에서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모델의 판매 확대에도 불구하고 시장 내 승용차급 수요 감소 등에 따른 경쟁심화의 영향으로 지난해보다 5.8% 감소했다.

기아차 관계자는 "원·달러 환율 상승과 K7 등 신차효과, 그리고 RV 판매비중이 확대됨에 따라 이익이 크게 늘었다"며 "불확실한 경영환경 속에서도 주요 시장 신차 투입과 고수익차종 비중 확대 등을 통해 하반기에도 수익성 방어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현대차의 상반기 실적은 만족스럽지 못했다.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신흥시장 판매 부진이 지속됐고 북미시장의 경쟁 심화로 재고 소진을 위한 인센티브가 증가하며 매출이 늘고도 영업이익은 후진했다.

현대차는 전날 상반기 매출액은 7.5% 늘어난 47조273억원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다만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7.0% 감소한 3조1천42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 역시 6.6%로 전년동기 대비 1.0%p 빠졌다.

실적 부진의 가장 큰 이유는 신흥국 판매 부진이다. 현대차는 올 상반기 전 세계에서 239만3천241대를 판매, 전년동기 대비 0.9% 감소했다. 내수 판매는 35만6대를 기록, 4.4% 증가했지만 해외시장에서 1.8% 감소한 204만3천235대를 판매하는 데 그쳤다. 판매 비중이 큰 중국 시장에서는 2.5% 판매가 늘며 선전했지만, 러시아와 브라질 시장에서 각각 11.9%, 13.6% 판매가 감소하며 전체 실적의 발목을 잡았다.

다만 2분기 실적은 크게 향상하며 향후 실적 개선에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현대차는 올 2분기 글로벌 시장에서 16.1% 늘어난 128만5천860대를 판매했다. 매출액은 24조6천767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8.1% 늘었다. 특히 영업이익은 1조7천618억원으로 0.6% 증가하며 2014년 1분기 이후 9분기 만에 전년 대비 감소세에서 벗어났다. 전분기 대비로도 영업이익은 31.2%, 매출액은 10.4% 각각 늘었다. 영업이익률 역시 네 개 분기 만에 반등, 1.0%P 이상 상승하며 7%대에 진입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상반기 전체적인 실적은 신흥시장 수요 부진 등 부담으로 전년동기 대비 다소 둔화됐다"면서 "다만 올해 1분기 대비해서 2분기에는 개선된 모습을 보였으며, 하반기에도 점진적인 실적 개선세가 유지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양재동 현대차그룹 사옥에 전시된 제네시스 G80(사진=지디넷코리아)

현대·기아차는 모두 올 하반기 경영환경이 녹록치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내수시장에서는 정부의 개별소비세 인하 종료로 소비심리가 위축돼 판매 확대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여기에 노조 파업과 하계휴가·추석 연휴 등에 따른 모자른 조업 일수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에 따른 유럽시장 침체 우려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한반도 배치 결정으로 인한 중국시장 판매 감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우선 현대차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선다.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에는 준준형 SUV 투싼과 소형 SUV ix25의 생산량을 늘리고 판촉을 강화한다. 미국 시장에는 중형 SUV 싼타페를 조지아 공장뿐 아니라, 앨라배마 공장에서도 생산, 공급량을 연 5만대 수준으로 확대한다. 인도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소형 SUV 크레타는 러시아·브라질 등에 출시한다.

특히 미국 시장을 필두로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의 글로벌 시장 출시를 본격화 한다. 현대차는 다음달 제네시스 G80를, 9월에는 G90(국매명 EQ900)를 각각 북미 시장에 선보인다. 이어 9~12월 중동과 러시아에서도 두 차종을 순차적으로 내놓는다. 내수시장에서는 하반기 신차 중 최대어로 꼽히는 '신형 그랜저'를 오는 11월 말 조기 투입한다.

구자용 현대차 IR담당 상무는 전날 컨퍼런스콜에서 "상반기 개소세 인하에 따른 선수요 발생으로 (개소세가 환원되는)하반기에는 (내수시장에서)수요가 다소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SUV와 친환경차 공급 확대 및 노후경유차 신차지원 프로그램 등으로 대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하반기 내수시장에서 신형 그랜저 조기 출시와 제네시스 G80 판매 확대 등으로 판매 절벽 우려를 불식시킬 것"이라며 "해외시장에서는 G80와 G90 출시를 통해 제네시스 브랜드의 인지도를 제고하겠다"고 덧붙였다.

하이브리드 SUV 니로(사진=기아차)

기아차는 대당 판매단가가 높은 고수익 RV 차종의 생산·판매 비중을 적극적으로 확대해 판매 및 수익성을 동시에 향상시킨다는 전략이다. 이 중 올해 상반기부터 미국·유럽·중국 등 글로벌 시장에 투입되기 시작한 신형 스포티지가 하반기 본격적으로 판매되면 기아차 RV 판매는 크게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내에서 판매 호조를 보이고 있는 니로 역시 하반기 유럽과 중국 등에 투입될 예정이다. 유럽에서는 니로·K5 왜건·신형 프라이드 등의 신차 출시로 판매 확대에 나설 계획이다.

중국에서는 볼륨차종인 신형 K2 출시와 함께 중서부 지역의 신규 딜러망 확충으로 질적 성장을 달성하는 한편, 지난 5월부터 가동하기 시작한 멕시코 공장을 적극 활용해 북미와 중남미 지역에서 시장점유율을 확대해나갈 방침이다. 내수시장에서는 신형 모닝의 출시가 예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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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차 한천수 재경본부장(부사장)은 이날 컨퍼런스콜에서 "내년 이후 중국에서 쏘렌토급 현지전략 모델 등 신규 라인업을 추가로 확대하겠다"며 "내년 유럽에서도 B 세그먼트 CUV를 새롭게 선보여 기존 스포티지와 함께 판매 호조 모멘텀을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도록 RV 라인업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내수 최대 볼륨차종인 모닝의 풀체인지(완전변경) 신형 모델을 4분기 출시할 예정"이라며 "새로운 디자인과 개선된 상품성으로 확실한 경차 1위를 굳힐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