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산업혁명①]왜 'C-뉴딜'이어야 하나

“나라를 통째로 바꿔야 한다”

방송/통신입력 :2016/07/13 11:31    수정: 2016/07/14 10:29

4차 산업혁명이라는 쓰나미가 지금 전(全) 지구를 덮치고 있다. 우리도 그 사정권 안에 있다. 이 혁명은 인류의 경제 상식과 생활을 송두리째 뒤바꿀 것이다.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나라의 미래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 지디넷코리아는 새로운 혁명의 파고 속에서 대한민국이 헤쳐 나가야 할 방향을 찾기 위해 긴급 시리즈를 구성했다. 그리고 ‘창조적 뉴딜’을 그 방법론으로 제언한다.[편집자註]

■글 싣는 순서

①왜 ‘창조적(Creative)뉴딜’이어야 하나

②알파고가 답은 아니다

③창조경제혁신센터를 전진기지로

④정치와 정부부터 바꾸자

⑤4차산업혁명 전문가 좌담회

■4차 산업혁명, 과거와 무엇이 다른가

인류의 오랜 숙제는 생산성 고도화였다.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그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관건은 과학기술이었다. 그리고 과학기술의 급진적인 발전은 혁명을 낳았다. 1, 2, 3차 산업혁명이 그것이다. 이 혁명은 산업구조 뿐만 아니라 의식과 교육을 비롯해 생활 전반을 획기적으로 바꾸어놓았다.

그런데 4차 산업혁명은 과거와 질적으로 크게 다르다.

기존의 산업혁명은 기술의 발전이 생산성을 급속히 높이고 그로 인해 급격히 변화된 사회현상을 사후에 일컫는 용어였다. 혁명의 진행방향이 기술 발전 → 생산성 향상 → 사회 변화 → 사후인식 순이었다는 뜻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 유망산업(자료 BCG, WEF,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종합)

4차 산업혁명은 그러나 그 진행방향이 반대일 수 있다.

과거와 달리 ‘생산성 고도화’가 더 이상 결정적인 숙제가 아니라는 점에서 그렇다. 지금의 지구적 경제 위기는 오히려 ‘생산성의 고도화’ 탓에 생긴 결과다. 공급 부족이 문제가 아니라 과잉이 더 큰 문제다. 물건을 만들어 봐도 팔 데가 없다. 생산라인이 멈춰 선다. 실업자가 늘어나고 소비는 줄어든다. 투자할 곳이 없으니 돈 빌리는 기업도 사라진다. 그 결과 인류 초유의 마이너스 금리 세상이 됐다.

기술을 발전시키는 것만으로는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사회적 합의와 의식의 변화가 기술 발전 못지않게 중요한 숙제로 대두됐다는 뜻이다. 그러면서도 나라끼리 경쟁해야 하고 나라 별로 환경 또한 다르다.

4차 산업혁명은 그래서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자연스럽게 진행됐던 기존 산업혁명보다는 미래에 대한 구상과 의식 개혁을 통해 세상을 일거에 전면적으로 바꾸었던 사회혁명과 양태상으로는 더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윤종록 정보통신산업진흥원장은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엔진만 잘 만든다고 자동차가 빨리 달리는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며 “도로 개선 및 신호 시스템 정비 등 모든 요소가 동시에 변해야 한다”고 비유적으로 설명했다.

■우리는 왜 ‘창조적 뉴딜’을 해야 하는가

‘창조적 뉴딜’이라는 슬로건은 어쩌면 모순의 조합이다.

‘뉴딜’이라는 단어에서는 전체주의적이고 국가주의적인 냄새가 풍기는 반면 ‘창조적’이라는 어휘는 자유주의에 더 가깝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의 4차 산업혁명 추진 방법론은 ‘창조적 뉴딜’ 곧 'C-뉴딜(C는 Creatve·Corea의 의미)'이어야 한다.

그래야 하는 분명한 3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4차 산업혁명은 ‘사회 전반의 의식 개혁’과 불가분의 관계가 있다.

정부는 지능정보기술(인공지능)이 제4차 산업혁명을 일으킬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민관이 주도해 지능정보기술을 키워야 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과거에 진행됐던 경제개발계획이나 산업 육성정책 만으로는 4차 산업혁명을 통해 원하는 결과를 얻기 힘들다. 기술 진흥과 기업의 생산성 향상만이 숙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교육과 법제도 그리고 사회문화까지 국가적 인프라가 총동원돼야 한다. 기존 경제관념을 전복시키고 나라를 통째로 바꿔야하는 일이다.

