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순풍...한국GM '제임스 김'號 1년

세일즈맨 자처 광폭 행보...경차 1위, 말리부·카마로 잇단 흥행

카테크입력 :2016/06/15 08:35    수정: 2016/06/15 09:03

정기수 기자

한국GM의 숙원인 내수 두 자릿 수 점유율 달성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볼륨 모델 스파크는 경차 시장에서 선두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고, 신형 말리부와 카마로SS 등 내놓는 신차마다 공전의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다.

1년 전 한국GM 호(號)에 새롭게 승선한 제임스 김 사장의 강력한 내수 공략 드라이브가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수출은 GM(제너럴모터스) 본사의 전략적 판단에 따라 변수가 많지만, 내수 시장은 공들인 만큼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기저에 깔려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제임스 김 사장은 사장 겸 COO(최고운영책임자)로 한국GM에 합류한 지 이날로 정확히 1년을 맞았다. 세르지오 호샤 전 사장겸 CEO(최고경영자)의 바통을 이어받아 올 1월부터 CEO직에 올라 한국GM을 총괄한 지도 6개월이 지났다.

제임스 김 한국GM 사장이 '올 뉴 말리부'의 홈런을 기대하며 스윙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한국GM)

한국GM에 오기 전 김 사장은 한국마이크로소프트(MS) CEO와 오버추어코리아 CEO, 야후코리아 CEO를 역임한 IT(정보기술) 전문가이자 주한 미국 기업인 중 최고의 '영업통'으로 알려졌지만, 자동차 산업과는 다소 거리가 먼 인물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하지만 오랜 기간 쌓아온 전문경영인으로서의 경험과 안목으로 치열한 국내 완성차업체 간 경쟁 구도 속에서 탁월한 수완을 발휘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 사장이 수장을 맡은 6년여 동안 한국MS는 전 세계 해외 법인 중 최우수 법인에 세 차례나 연속 선정되기도 했다. 그가 틈만 나면 입버릇처럼 강조하는 경영의 본질은 '사람'이다. IT와 자동차 등 업종은 달라도 제품을 생산하고 판매하는 구성원이 가장 중요하다는 요지다.

■내수 확대 탄력...하반기 실적이 관건

실제 제임스 김 사장이 CEO직에 오른 올해 한국GM의 내수 판매 기세는 거세다. 볼륨 모델인 경차 스파크에 할인 폭을 늘리고 경품을 제공하는 등 파격적인 판촉 강화를 실시, 지난달까지 4개월 연속 스파크를 경차 시장 1위에 올려놨다.

당초 한국GM은 스파크를 판매하면서 경쟁사 대비 낮은 프로모션 강도를 유지했다. 가격대가 낮은 모델인 만큼, 공격적인 판촉은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판단에서였다. 하지만 스파크는 신형 모델 출시 한 달 만인 작년 8월 반짝 1위에 오른 뒤 이내 수성에 실패했다. 김 사장은 직접 마케팅 전략의 전면 수정을 지시하고 강력한 판촉으로 총력전에 나섰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GM이 스파크 판촉을 강화한 이후 경차 시장에서 확고한 우위를 점하고 있다"며 "급증한 판매량으로 늘어난 판촉 비용을 상쇄하고도 남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스파크의 지난달 판매량은 8천543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4.4% 증가했다. 전월 대비로도 17.5% 늘었다. 최근 출시한 2017년형 스파크에는 구매 진입 가격을 더욱 낮춘 엔트리 트림을 추가하기도 했다.

2017년형 스파크(사진=한국GM)

내놓는 신차들마다 잇단 성공을 거두고 있는 점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신형 말리부는 지난달 10여일 간의 영업일 동안 3천340대(구형 300대 포함)의 판매고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237% 급증한 수치다. 지난해 구형 모델 연간 전체 판매량의 20%에 육박한다. 본격 판매에 돌입하기 전까지 1만5천대 이상의 사전계약을 기록하기도 했다. 지금 당장 계약해도 약 3개월 정도 기다려야 차량을 건네받을 수 있다.

올 3분기 출시 예정인 고성능 스포츠카 카마로SS도 사전계약에 돌입한 지 7일(영업일 기준) 만에 계약대수 220대를 기록했다. 하루 평균 30여대 이상의 계약이 이뤄진 셈이다. 고성능 스포츠카로는 이례적인 수준이라는 게 업계 평가다.

