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S 물류사업 분할 뒤 어떻게 될까

공식 부인에도 관계사와 합병 가능성 남아

컴퓨팅입력 :2016/06/03 17:39    수정: 2016/06/07 07:16

송주영 기자

삼성SDS가 크게 IT서비스 부문과 물류 BPO(Business Process Outsourcing) 부문으로 나뉘어 있는 사업을 분할할 전망이어서 그 향배가 주목된다.

삼성SDS는 3일 사업부문 분할·합병 추진 검토 보도와 관련한 한국거래소의 조회공시 요구에 대해 "사업부문별 분할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SDS는 그러나 "구체적인 방법이나 일정에 대해 확정된 사실은 없다"며 "사업부문을 분할한 이후 합병 등 추가 계획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분할은 "고려하고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합병은 부인한 것은 전날 보도를 통해 '분할 후 합병설'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물류 BPO 사업을 떼어내 삼성물산 상사 부문과 합치고 IT 서비스 부문은 삼성전자와 합친다는 게 '분할 후 합병설'의 골자다.

재계 및 삼성 내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 설(說)은 상당한 근거가 있고 추진 배경도 그럴 듯해보인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삼성 그룹 전체의 사업구조 재편과정에서 지주사격인 삼성물산의 기업가치를 올리고 주가 하락에 따른 주주의 불만을 달래야 하는데 삼성SDS의 물류 BPO 사업을 떼어낸 뒤 삼성물산의 상사 부문과 합치면 시너지 효과가 커지고 그에 따라 기업가치가 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삼성SDS의 '물류 BPO'는 혁신적인 IT 시스템을 기반으로 삼성 그룹 계열사의 해외 물류를 대행해주는 아웃소싱 사업인데 이 회사가 신성장동력으로 키워왔다. 지난해 삼성SDS IT서비스 부문 매출이 전년 대비 4.5% 하락해 5조2천475억원에 머무르는 동안 물류BPO 사업은 매출 2조6천60억원으로 전년 대비 8.4% 상승했다. 이 사업을 글로벌 네트워크가 강한 삼성물산 상사 부문과 합치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것으로 판단되는 셈이다.

또 삼성SDS와 삼성물산의 물류 사업 관련 인력이 잠실로 모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이런 시나리오에 힘을 실어줬다.

물류 외에 IT 서비스 및 솔루션 사업도 관계사와 합병할 것이라는 설까지 나왔다.

삼성 관계 3사는 그러나 이날 공시를 통해 합병에 대해서는 모두 부인했다,

분할은 할 수 있으나 합병은 적어도 당장은 하지 않겠다는 게 삼성 측 공식입장인 것이다.

삼성SDS 물류시스템 첼로를 모니터링하는 글로벌 컨트롤 센터(GCC)

어느 쪽이든 이재용 부회장의 그룹 지배구조 강화를 위해 중요한 역할을 해왔던 삼성SDS의 위상에는 큰 변화가 불가피하게 됐다.

삼성SDS는 지난 1985년 삼성 그룹 각 계열에 산재해 있던 IT시스템 개발(SI) 및 운영(SM) 사업을 통합해 삼성데이타시스템이라는 이름으로 설립됐다. 이재용 부회장 등 오너 일가의 지분율이 높아 그룹 지배 구조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아왔다. 특히 삼성네트웍스, 삼성SNS 등을 흡수 합병하며 기업가치를 높였고 상장까지 했다. 그런데 정부가 대기업 SI 계열사의 공공사업 수주를 제한하면서 IT 서비스 사업만의 성장성에 제동이 걸렸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 신성장 동력 사업으로 키웠던 것이 물류BPO 사업이었다.

관전 포인트는 관계사와의 합병을 고려하지 않을 경우 사업부문을 분할해야 할 이유가 그다지 크지 않다는 점이다.

삼성SDS의 사업은 물류든 IT 서비스든 수준 높은 IT 시스템을 기반으로 관계사의 비즈니스 일부를 대행함으로써 관계사의 경영 혁신과 경쟁력을 높이는 데 주력해왔다. 그런데 IT 기반 아웃소싱 경쟁력은 통합에서 나오는 것이지 분할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삼성SDS의 자체 경쟁력을 높이고 그럼으로써 삼성 관계사에 더 좋은 혁신 시스템을 제공하는 게 목적이라면 물류를 분할해서 더 나을 게 없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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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이유 때문 삼성 3사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시장 전문가들은 여전히 합병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실제로 분할 뒤 흡수 합병되면 삼성SDS는 이재용 체제 구축을 위해 지난 30년간 해온 중요한 역할을 마치고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되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