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韓 콘텐츠 시장 뒤흔들까

방송/통신입력 :2016/07/02 10:01    수정: 2016/07/02 11:06

글로벌 콘텐츠 공룡 넷플릭스가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은 물론 한국 드라마의 글로벌 유통에도 적극 나설 예정이다. 이러한 넷플릭스의 행보가 국내 콘텐츠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가 관심으로 떠올랐다.

지난 30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열린 넷플릭스 한국 미디어데이에서 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최고경영자(CEO)와 테드 사란도스 최고콘텐츠책임자(CCO)는 "한국 시장에 더 많은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넷플릭스는 월 9.99달러(한화 1만2천원)에 제공하는 콘텐츠를 무제한으로 감상할 수 있는 비디오 스트리밍 서비스다. 지난 1월 신규로 130개 국에 서비스를 출시해 현재 총 190개 국에서 이용가능하다. 경쟁 서비스에선 볼 수 없는 자체제작 콘텐츠인 오리지널 시리즈를 내세워 빠르게 가입자를 확보했고, 현재는 전세계 8100만명에 이르는 사람이 넷플릭스를 이용하고 있다.

넷플릭스는 일본,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에 이어 한국에서도 오리지널 콘텐츠를 직접 제작한다는 계획이다. 봉준호 감독의 신작 영화 ‘옥자', 주인공이 좋아하는 한국 드라마 속으로 들어간다는 내용을 담은 드라마 ‘드라마월드’, 한국 참가자들이 글로벌 서바이벌 게임 경쟁을 펼치는 예능 프로그램 ‘비스터 마스터스’ 등 다양한 한국 콘텐츠를 제작 중에 있고 곧 넷플릭스를 통해 전세계 사용자들에게 공개할 예정이다.

테드 사란도스 CCO는 “내년에 선보일 옥자가 한국의 첫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가 될 것이며 넷플릭스는 한국 오리지널 시리즈를 계속 선보이기 위해 탐색하고 있고 올해가 가기전에 더 많은 발표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넷플릭스는 이날 최신 한국 드라마를 전세계 시청자들에게 적극적으로 유통하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우선 올해 여름 내 미국, 캐나다, 남미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KBS '태양의 후예'를 서비스할 계획이다.

리드 헤이스팅스 CEO는 인터뷰에서 “한국은 수준높은 스토리텔링 역량이 구축되어 있어 있기 때문에 한국 드라마를 전세계 수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넷플릭스에게 중요한 시장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사진=씨넷코리아

넷플릭스, 한국 콘텐츠 시장에 어떤 영향 미칠까?

넷플릭스의 이런 행보는 한국 콘텐츠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미디어 전문가들은 국내 감독, 작가, 배우 등 콘텐츠를 만드는 ‘요소 시장’이 즉각 반응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넷플릭스는 오리지널 콘텐츠를 확보하기 위해 전세계 인기 감독, 작가, 프로덕션을 발굴하고 기존 영화 스튜디오나 TV방송사보다 훨씬 많은 제작비를 투자하고 있다. 넷플릭스가 제작비 5000만달러(약 570억) 전액을 투자한 봉준호 감독의 옥자는 한국 영화 사상 가장 많은 제작비가 투입된 영화로 기록될 예정이다.

그간 열악한 제작 환경에 놓여 있던 국내 콘텐츠 제작사들에게 넷플릭스의 투자는 오아시스 같은 존재일 수 밖에 없다. 최근 몇년 사이 중국 자본이 국내 콘텐츠 시장으로 쏟아져 들어오자 유명 프로덕션, 감독, 배우들이 즉각 반응한 것도 같은 맥락에 있다.

황근 선문대 교수(언론광고학부)는 “국내 20부작 드라마 제작비는 많아도 100억 내외로 넷플릭스 입장에선 미국에서 오리지널 콘텐츠를 만드는 것의 5분의1~10분의1 밖에 안되는 수준”이라며 넷플릭스가 돈을 쓰기 시작했을 때 국내 제작사들이 빠르게 몰려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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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방송 분야 미디어 전문가(박사)는 “태양의 후예가 흥행해 우리나라 문화 산업 성장에 기여한 것보다 중국 투자처 배만 불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것처럼 넷플릭스 투자에 대해서도 그런 우려가 있을 수 있다”며 “국내 콘텐츠 시장에서 외국 자본의 의존도가 높아진다는 점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콘텐츠의 글로벌 유통을 위해 국내 방송사들도 넷플릭스와 적극적으로 협력관계를 맺을 필요가 있다는 조언도 나온다. 황 교수는 "일본 후지티비는 넷플릭스와 자체 제작 시리즈를 만들고 해외 유통을 맡기는 등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있다"며 "넷플릭스를 경쟁관계로 보기보다 적극적으로 협력관계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