두 모델 모두 경쟁 차종 대비 탁월한 가성비로 시장의 호응을 이끌어냈지만, 김 사장이 세일즈맨을 자처하며 대외활동에 적극 나선 점이 상당한 시너지 효과를 불러일으켰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말리부 생산현장을 둘러보고 있는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가운데), 한국GM 제임스 김 사장(왼쪽) 및 한국GM 생산부문 조연수 부사장(오른쪽)의 모습(사진=한국GM)

김 사장은 올해 2월 한국GM 본사가 있는 인천시를 비롯한 지역 유관기관들과 공동발전 협력강화 업무협약을 체결하면서 대외활동 전면에 나서기 시작했다. 전국 평균에 미치지 못하는 인천 지역 내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조치였다.

최근 들어서는 더 적극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4월 신형 말리부 출시 행사를 시작으로 지난달 23일에는 포스코 권오준 회장을 만나 협력 관계를 공고히 하는 것은 물론 판촉에도 적극 나섰다. 한국GM은 쉐보레 차량에 강판을 공급하는 포스코 임직원들이 신형 말리부를 구매하면 특별할인을 제공한다.

이어 같은달 26일에는 부평공장을 찾은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을 만나 노사관계를 유연하게 풀어가는 것은 물론 국내 공장의 생산성을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이달 1일 부산모터쇼 전야에 펼쳐진 갈라쇼에서는 쉐보레 브랜드의 비전을 언론과 소통하고 출시를 앞둔 2세대 볼트와 카마로SS를 직접 소개하기도 했다.

기존 광역 딜러 판매네트워크 시스템을 회사와 대리점 간 직접 계약을 맺는 직영판매 체제로 전환한 것도 내수 확대에 보탬이 된 것으로 풀이된다. 제조사-딜러사-대리점-고객으로 이어지는 복잡한 유통구조를 간소화해 고객 중심의 판매 시스템으로 재편한 셈이다. 이 역시 김 사장이 적극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GM 관계자는 "제임스 김 사장이 전면에 나서 제품 홍보와 회사의 경쟁력을 키우는 역할에 집중하는 한편, R&D(연구개발) 등 전문 영역의 인력들에게는 밑고 맡기며 힘을 실어 줘 최대한의 역량을 발휘하게 하고 있다"며 "내수 증가는 물론, 회사 대내외적으로 다양한 부문에서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왔다"고 말했다.

신형 말리부 차체를 둘러보고 있는 권오준 포스코 회장(오른쪽)과 한국GM 제임스 김 사장(사진=한국GM)

한국GM은 지난 2월부터 지난달까지 4개월 연속 해당월 기준 내수 최다 판매를 달성했다. 특히 지난달에는 1만7천179대를 팔아, 올해 최다 월간 판매량을 경신하며 내수 점유율 10.3%를 달성했다. 한국GM이 지난 2007년(10.3%) 이후 한 번도 도달하지 못했던 연간 내수 점유율 두 자릿 수 돌파에 청신호가 켜졌다.

김 사장이 올해 CEO 취임과 함께 공언한 판매 목표는 지난해(15만8천대)보다 20.6% 늘어난 19만1천대다.

김 사장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올해 한국GM의 내수목표는 19만1천대"라고 재차 확인하면서 "매우 공격적이며 도전적인 목표로 강력한 신차로 올해 내수시장에서의 입지를 더욱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자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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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서는 올 하반기 성적표가 김 사장의 중장기 경영 능력 평가는 물론, 한국GM의 재도약을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GM의 내수 판매 확대는 GM 그룹 내 입지 강화와 직결된다"며 "이달을 끝으로 마무리되는 개소세 인하에 따른 판매 절벽이 예상되는 하반기 내수 시장에서 제임스 김 사장이 올 들어 지금껏 보여준 성과를 이어갈 수 있을 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왼쪽부터)한국GM 영업·A/S·마케팅부문 데일 설리번 부사장, 한국GM 제임스 김 사장, 배우 겸 레이싱 선수 안재모 씨, 그리고 여자모델이 쉐보레 신형 카마로SS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한국G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