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후폭풍, 런던 핀테크 생태계 파워 약화될 듯

인터넷입력 :2016/06/27 18:06    수정: 2016/06/28 06:59

손경호 기자

영국이 유럽연합(EU)을 탈퇴하기로 한 '브렉시트(Brexit)'로 인해 핀테크 허브로 주목받던 런던위 위상의 약화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그동안 2009년 설립해 런던에 위치한 레벨39는 유럽을 포함해 글로벌 핀테크 생태계를 이끌어가는 대표적인 핀테크 허브로 꼽혔다.

그러나 브렉시트가 확정되면 런던이 핀테크 서비스를 유럽 전역에 제공하기 위한 중간다리 역할을 하지 못할 것이란 우려가 확산되는 분위기다.

영국 인터내셔널비즈니스타임스는 "더이상 핀테크 스타트업들에게 런던은 매력적인 도시가 아니다"라고 보도했다.

런던은 스타트업들이 머물기에는 거주 비용이 매우 비싼 편인데다가, EU 탈퇴로 더이상 유럽 전역을 대상으로 자신들의 제품, 서비스를 별다른 제약없이 판매할 수 있는 혜택이 줄어들고, 유럽 내 인재들을 영입하기도 어려워졌다는 분석이다.

영국 내에서는 약 500여개 핀테크 기업들이 평균 2천500만 파운드 매출에, 500만파운드 수익을 올리는 있는 것으로 집계된다.

런던이 핀테크 허브로서 제 기능을 하기 어려운 가장 큰 이유는 핀테크 스타트업들이 앞으로 '패스포팅(passporting)' 효과를 거두기 어렵게 됐다는 점이다. EU는 그동안 회원국 중 한 곳에서 금융서비스를 할 수 있는 라이선스를 취득하면 EU 내 다른 회원국들에서도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허용해 왔다.

영국 금융감독청(FCA)은 이전까지 핀테크 스타트업들이 자국 내 금융서비스업 라이선스를 취득하면 EU 회원국 내에서도 비즈니스를 할 수 있도록 상호인증제도를 운영해 왔다. 반면 브렉시트 효과로 인해 영국 내 핀테크 스타트업들은 EU 각국과 별도로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해야하는 어려움을 안게 됐다. 비용 문제로 인해 굳이 영국에 머물 필요성이 없어지고 있는 셈이다.

이와 관련 유럽 내 핀테크 전문 펀드 중 하나인 산탄데르 이노벤처스의 벤처투자 파트너인 파스칼 부비에는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핀테크 브렉시스텐셜리즘(Fintech Brexistentialism)'이라는 기고글도 참고할만 하다.

그는 "(브렉시트로 인해) FCA가 제공해 온 규제 샌드박스 방식의 리더십이 의심받게 됐다"며 "파리, 프랑크푸르트, 더블린, 룩셈부크, 브뤼셀 등이 EU 규제 샌드박스를 도입하기를 두 손 들고 환영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국내서도 일부 핀테크 서비스에 도입할 예정인 규제 샌드박스는 핀테크 서비스가 출시되기 전 각종 금융규제 환경에서 미리 테스트해보고, 필요한 규제완화책을 도입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EU 내에서 추진될 규제 샌드박스는 FCA보다 전향적으로 규제완화책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으며, 이러한 샌드박스가 핀테크 업계에 큰 영향을 주는 동시에 영국 입장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주기 힘들다"는 것이 그의 전망이다.

그는 또한 결제나 송금 비즈니스를 하는 핀테크 스타트업들도 비용과 유럽 내 각 국에 비즈니스를 하기 위한 라이선스 문제로 당장 짐을 싸서 EU 회원국으로 옮길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더구나 영국에 지사를 두고 있는 비자 유럽 역시 벨기에에 지사를 두고 있는 마스터카드처럼 유럽 내 다른 나라로 근거지를 옮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브렉시트 효과로 인해 이미 암스테르담, 더블린 같은 도시가 금융규제로부터 자유로운데다가 세금혜택이 주어지고, 핀테크 기술 클러스터가 조성되고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도시들로 부상하는 중이다.

더블린은 현재 법인세가 12% 이하 수준이며, 마스터카드, 애플, 페이팔, 퍼스트데이터 등 핀테크 관련 글로벌 회사들이 포진해 있다. 베를린도 기술력을 갖춘 인재들과 여러 스타트업 인프라가 잘 갖춰진 덕에 제2의 핀테크 허브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으나 독일 금융감독청(Barfin)이 영국 FCA 수준의 규제완화책을 제시할지는 미지수다.

핀테크 전문가이자 유럽 핀테크 어워즈 심사위원 겸 뱅킹 리포츠 최고경영자(CEO)인 데이비드 교리는 브렉시트로 인해 핀테크 생태계에 미치는 긍정적인, 부정적인 영향을 정리했다.(관련링크)

긍정적인 면으로는 먼저 유럽 내 글로벌 은행들이 브렉시트 효과가 로 주춤하는 사이 혁신적인 기술을 가진 핀테크 스타트업들이 상대적으로 빠른 속도로 변화에 대응해 나갈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두번째는 핀테크 생태계가 플랫폼을 통해 서비스되고 있는 만큼 기존 은행, 보험사, 펀드 등과 같은 전통적인 금융시장 플레이어들에 비해 재정상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적다는 점이다. 크라우드펀딩, P2P대출, 소셜트레이딩 등은 상대적으로 적은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8년 간 런던을 중심으로 조성된 핀테크 생태계가 유럽 각국으로 퍼져나갈 수 있다는 점도 위기 속 기회로 꼽힌다. 그는 암스테르담, 스톡홀름, 프랑크푸르트, 룩셈부르크, 취리히, 마드리드, 더블린, 비엔나, 파리 등이 새로운 유럽 핀테크 허브 후보군으로 꼽았다.

부정적인 면은 유럽 내 각 국마다 서로 다른 규제환경으로 인한 비용을 떠안아야 한다는 점이다. 대표적으로 비트코인은 일부 나라에서는 합법이지만 다른 나라에서는 불법이다. 일부에서는 그 사이 모호한 경계에 위치해 있다. 때문에 일명 '규제 짜깁기(regulatory patchwork)'가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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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벤처캐피털은 법적인 프레임워크에 따라 스타트업들에 대한 투자를 진행하기를 선호한다. 그동안 미국서 제시한 기준 다음으로 영국 기준을 따랐으나 앞으로는 이러한 전략을 펴기 어렵게 됐다.

세번째는 세계경제에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틈새시장을 확보하게 될 가능성이 커지는 만큼 금융시장 자체가 위축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