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똑똑하고 아름다운 변화 '볼보 신형 XC90'

반자율주행 'PA2' 기본 적용...확 바뀐 내외관, 강력한 성능

카테크입력 :2016/06/01 08:30

정기수 기자

(인천 영종도=정기수기자)볼보자동차코리아가 13년 만에 새롭게 진화한 '올 뉴 XC90'으로 국내 프리미엄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에 승부수를 띄웠다. 디자인의 변화는 물론 새로운 플랫폼과 신형 엔진, 첨단 안전기술을 대거 적용해 완전히 탈바꿈했다. 특히 반자율주행 시스템이 기본 적용된 차량은 신형 XC90이 유일하다.

2세대 풀체인지(완전변경) 모델인 신형 XC90의 초반 흥행은 성공적이다. 지난 3월 사전계약에 돌입한 이후 두 달여 만에 사전계약 500대를 넘어섰다. 본격 출고가 시작되기 전까지 최대 700여대의 계약대수를 기록할 전망이다.

올해 판매 목표치로 잡은 1천대 돌파는 기정 사실이다. 볼보차코리아는 판매가 본격화되는 내년에는 연간 2천대 이상 팔려나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경쟁 모델로 꼽히는 BMW X5는 지난해 2천여대가 판매됐다. 메르세데스 벤츠 ML시리즈(현 GLE)와 아우디 Q7의 지난해 판매량은 1천대에 미치지 못했다.

신형 XC90(사진=볼보자동차코리아)

신형 XC90은 7월 초부터 본격적으로 국내 고객 인도에 들어간다. 전 세계적으로 대기 물량이 4만여대에 달한다. 지금 계약해도 9월에나 차를 건네받을 수 있다. 미디어 시승을 위해 준비된 차량들도 5월에 생산돼 비행기로 공수된 모델들이라는 게 회사 측 전언이다.

신형 RX의 시승은 지난달 31일 인천 영종도 네스트호텔에서 송도 경원재를 왕복하는 103km 구간에서 이뤄졌다. 시승차는 가솔린 T6 AWD와 디젤 D5 AWD. 모두 최상위 트림인 인스크립션 모델이었다.

우선 눈에 띄는 점은 확연히 변경된 디자인이다. 검증된 안전성과 뛰어난 성능에도 호불호가 심하게 갈리는 보수적인 외모로 한동안 선택지에서 외면받았던 흑역사의 자취는 찾기 힘들다. 기존의 낡은 고집을 버리고 환골탈태한 디자인은 단순히 외적 변화에 그치지 않는다. 신형 XC90의 외관에는 안전의 대명사로 불리는 볼보답게 '사람을 위한 디자인'의 요소가 차량 곳곳에 적용됐다.

전면부에는 북유럽 신화에 등장하는 '토르의 망치'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T자형 풀LED 헤드램프와 볼보의 새로운 아이언마크가 처음 적용된 세로 모양의 그릴이 자리잡았다. 이를 통해 수직으로 디자인된 프런트 노즈(차량의 그릴과 범퍼 앞부분을 총칭)는 정면의 보행자와 충돌하는 경우 보행자에 가해지는 충격을 분산시켜 충격을 최소화해 준다. 사이드 미러도 A필러가 아닌 도어에 장착, 운전자의 좌우측방 시야 확보가 용이하도록 배려했다.

신형 XC90에 탑재된 9인치 터치스크린 디스플레이(사진=지디넷코리아)

문을 열고 운전석에 들어서자 센터페시아 중앙에 크게 세로형으로 크게 자리잡은 9인치 터치스크린이 장착된 디스플레이가 눈에 띈다. 기존 볼보 모델의 아쉬운 점으로 지적됐던 수많은 조작 버튼들이 대부분 이 안으로 숨어버렸다. 음량조절 다이얼과 비상등, 열풍작동 버튼 등 최소한의 버튼만 남았다.

태블릿PC를 그대로 차량 내로 옮겨놓은 듯한 디스플레이를 통해 각종 차량 제어 및 설정 기능은 물론 내비게이션과 블루투스로 연결되는 핸즈프리, 각종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등을 손쉽게 이용할 수 있다. 스마트폰 화면전환 방식을 채택해 편의성을 높였고 애플 카플레이 이용도 가능하다.

다만 너무 많은 기능이 들어가 적응에는 다소 시간이 걸릴 듯하다. 테슬라의 태블릿과 닮았다고 얘기하자 회사 관계자는 XC90에 탑재된 디스플레이가 반응 속도가 더 빠르다고 귀띔한다.