국가적인 ‘뉴딜’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둘째, 4차 산업혁명을 위한 ‘뉴딜’은 그러나 ‘개발독재’와 차원이 달라야 한다. ‘민간의 창조적 아이디어’만이 4차 산업혁명의 자양분이기 때문이다. 국가적인 뉴딜이면서도 자유주의적 창의 정신이 최대한 발양돼야 한다.

이민화 벤처기업협회 명예회장은 “4차 산업혁명에서는 혁신만이 가치 창출을 하게 되고, 전통적 조직 운영의 비중은 극도로 축소된다”고 말했다. 생산성(=효율)보다 창의적 혁신이 미래 경쟁력의 핵심요소라는 뜻이다.

셋째, 우리에게 4차 산업혁명은 철저하게 한국적이어야 한다.

4차 산업혁명의 화두는 결국 극한의 기술발전과 생산성 고도화로 빚어진 지구적 경제위기 속에서 대한민국의 경제를 어떻게 유지 발전시키느냐의 문제다. 지구적 환경과 우리의 체력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선행돼야 한다.

미국, 독일, 일본 등 해외사례를 연구하되 철저히 우리에게 맞는 ‘옷’을 창의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베끼는 걸로는 안 된다.

C-뉴딜은 그래서 4차 산업혁명에 즈음하여 대한민국(Corea)을 범국가 차원에서 창의적(Creatve)으로 혁신하자는 의미를 갖는다.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는 최근 발족한 국회 제4차 산업혁명포럼 창립총회 축사를 통해 “미래일자리문제는 4차 산업혁명 분야를 얼마나 제대로 준비하느냐에 달려있다”며 “미래는 기다리는 게 아니라 만들어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4차 산업혁명에 대한 국가적 대비가 ‘C-뉴딜’이라는 의미와 상통한다.

■정부와 정치가 먼저 혁명을 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은 그야말로 가치를 전도시키는 ‘혁명’이다. 특히 산업혁명과 사회혁명을 동시에 의식적으로 수행하는 작업이다.

그 씨앗과 자양분은 민간에 있다. 그 씨앗에 자양분이 잘 스며들도록 하는 데 국가적인 인프라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그 인프라는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새로운 방식이어야 한다. 정부와 정치가 혁명적으로 바뀌어야만 한다.

첫째, 혁명적으로 소통해야 한다. 정부와 정치는 이제 끼리끼리 만을 위한 권력기관에서 전체를 위한 준엄한 심판이되 씨앗을 보살피는 서비스 기관으로 바뀌어야 한다. 제대로 된 소통이 그 첫걸음이다. 정부는 부처 사이 칸막이를 허물고 이야기해야 하고 민간의 민원에 모든 신경을 집중해 귀를 기울여야 한다.

정치는 여야를 뛰어넘어 대국적 차원에서 논의하고 민간의 민원을 천심으로 여겨야 한다.

여야 비례대표 1번 의원들이 주도하는 국회 4차산업혁명 포럼이 본격 출범한다. 사진 왼쪽부터 신용현 국민의당·송희경 새누리당·박경미 더불어민주당 의원 (송희경 의원 페이스북 제공)

둘째, 길게 봐야 한다. 4차 산업혁명은 산업혁명이자 사회혁명이지만 일거에 모든 걸 전복시킬 수 없는 난해한 혁명이다. 국가 인프라를 총동원해도 단기에 구체적인 성과물을 내올 수 없을 가능성이 높다. 면밀히 검토해 길게 보고 장기적 과제로 추진해야 하며 정권이 바뀌어도 유지될 수 있는 성질이어야 한다.

이는 한 정권에서 후딱 해치우거나 한 정권이 성과를 독차지할 사안이 아니다. 여야가 소통하고 협력해야 할 이유도 거기에 있다.

4차 산업혁명은 추진과정도 그 과실도 개방되고 공유돼야 한다. 여야와 정부-민간이 제대로 공유할 때만 4차 산업혁명의 과실을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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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환 카이스트 교수는 “구체적인 실천 전략을 수립하는 것도 꼭 필요한 일이지만 사회 지도층의 전문성과 진정성이 담보되지 않는다면 제4차 산업혁명 또한 허울만 그럴 듯한 또 하나의 유행병일 뿐”이라고 말했다.

과거 산업혁명은 특정 기술이 주도한 변화였지만 4차 산업혁명은 마이너스 금리처럼 기존 경제관념이 거꾸로 뒤집힐 만큼 이미 생산성이 고도화한 상태에서 의지적 노력과 사회적 합의로 생태계를 만드는 일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