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핀테크 글로벌 진출 희망 보인다

인터넷입력 :2016/07/27 12:19

손경호 기자

국산 핀테크 기술이 글로벌 시장에서 이름을 알리고 있다. 이전까지는 핀테크 액셀러레이터, 현지 회사들과 양해각서(MOU)를 주고 받는 정도에 그쳤다면 지금은 공동으로 비즈니스를 해보자는 구체적인 논의가 오가는 중이다. 실제로 성과를 낸 스타트업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국내 핀테크 스타트업들이 가장 최근 성과를 냈던 곳은 영국 런던이다. 브렉시트 여파로 현지 핀테크 스타트업들이 베를린 등 다른 나라로 이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전 세계를 잇는 금융허브라는 점에서 국산 핀테크 기술의 영국 진출이 주는 상징적인 의미는 크다.

국내 핀테크 스타트업들이 영국 등 글로벌 시장에서 비즈니스 성과를 거두는 중이다.

눈에 띄는 성과를 낸 것은 금융보안솔루션 분야다.

에버스핀은 앱을 실행할 때마다 혹은 일정 시간마다 내부 보안모듈이 바뀌는 다이내믹 보안 솔루션 '에버세이프'를 개발, 공급 중이다. 하영빈 에버세이프 대표에 따르면 글로벌 IT기업인 오라클은 본래 자사 클라우드 서비스에 대한 보안 강화 방안을 찾던 중 에버세이프를 알게 됐다. 실시간으로 소스코드를 바꾸는 기술에 대해 여러가지 문의를 하다가 아예 유럽시장에서 같이 영업을 하자는 제안이 왔다. 이를 통해 에버스핀은 오라클이라는 강력한 파트너를 등에 업고 유럽 시장에 진출할 수 있게 됐다. 오라클은 에버세이프 서비스를 위한 클라우드 플랫폼과 영업망을 지원한다.

하 대표는 "보안기술면에서는 세계 1위라고 자부한다"며 "오라클과 협력해 3년 내 세계시장에서 1천만달러 이상 매출을 달성하는 것이 1차 목표"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인터페이의 협업모델도 주목할만한 성과다. 이 회사는 안드로이드폰 내 보안영역인 트러스트존(TrustZone, TZ)에 금융사가 제공하는 일회용 비밀번호(OTP)를 생성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국내서는 신한카드, 삼성카드와 함께 최근 신한은행이 서비스 중인 써니뱅크에도 적용했다. 코스콤과 협력해 공인인증서 없이 사용할 수 있는 차세대 인증서비스를 공동개발해 증권사에 공급한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핀테크 데모데이 인 런던에 참석한 임종룡 금융위원장(가운데).

흥미로운 점은 인터페이가 글로벌 반도체 회사인 ARM, 젬알토 등이 합작투자해 설립한 트러스토닉, 인터페이처럼 트러스트존을 활용한 보안앱을 개발, 공급 중인 영국 런던 거래소 상장사인 인터시드와 공동 마케팅에 나섰다는 사실이다.

트러스토닉은 트러스트OS라는 보안OS를 만들어 트러스트존을 구현할 수 있도록 특허기술을 라이선싱한다. 인터페이와 인터시드는 이러한 원천기술을 활용해 보안기능을 가진 앱을 만들어 공급한다. 이들은 공동 마케팅을 통해 국내서 인터페이가 만든 기술을 영국을 포함한 글로벌 시장에 제공할 수 있는 영업망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핀테크 데모데이 인 런던'을 통해 공동마케팅 계약을 체결한 리차드 패리스 인터시드 최고경영자(CEO)는 "인터페이의 인증 플랫폼은 완성도가 높고, 보안에 까다로운 한국시장에서 다년간 검증된 서비스라는 점이 강점"이라고 말했다. 김근묵 인터페이 대표는 "올해 안에 세계시장에서 500만달러, 3년 내 2천만달러 이상 매출을 내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IBK기업은행과 협업 중인 블록체인 전문 스타트업 코빗은 유럽-아프리카 간 국제송금 및 아프리카 내 송금, B2B결제 서비스를 제공 중인 영국 비트페사와 제휴해 아시아-유럽-아프리카 간 국제송금서비스인 '하이픈'을 제공한다. 코빗 관계자는 "그간 미국, 아시아, 호주 등 25개국에 이어 영국과 아프리카에도 우리 기술을 활용한 해외송금 서비스를 제공하게 됐다"며 "앞으로 3년간 약 30억원 이상 매출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SC제일은행과 협력해 은행직원이 고객이 있는 현장으로 이동해 태블릿을 활용한 예금, 대출, 카드발급 등 서비스를 제공하는 모빌리티 플랫폼을 공동 개발했던 자영테크는 이날 영국 스탠다드차타드그룹으로부터 기술개발비로 25만달러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마이클 고리츠 스탠다드차타드 그룹 최고정보책임자(CIO)는 "한국에 우수한 기술력을 가진 핀테크 기업이 많다는 이야기를 들어 직접 와보고 싶었다"며 "자영테크가 보유한 현장 카드 발급 기술은 금융 인프라가 부족한 개발도상국에서 활용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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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영 포럼, 핀테크 데모데이 인 런던 참석차 영국에 방문한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이날 "글로벌 핀테크 선도국인 영국에서 핀테크 데모데이를 개최하게 된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하며 "한국은 핀테크 육성을 위한 출발이 조금 늦었지만 규제개선, 핀테크 생태계 조성 등을 통해 혁신적인 핀테크 서비스가 출시되는 등 관련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임 위원장은 "뛰어난 ICT기술과 역동성을 바탕으로 핀테크가 빠르게 발전 중인 한국과 핀테크 강국 영국이 긴밀하게 협력해 나간다면 글로벌 금융혁신 모델을 만들어 나갈 수 있을 것"이라며 두 나라 간 지속적인 협력을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