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지주, IT인프라 전략에 블록체인 투입...왜?

인터넷입력 :2016/06/06 13:13    수정: 2016/06/07 10:56

손경호 기자

골드만삭스, JP모건, 뱅크오브아메리카, 바클레이스 등 내로라하는 글로벌 은행들과 함께 마이크로소프트, IBM과 같은 IT공룡들과 리눅스 재단까지 '블록체인'에 열광하는 중이다.

글로벌 은행 42곳이 은행 간 어음거래, 외환송금 등을 목적으로 블록체인 기반 인프라를 만들기 위해 관련 스타트업인 R3CEV가 구성한 컨소시엄에 참여하는 중이다. MS는 자사 클라우드 서비스인 애저 인프라를 활용해 일명 '애저 기반 블록체인 서비스(BaaS)'와 '에테리움 블록체인 서비스(EBaaS)'까지 개발에 나섰다. IBM은 금융권에서 사용할 수 있는 자체 블록체인 플랫폼 구축에 나서는가 하면 리눅스 재단을 중심으로 인텔, 레드햇, VM웨어 등이 참여하고 있는 '하이퍼 레저 프로젝트'에도 참여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국내에서도 블록체인 기술을 직접 도입한 금융사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KB국민은행, KB국민카드, KB저축은행 등 KB금융지주 산하 계열사들이 그렇다.

주목할만한 것은 KB국민카드, KB저축은행에서는 공인인증서를 대체하는 용도로 사설인증서를 블록체인 상에 올리는 방법을 도입했다는 것이다.

코인플러그가 금융사나 일반 기업들이 내부에서 활용할 수 있는 프라이빗 블록체인 플랫폼인 '파이도레저'를 개발했다.

공인인증서를 활용한 전자서명은 인증서, 개인키, 공개키를 조합하는 방법으로 이뤄진다. 이들 금융사가 도입한 방법은 기업들이 공인인증기관을 거치지 않고 자체적으로 발급한 사설인증서와 공개키를 암호화한 해시값 형태로 블록체인 상에 올리는 것이다. 대신 안전하게 보관해야하는 개인키는 카드 내 IC칩이나 스마트폰 내 시큐어엘리먼트(SE) 영역에 저장한다.

어준선 코인플러그 대표에 따르면 현재 KB저축은행은 블록체인 상에 공개키와 사설인증서 해시값만 올리는 방법만 적용했다. KB카드는 개념증명(POC)을 거쳐 이러한 정보들 외에도 실제 결제를 한 기록들을 해시값으로 만들어 블록체인에 기록해 놓는 방법을 조만간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KB국민은행의 경우 현재는 이러한 정보들을 올리는 대신 비대면 실명확인에 필요한 여러가지 정보들을 암호화한 해시값 형태로 블록체인에 기록하는 '비대면 실명확인 증빙자료 보관 시스템'을 구축했다.

은행 영업점에 방문하지 않고 계좌개설 등과 같은 금융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고객들이 제출해야하는 신분증 스캔정보, 기존 계좌를 통한 소액이체내역 등 비대면 실명확인정보를 항목별로 각각 암호화 한 뒤 이들 값을 합쳐서 다시 해시값으로 만들어 블록체인에 올리는 방법이다. 이러한 정보는 이후 부정거래가 발생하거나 본인명의가 아닌 계좌가 개설됐을 때 이를 확인하는 증빙자료로 사용할 수 있다.

이 은행은 하반기에는 본점과 해외 지점들 사이에 외환송금을 위한 플랫폼으로 블록체인을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KB금융지주 계열사들이 이러한 기술을 도입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국내 블록체인 기반 스타트업인 코인플러그의 역할이 컸다. 암호화 화폐인 비트코인 거래소를 운영하면서 이를 활용하기 위한 서비스를 개발해 온 이 회사는 비트코인 거래의 기반 인프라가 되는 블록체인 기술을 플랫폼으로 만들어 금융권은 물론 일반 기업에서도 여러가지 용도로 쓸 수 있도록 제공하는 중이다.

KB국민은행, KB국민카드, KB저축은행 등이 코인플러그와 협업을 통해 블록체인 서비스를 본격적으로 도입하기 시작했다.

블록체인은 분산네트워크를 활용한 일종의 온라인 거래장부로 여러 참여자(노드)들로부터 이곳에 올리는 정보에 대한 검증을 거치기 때문에 중앙집중형 서버나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하는 전통적인 방식에 비해 인프라 구축 비용을 줄이면서도 올려진 정보가 조작되지 않은 안전한 정보라는 사실을 보장한다. 비용절감과 보안성이라는 두 가지 장점을 취할 수 있는 새로운 방식의 인프라라는 점에서 글로벌 금융사와 IT공룡들이 열광하고 있는 것이다.

코인플러그는 이러한 블록체인 기반 기술들을 플랫폼으로 만들어, 금융사는 물론 일반 기업들도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일명 '파이도레저(FidoLedger)'가 그것이다.

기존에 비트코인 거래기록을 담는 용도로 쓰였던 퍼블릭 블록체인은 거래기록을 올리기까지 10분 간 검증시간이 걸렸던 탓에 기업용으로 쓰기에는 속도가 너무 느리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 회사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기업들이 내부 인프라를 통해 구축할 수 있는 프라이빗 블록체인을 활용하되 기존 방식에 비해 대용량 데이터를 빠른 속도로 처리할 수 있는 'PBFT'라는 알고리즘을 적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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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회사는 자체 개발한 프라이빗 블록체인 플랫폼인 파이도레저를 기반으로 문서인증 플랫폼인 '노트프루프(Noteproof)', 개인인증 플랫폼인 'OP사인(OPSign)'을 KB금융그룹 계열사 등을 포함한 금융사들과 사업화해나간다는 계획이다.

코인플러그는 일본 주요 금융그룹인 SBI그룹 주도로 결성된 SBI 핀테크 컨소시엄에 참여하고 있는 것에 더해 최근에는 리눅스 재단이 주축이 돼 IBM, 인텔, JP모건 등이 참여하고 있는 하이퍼 레저 프로젝트에도 이름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