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한제 존치? 폐지?…방통위, 오락가락

외부 압박에 소신 잃고 갈팡질팡 형국

방송/통신입력 :2016/06/09 17:00    수정: 2016/06/09 17:33

"오전에 담당 국장으로부터 상한제 폐지와 관련한 청와대-방통위-미래부 간 협의는 없었고 언론에 보도된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는 보고를 받았다. 관련 내용에 대한 해명자료를 배포한다고 했다."(방통위 한 상임위원)

"상한제 폐지는 방통위 소관 사항이다. 미래부가 언급하기에는 부담스럽다."(미래창조과학부 관계자)

9일 방송통신위원회와 미래창조과학부 그리고 업계의 얘기를 종합하면, 방통위는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 고시에서 33만원으로 정한 지원금 상한액을 사실상 폐지하는 내용을 검토하고 있다.

‘25만~35만원’ 범위 내에서 지원금 상한을 정하도록 돼 있는 고시 내용을 ‘출고가 이하’로 개정한다는 것이다.

다만, 여야 합의제 기구인 방통위가 이 같은 내용을 여야 상임위원들에게 보고하지 않은 상황에서 관련 내용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방통위 내부는 물론 시장에까지 혼란을 주고 있다.

박노익 방통위 이용자정책국장은 이와 관련 "(상한제 폐지와 관련한) 일부 언론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라면서 "결정된 바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진성철 방통위 대변인은 "현재까지 해당 국에서 관련 내용에 대한 해명자료를 내겠다는 요청을 받은 사실이 없다"며 "언론에 보도된 내용 대로 진행되는 것은 아니지만 상한제 폐지는 단통법 개정에서 검토될 수 있는 여러 안 중 하나일 수는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방통위가 상한제가 폐지될 것이란 언론 보도에 대해 긍정도 부정도 아닌 애매한 입장을 취할 수밖에 없는 배경은 이 논의의 주체가 주무부처인 방통위가 아니라는 데 있다.

청와대-방통위-미래부가 협의를 통해 단통법 개정에 합의를 이룬 것으로 알려지고 있지만, 이는 여야 합의제로 방통위 상임위원들이 결정해야 할 사안을, 이미 정부 측에서 결론을 내고 이를 상임위원들이 의결하게 하는 역방향으로 진행하고 있다는 뜻이 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그동안 방통위는 단통법이 이동통신시장을 안정화시키는데 긍정적인 역할을 해왔고 상한제 폐지 역시 부정적 입장을 고수해 왔다"며 "상한제 폐지에 대한 내용이 이렇게 급박하게 추진될 수 있다는 것은 외부의 힘이 작용한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지원금 상한제는 단통법의 핵심 조항 가운데 하나로 지원금 상한을 33만원으로 제한했다. 공시를 통해 모든 소비자에게 같은 지원금이 돌아갈수록 있도록 해 차별을 막으면서도 과열 경쟁을 자제하기 위한 취지로 만들었다.

하지만 이 조항이 사업자 간의 경쟁을 제한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그럼에도 미래부와 방통위는 단통법이 시행된 지 1년6개월이 지난 최근까지도 단통법이 시장에 연착륙해 긍정적 역할을 해왔다며 개선안을 내놓는 것에 신중한 입장을 유지해왔다.

방통위

그런 정부가 돌연 지원금 상한제 폐지 카드를 꺼낸 것은 다른 곳의 압박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아울러, 최근 정치권에서 불고 있는 단통법 개정 요구와 기본료 폐지 주장 등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새누리당 심재철 의원은 20대 국회에서 단통법 개정안을 재발의 하겠다고 나섰으며,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의원의 경우는 기본료 폐지 등의 법안을 발의하겠다는 뜻을 공식화 한 바 있다. 또 시민단체 등도 값비싼 요금제와 단통법의 부정적인 여파에 반발해 개선 요구의 목소리를 높여 왔다.

이에 대해, 방통위 진성철 대변인은 "방통위의 기본 방침은 단통법에 대한 각계 각층 의견을 최대한 수용해 검토 방안을 수시로 내놓은 것"이라며 "이번 상한제 폐지 역시 다양한 개선 방안 중 하나일 뿐, 안건 상정 등은 결정된 바 없다"고 해명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지원금 상한제가 소비자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으로 돌아가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단통법 토론회

이통사와 제조사들이 가장 인기가 있는 제품인 ‘갤럭시S7', 'G5' 등에는 현행 최고 한도인 33만원보다 한참 못 미치는 지원금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일례로 SK텔레콤의 경우 현재 갤럭시S7의 최대 지원금은 25만7천원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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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통법 시행 이후 이동전화 사업자는 공시를 통해 모든 소비자에게 동일한 보조금을 지급해야 하기 때문에 일부에게만 쏟아붓던 과거처럼 많은 보조금을 지급할 수 없는 게 현실이어서 이 조항 자체가 사실상 실효성이 떨어졌었다.

다만 아이폰 대란과 같은 돌발적인 보조금 경쟁으로 시장 교란의 우려도 제기되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