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발목 잡힌 현대차...노조, 5년 연속 파업

19일부터 돌입...현대重과 23년 만에 동시파업

카테크입력 :2016/07/18 17:08

정기수 기자

현대자동차가 2012년 이후 5년 연속 노사분규 사업장이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현대차 노조는 중앙노동위원회로부터 '조정중지' 결과를 통보받아 파업의 합법성도 확보한 만큼, 이번주 세 차례 파업을 시작으로 사측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여간다는 계획이다.

노조의 파업이 현실화된 만큼, 국내외 시장에서 실적 부진을 겪고 있는 현대차에 적지 않은 타격을 입힐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올 들어 글로벌 경쟁 심화와 신흥국 침체는 물론 최근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한반도 배치 등에 따라 현대차를 둘러싼 불확실성은 확대되고 있다.

사측은 악화된 대내외 경영환경이 하반기 실적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 해외법인장들을 본사로 불러모아 해법 모색에 나섰지만 노조의 파업으로 또 한 번 발목이 잡히게 됐다.

지난달 16일 오후 울산공장에서 열린 현대차 노조 2016년 임투출정식(사진=현대차 노조 홈페이지 캡처)

현대차 노조는 19일 1·2조 근무자가 각 2시간 부분파업한다. 이어 20일에는 1조만 4시간, 21일에는 2조만 4시간 파업하고 22일에는 1조는 6시간, 2조는 전면파업에 각각 돌입한다. 파업을 하는 19일부터 특근과 잔업도 거부한다.

노조는 앞서 이달 13일 전체 조합원 4만8천806명을 대상으로 파업 돌입 여부를 묻는 찬반투표를 실시, 4만3천700명(투표율 89.54%)이 투표에 참여해 3만7천358명(재적 대비 76.54%, 투표자 대비 85.49%)이 찬성해 가결됐다. 지난 15일에는 중노위에 제기한 노동쟁의 조정신청에 대해서도 '조정중지' 결정을 받아 합법적인 파업권을 획득했다.

현대차 노사는 지난 5월 17일 임협 상견례 이후 총 14차례 협상을 가졌지만 이견 조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올해 임협에서 ▲임금 15만2천50원(기본급 대비 7.2%) 인상 ▲전년도 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 ▲해고자 2명 복직 ▲고용안전대책위원회 ▲아산공장 신규라인 증설 ▲통상임금 확대 요구 ▲일반·연구직 조합원(8천여명)의 승진거부권 부여 등을 요구하고 있다.

사측은 대내외 경영환경이 악화된 상황에서 노조의 요구안에 대해 난색을 표하고 있다. 사측은 노조 제시안과 별도로 현행 '만 59세 동결, 만 60세 10% 임금 삭감' 수준에서 '만 59세와 만 60세 각각 10% 임금 삭감'으로 임금피크제를 확대하는 것과 위법·불합리한 단체협약 조항 개정, 위기대응 공동TF 구성 등을 노조에 요구했다.

현대차는 노조의 파업으로 2012년 1조7천48억원, 2013년 1조225억원, 2014년 9천100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세 차례 부분파업과 하루 정치파업 등으로 2천687억원의 생산 차질을 입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사진=현대차그룹)

사측은 실적 하락에 대비해 하반기 대응방안 모색에 나서고 있지만, 노조는 파업 돌입을 예고하며 엇박자가 나고 있는 모양새다. 노조의 파업을 하루 앞둔 18일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서울 양재동 본사에서 상반기 해외법인장 회의를 직접 주재하면서 글로벌 저성장 지속, 신흥시장 침체 심화 등 힘겨운 시장상황이 지속되고 있다고 강조하고, 참석자들에게 혁신과 변화를 통한 하반기 대응방안을 주문했다.

업계 관계자는 "노조의 파업이 사측의 판매 확대 노력에도 찬 물을 끼얹고 있는 셈"이라며 "노조의 파업으로 생산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면 실적에 악영향을 끼치게 된다"고 말했다.

실제 노조가 파업에 돌입하게 되면 현대차의 볼륨 모델인 아반떼, 쏘나타 등은 물론 11월말 출시를 앞두고 있는 플래그십 세단 신형 그랜저 등 판매 확대를 위한 신차들의 생산 일정 차질도 불가피하다. 해외시장에서 출시를 앞두고 있는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의 판매와 이미지에도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업계에서는 임금 인상을 비롯해 통상임금, 임금피크제 등 각 안건에 대한 노사간 견해차가 커 다음달 초부터 시작하는 하계휴가 전 타결이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현대차 노조는 이번주 현대중공업 노조와 세 차례 같은 날 파업한다. 현대중공업 노조 역시 19, 20, 22일 3일간 부분파업에 들어갈 계획이다. 지원 사업본부가 19일 오후 2시부터 3시간, 20일에는 전 조합원이 오후 1시부터 4시간 각각 파업한다. 22일에는 전 조합원이 오전 9시부터 7시간 파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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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사 노조는 노조는 오는 20일 민주노총 울산본부 주관의 태화강 둔치 집회에 참가하는 형식으로 연대 파업에 나설 예정이다. 두 회사 노조의 공동 파업은 1993년 현대그룹노조총연합(현총련) 파업 이후 23년 만이다. 현대차 노조는 이어 22일에는 기아차 노조 등 현대·기아차그룹 사업장 노조와 함께 금속노조의 총파업에 참여하며 파업 수위를 높여나간다는 계획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가뜩이나 어려운 시기에 노조가 파업을 선택한 것은 유감"이라며 "파업 피해가 노사는 물론, 협력사까지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