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 美 디젤게이트 합의금 17.9조...한국은 '모르쇠'

"국내서는 법적으로 임의설정 해당 안 돼" 주장

카테크입력 :2016/06/29 15:05

정기수 기자

폭스바겐 그룹이 디젤차량의 배출가스 조작을 위해 불법 소프트웨어를 장착한, 이른바 '디젤 게이트' 관련해 미국 소비자들에게 약 153억달러(약 17조9천억원)을 배상키로 결정했다.

폭스바겐은 미국 법무부, 캘리포니아 주, 미국 연방거래위원회 및 원고 측 운영위원회와 28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폭스바겐·아우디 2.0L TDI 디젤 엔진 차량에 대한 최종 배상안에 합의했다. 이는 당초 예상됐던 배상 금액인 100억달러를 크게 상회하는 수준이다.

이에 따라 미국 판매를 위해 생산된 약 49만9천대의 2.0L TDI 차량 중 현재 운행 중인 폭스바겐 차량 약 46만대와 아우디 차량 약 1만5천대는 차량 환매, 리스 종결, 혹은 배출가스 장치 개선(승인 시)의 조치를 받을 수 있게 됐다.

마티아스 뮐러 폭스바겐 그룹 회장(사진=폭스바겐)

폭스바겐은 2.0L TDI에 대한 합의안을 위해 최대 약 100억달러의 펀드를 설립할 계획이다. 이 금액은 대상 고객 100%가 참여하고 대상 고객 100%가 환매 혹은 리스 해지를 선택할 것이라는 전제 하에 책정된 금액이다.

전체 배상액 중 100억달러는 소비자 배상에 투입되며, 소유주 47만5천명에게 차량 평가액에 따라 1인당 5천~1만달러(약 600만~1천200만원)가 지급될 전망이다. 또 27억달러는 환경 개선을 위한 비용에 쓰이며 20억달러는 배출가스 저감 장치 등 친환경차 연구 비용 등에 사용될 예정이다.

폭스바겐은 아울러 미국 44개 주, 컬럼비아 및 푸에르토리코 특별구 법무부장관들과 디젤 이슈에 관련된 현존 및 잠재 소비자 보호 청구권을 약 6억300만달러에 해결하는데 합의했다. 폭스바겐은 이번 배상안에 포홤되지 않은 3.0L TDI V-6 디젤 엔진을 장착한 차량의 해결방안도 신속히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마티아스 뮐러 폭스바겐 그룹 회장은 "일을 바로 잡겠다는 우리의 약속을 신중하게 받아들이고 있으며 이번 합의안은 의미 있는 진전"이라며 "미국에서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아직 할 일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있다. 폭스바겐은 이슈를 해결하고 고객들을 위해 통합적이며 지속 가능한 모빌리티의 미래를 만들어가는 더 나은 회사가 되는데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폭스바겐은 법원이 최종 승인을 허락하는 즉시 합의 프로그램을 실시할 계획이다. 승인은 빠르면 올 가을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폭스바겐 측은 "다음달 26일에 열릴 예정인 공판에서 미국 캘리포니아주 주 연방지방법원이 이번 합의안에 대한 예비 승인을 내릴 경우 집단소송에 참여한 개별 청구인에게는 개인의 권한과 선택권에 대한 자세한 정보가 제공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폭스바겐은 이번 합의안이 미국을 제외한 다른 국가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폭스바겐 관계자는 "이번에 발표된 합의안은 폭스바겐의 법적 책임에 대한 시인은 아니다"면서 "폭스바겐의 미국 외 타관할권지역의 법률 또는 규정 상황에 적용되거나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 내 차량 질소산화물 배출 규정은 다른 국가 규정에 비해 훨씬 더 엄격하며 엔진 변종 또한 상당히 다르다"면서 "이런 이유로 미국에서의 기술 해결책 개발은 디젤차량에 대한 수리가 이미 시작된 유럽 및 다른 국가에 비해 훨씬 어렵다"고 덧붙였다

골프 2.0 TDI R-Line(사진=폭스바겐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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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폭스바겐이 미국에서 디젤 게이트와 관련, 천문학적인 규모의 배상안을 내놓은 반면 국내에서는 여전히 보상 책임을 미루고 있어 향후 차별 논란이 거세질 전망이다. 최근 국내 시장에서는 폭스바겐의 디젤차량에 이어 유로6 및 가솔린차량까지 배출가스 조작 의혹이 불거지고 있는 상황이다.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관계자는 "미국은 한국과 유럽에 비해 배출가스 기준이 6배나 엄격하다"면서 "한국과 유럽은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로 간단하게 문제 해결이 가능하고 연비와 성능에 문제가 없지만, 미국에서는 차량의 구조적 차이로 배출가스 시스템을 전면 교체해도 수리 후 배출가스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할 가능성이 있어 합의에 이르게 됐다"고 설명했다.

각 국가마다 법적 규정이 달라 디젤차량의 배출가스 불법 조작을 위한 SW의 임의설정 해당 여부가 다르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한국과 유럽에서는 법적으로 임의설정에 해당되지 않고 미국에서만 법적으로 임의설정이 문제된다"며 "유럽에서도 리콜만 진행되고 별도 보상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국내 리콜과 관련해서는 "리콜에 대한 환경부 승인을 받기 위해 지속적으로 협의 중"이라며 "문제를 보다 빠르게 해결해 소비자 피해가 최소화 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에 따르면, 아우디폭스바겐의 EA189엔진을 장착한 차량은 2007년 12월12일부터 2011년 12월30일까지 환경부로부터 인증을 받았다. 국내법상 임의설정 규정은 환경부 고시 제2011-182호를 통해 처음 도입됐다. 해당 고시는 2012년 1월1일부터 시행됐으며 해당 고시 시행 후 인증 신청을 하는 자동차부터 적용됐다. 또 임의설정과 관련된 처벌규정은 지난해 말 국회에서 통과돼 다음 달부터 발효될 예정이다.

힌편 국내에서 폭스바겐 디젤게이트 관련 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법무법인 바른 하종선 변호사는 "폭스바겐이 미국 이외의 국가의 고객들에 대해서는 배상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고집하고 있다"면서 "미국 고객들에 대한 배상안을 한국 고객들에게도 동일하게 적용시키도록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 변호사에 따르면 특히 미법무성이 제출한 합의문서인 일부동의명령에는 "아우디·폭스바겐이 차량의 성능에 영향을 주지 않고 용인할 수 있을 정도의 지체없이 배출가스기준위반 불법상태를 치유할 수 있는 기술적 방안이 없다는데 동의한다"는 명문문구가 들어가 있다. 이는 '한국과 유럽은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로 간단하게 문제 해결이 가능하고 연비와 성능에 문제가 없다'는 아우디폭스바겐 측 주장과 배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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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변호사는 또 "24일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의 인증담당이사를 구속한데 이어 서울중앙지검 형사5부는 2011년 배출가스저감장치인 EGR밸브 조작등에 대해 고의적 은폐혐의와 관련하여 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라며 "디젤차 집단소송의 승소분위기가 더욱 유리하게 조성돼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폭스바겐의 디젤 게이트 국내 소송 사건과 관련, 집단소송을 제기한 누적원고인단 수는 4천432명이다. 곧 100여명 정도가 추가 소장을 접수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