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방송 정책·시장 대혼란에 빠져들다

공정위, SK-CJ 합병 불허…월권·외압설 논란

방송/통신입력 :2016/07/06 08:05    수정: 2016/07/06 08:06

공정거래위원회가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인수합병(M&A)에 대해 불허 결정을 내리자 두 회사는 물론이고 방송통신업계가 대혼란에 빠져들었다. 또 공정위 결정을 놓고 월권이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외압설까지 다시 불거질 태세다.

그만큼 이번 결정으로 인한 후폭풍과 시장 혼란이 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당초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 등 주무부처와 관련 업계는 대부분 '조건부 승인'을 예상해왔다. 관건은 경쟁제한성이 얼마나 크고 그것을 해소하기 위한 시정조치가 어느 정도 수준이냐에 맞춰져 있었다. 시정조치(미래부의 경우 인가조건) 만으로도 경쟁제한성을 해소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실제로 지난 3일만 해도 공정위가 '조건부 승인'을 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왔고 그 관측이 유력했었다.

SK텔레콤-CJ헬로비전 인수합병 공청회

업계 전문가들은 그 관측이 공정위의 여러 안 가운데 하나였을 것으로 분석한다.

당시 관측됐던 조건만 해도 '초강력 수준'으로 평가됐었다. 두 회사 합병 이후 CJ헬로비전의 24곳 지역 권역 가운데 15곳을 매각하라는 시정조치가 내려졌다는 내용이었다. 업계와 대부분의 언론은 그 정도 시정조치만 가지고도 SK가 CJ헬로비전을 사야 할 이유가 사라졌다고 분석했었다. 그만큼 강력한 시정조치여서 결국 SK가 CJ헬로비전 인수를 포기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대세가 될 지경이었다.

미래부 핵심 관계자는 당시 "사실을 확인해야겠지만, 실제로 그렇게 된다면 그 시정조치는 예상 밖으로 강력한 것"이라고 평가했었다.

하지만 실제 내용은 대부분의 예상을 빗나갔다. 합병은 물론 인수조차 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었다. 공정위는 그 어떠한 시정조치로도 SKT와 CJ헬로비전의 인수합병으로 인한 경쟁제한 요소를 해소할 수 없다고 판단한 셈이다.

공정위 이런 판단과 결정을 두고 지속적인 반발과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월권'과 '외압설'이 논란의 핵심이 될 전망이다.

공정위가 인수합병 불허 결정을 내린 결정적인 이유는 '유료방송 시장의 지역권역별 시장 지배력 강화 우려'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SK가 CJ를 인수합병할 경우 권역별로 독과점 구조가 되는 지역이 많아진다는 게 근거다.

현상적으로 볼 때 이 주장이 전혀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 논리는 지금까지 펼쳐온 정부의 방송정책을 통째로 뒤집는 것이라는 데 문제가 있다. 정부는 지금까지 유료방송 시장을 규제하기 위해 지역권역이 아니라 전국단위 점유율을 기준으로 삼아왔다, 치열한 논쟁 끝에 ‘전국단위 합산규제’ 안을 만든 것이다.

유료방송업계 한 관계자는 “그동안 케이블사업자는 권역별 규제를 받아왔지만, 전국단위 규제를 받는 IPTV사업자와의 형평성 논란 때문에 수년간 논쟁을 벌여왔다”며 “그 결과 전국 가입자를 기준으로 3분의 1을 넘지 않도록 하는 합산규제로 일원화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권역별 규제를 적용한 공정위 결론은 그런 현행법을 무시한 판단”이라고 비판했다.

실제로 합산규제에 따르면 현재 KT가 2위와 큰 격차를 벌이며 1위를 달리고 있다. SK와 CJ가 합쳐도 KT를 극복할 수 없는 수준이다. 따라서 공정위 결정은 지역권역의 경쟁제한을 해소하기 위해 되레 강력한 전국단위 1위 지위권만 강화해버린 셈이 된다.

설사 차후 규제를 다시 지역권역으로 바꿔야 한다고 할지라도 그건 시장구획을 다시 결정하기 위한 면밀한 논의와 합의가 필요한 사안이다. 그런 법이 합의를 통해 새로 정해진 뒤에야 이번과 같은 결정이 내려져야 합리적이라는 뜻이다.

따라서 이번 결정은 그야말로 초법적인 것이다.

이 결정은 또 월권을 넘어 시장 생태계를 크게 파괴한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케이블TV 업계는 유료방송시장의 중심축이 IPTV로 넘겨지면서 대부분 경영위기에 빠진 상태다. 시장의 구조조정이 요구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공정위 지적대로라면 시장의 구조조정은 아예 불가능하다. 이미 유료방송의 지역권역은 대부분 독과점 방식으로 형성돼 있다. 따라서 그 어떤 곳도 M&A가 되면 독과점이 강화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M&A가 원천적으로 금지돼야 한다.

케이블 업계 한 관계자는 “합산규제 역시 자유로운 시장경쟁을 인위적으로 제한할 수 있다는 지적 때문에 3년 한시법으로 만든 것이고 현행법상 권역별 규제가 없는 상황에서 공정위의 결론은 방송정책에 대한 월권행위”라며 “케이블사업자는 지역 독점을 허용한 정부정책을 기반으로 성장해 왔는데 여기에 지역 독점이란 경쟁제한성의 딱지를 붙이면 앞으로 M&A를 하지 말라는 것과 같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케이블업계 다른 관계자도 “지역독점을 기반으로 성장해 온 케이블 가입자들이 문제여서 인수합병이 안 된다면 결국 지역 케이블 가입자를 줄여야 한다는 것인데 그럼 방송의 중요 항목인 지역성을 훼손시키라는 것이냐”며 “공정위의 결론은 케이블사업자들에게 고사당하라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 합병을 반대하는 KT와 LG유플러스 등 통신업계가 가장 우려했던 점은 이처럼 유료방송 시장의 문제가 아니라 이동통신의 시장지배력 전이에 있었음에도, 유료방송시장의 경쟁제한성을 문제 삼았다는 점도 공정위의 무지를 드러낸다.

월권으로 인한 또다른 문제는 향후 인가심사를 해야 하는 미래부와 방통위도 상당한 부담을 떠안게 됐다는 점이다.

속으로는 공정위 결정에 문제가 많다고 생각하지만 이를 정면으로 거스르기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미래부의 한 관계자는 “공정위의 전원합의체 결론이 남은 상황이고 현재는 공정위 사무처의 판단일 뿐”이라며 “사업자들로부터 의견수렴 과정도 남았고 공정위의 공식적인 결론이 나올 때까지 미리 예단해서 얘기하는 어렵다”고 조심스런 입장을 보였다.

공정위 결정은 이처럼 시장과 업계가 바라는 기본적인 기대와 방송통신 생태계의 진화 방향성, 또 오랜 토론 끝에 내린 정책 방향 등을 송두리째 무시한 것으로 평가된다.

따라서 그런 '이상한 결정'을 한 배경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상당수 전문가들은 그 답을 '외압설'에서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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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필요 이상으로 심사기간이 길어질 때부터 이 지적은 끊임없이 제기돼왔다.

상식을 가진 공무원이 스스로 판단해 내린 결론이라고 보기에는 그 내용이 너무 충격적이라는 게 상당수 전문가들의 견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