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이어 T모바일"…화웨이, 특허소송 노림수는?

표준특허 라이선스 강조…기술력 과시 의도도 있는듯

홈&모바일입력 :2016/07/07 14:08    수정: 2016/07/07 16:06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중국 업체 화웨이의 특허 공세가 예사롭지 않다. 지난 5월 삼성을 전격 제소한 데 이어 이번엔 미국 통신사인 T모바일을 공격하고 나섰다.

화웨이가 T모바일이 자사 4G 특허를 무단 도용했다면서 텍사스 동부지역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고 주요 외신들이 6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화웨이는 ‘공정하고 합리적이고 비차별적인(FRAND)’ 조건을 내세워 4G 라이선스 계약을 요구했음에도 불구하고 T모바일이 응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번 소송은 여러 가지 면에서 삼성 제소건과 닮은 부분이 있다. 일단 화웨이가 원하는 건 금전적 보상이 아니다.

■ "FRAND 협상 성실하게 임했다는 판결 내려달라"

법원 제출 문건에 따르면 화웨이는 크게 네 가지 요구 조건을 제시했다.

우선 화웨이는 자신들의 FRAND 조건을 충실하게 이행했다는 평결을 해 줄 것을 요청했다. 다시 말해 T모바일을 상대로 4G 표준 특허들에 대해 성실하게 라이선스 조건을 제시하고 협상을 유도한 점을 인정해달라는 것이다.

이와 함께 자신들이 T모바일에 제시한 라이선스 조건들이 FRAND 주장과 합치한다는 평결도 내려달라고 요구했다. 또 자신들이 성실하게 협상을 요구했지만 T모바일은 이에 제대로 응하지 않았다는 평결도 요구했다.

마지막으로 화웨이는 법원이 합당하다고 생각하는 구제 조건을 적용해 줄 것도 함께 요구했다.

물론 화웨이는 이런 선언적 판결과 함께 T모바일이 자신들의 4G 네트워크 표준 특허 14개에 대한 네 건의 특허 침해 소송도 함께 제기했다고 밝혔다.

화웨이는 또 이번 소장에서 자신들의 특허를 도용한 T모바일에 라이선스 계약을 요구한 정황도 상세하게 기술했다.

화웨이가 지난 해 스마트폰 판매량 1억대 돌파를 자축하던 모습. (사진=화웨이)

문건에 따르면 화웨이는 2014년 1월 6일 4G 네트워크 필수 표준특허를 포함한 라이선싱 프로그램에 대한 논의를 하기 위해 T모바일과 접촉했다. 이 자리에서 화웨이 측은 T모바일 망에서 사용한 기술 중 자신들의 특허기술에 해당되는 것들을 구체적으로 통보했다고 밝혔다.

이후 화웨이는 본격적으로 협상을 진행하기 위해 비밀유지 협약을 요구했다. 하지만 T모바일은 그해 6월23일 상호 비밀유지협약에 서명하기를 거부했다.

계속 협상을 했지만 T모바일이 성실하게 임하지 않자 결국 지난 1월 16일과 30일 특허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다는 통보를 했다고 화웨이가 밝혔다. 이와 함께 화웨이는 T모바일에 자사의 181개 4G 무선망 필수표준 특허 목록도 함께 보내줬다.

이후에도 양측은 계속 문건을 주고 받았다. 하지만 T모바일은 결국 지난 5월2일 FRAND 제안을 거부한다는 통보를 해왔다고 화웨이가 밝혔다.

화웨이는 6월11일 T모바일이 어떤 표준 특허를 위반했는지를 구체적으로 적시한 차트를 보내줬다. 그런 다음에도 성실한 협상 자세를 보이지 않음에 따라 소송을 제기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 기술투자-특허 포트폴리오 강조…삼성 때와 비슷

이번 소장에서 화웨이 측은 자신들이 T모바일과 협상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는지에 대해 상세하게 기술했다. 애당초 화웨이가 노리는 것이 손해배상이나 판매금지 보다는 라이선스 계약이란 점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접근 방식은 삼성과 소송 때 보여준 것과 비슷하다. 화웨이는 삼성과 소송 때도 자신들이 기술 투자를 얼마나 많이 하고 있는지에 대해 집중적으로 강조했다.

화웨이는 삼성을 제소할 때도 자신들이 연구개발(R&D) 쪽에 엄청난 투자를 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지난 해 R&D 투자 비용은 91억8천만 달러로 전체 매출의 15.1%수준이라고 구체적인 수치까지 밝혔다.

화웨이는 이런 투자 덕분에 지난 해 전 세계에서 5만300건 특허를 취득했으며 미국에서 취득한 특허만 1천268건에 이른다고 공개했다.

구오 핑 화웨이 순환 CEO가 MWC2016 현장에서 기조연설을 했다.

또 삼성 제소 당시 화웨이는 특히 자신들이 이동통신 표준 특허를 대량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지난 1999년 국제표준특허 분석 업무를 담당하는 유럽전기통신표준기구(ETSI)에 가입한 뒤 활발하게 활동해왔다는 점도 부각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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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화웨이는 1999년부터 ETSI에 활동하면서 4만3천건 이상의 표준 기술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이 중 지난 해 제출한 건수만 5천400건에 이른다고 공개했다.

이런 부분은 이번 소장에도 모두 담겨 있다. 지난 번 소장을 그대로 활용했다는 느낌이 들 정도다. 그만큼 화웨이가 고도의 노림수를 갖고 삼성과 T모바일 등 IT 강자를 상대로 싸움을 걸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