신형 XC90에는 '바워스&윌킨스(B&W)' 오디오 시스템이 적용됐다(사진=지디넷코리아)

속도와 경로, 차간 거리 등 주행 정보를 제공하는 헤드업 디스플레이는 주간 주행에도 눈에 잘 들어올 정도로 시인성이 높다. 알루미늄과 크롬과 가죽, 우드가 조화를 이룬 인테리어도 차급에 맞게 고급스럽다. 오디오 시스템은 영국의 하이엔드 스피커 브랜드인 '바워스&윌킨스(B&W)'가 적용됐다. 총 19개의 스피커를 통해 스튜디오, 개별무대, 콘서트 홀의 세 가지 모드를 지원한다. 주행 중 콘서트 홀 모드로 설정하고 볼륨을 최대치로 올리면 차 안은 마치 '달리는 공연장'을 방불케 한다.

주행성능은 가솔린과 디젤 모두 만족스럽다. 두 모델 모두 다운사이징된 4기통 2리터 엔진에 8단 자동변속기가 조합된 '드라이브-E' 파워트레인이 적용됐다. 가솔린 모델은 슈퍼차저와 터보차저를 동시에 적용돼 전 엔진회전 구간에서 최적의 토크와 출력을 발휘하는 게 특징이다. 최고출력은 320마력, 최대토크는 40.8kg·m다.

고속구간에 들어서 다이내믹 모드로 설정하고 가속페달에 힘을 주자 최고출력 320마력, 최대토크 40.8kg·m의 성능을 발휘하는 엔진이 큰 차체를 거침없이 밀어붙였다. 금새 시속 100km를 넘어 150km까지 가볍게 치고 올라갔다. 육중한 덩치 탓에 움직임이 굼뜰 것이라는 예상은 기우였다.

디젤 모델의 경우 이전 모델의 소음과 진동을 잘 잡았다. 디젤 엔진을 얹은 SUV라고 믿기지 않을 만큼, 실내가 조용했다. 특히 디젤 모델에는 압축 공기를 따로 공급해 즉각적인 터보 반응을 이끌어내는 '파워펄스' 기술이 적용됐다. 가속 페달을 밟으면 민첩하게 반응한다. 2.0리터 싱글 터보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가 맞물려 최고출력 235마력, 최대토크 48.9kg·m를 발휘한다.

신형 XC90 가솔린 T6 AWD 엔진룸(사진=지디넷코리아)

특히 신형 XC90에는 반자율주행이 가능한 기술인 '파일럿 어시스트2(PA2)'가 전 트림에 기본 적용됐다. 스티어링휠 왼쪽 키패드 중앙의 실행 버튼을 누른 뒤, 오른쪽 화살표를 클릭하면 간단하게 작동시킬 수 있다. 기능이 작동되면 계기판에 초록색 스티어링휠 모양의 아이콘이 점등된다.

PA2는 차간 거리를 유지하며 일정한 속도로 달리는 어댑티드 크루즈 컨트롤(ACC)과 차선이탈 방지 시스템(LKA)이 결합된 시스템이다. 스티어링휠만 잡고 있으면 악셀과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도 알아서 전방 차량과의 간격을 조절한다. 기존 1세대는 50km/h 이하에서 전방 차량이 있을 때만 작동했지만, 2세대 시스템은 앞차의 유무와 상관없이 작동한다. 전방 차량이 없을 경우 15km/h 이상부터 140km/h까지 차선을 이탈하지 않고 달린다, 앞에 차량이 있는 경우 정지 상태부터 기능이 실행된다.

차선을 이탈할 경우 차량을 반대 방향으로 다시 복귀시키는 정도에 그쳤던 1세대와 달리 2세대는 전방 카메라를 통해 차선을 인지, 차량이 차선 중앙을 달릴 수 있도록 해 준다. 완만한 곡선도로에서도 차선을 이탈하지 않고 잘 따라간다.

신형 XC90의 '파일럿 어시스트2' 기능 체험. 계기판에 녹색의 스티어링휠 아이콘이 점등돼 있다(사진=지디넷코리아)

실제 이날 시승에서 PA2 기능을 켜고 약 130km/h까지 속도를 높여가며 체험해봤다. 스티어링휠을 좌우로 조작하지 않아도 차량은 차선 중앙을 유지하며 달렸으며, 앞차와의 간격이 좁아지자 사람이 브레이크를 밟는듯이 제동이 걸렸다.

시승 중간 10여초 이상 스티어링휠에서 손을 놓고도 주행해 봤지만 PA2 기능은 정상적으로 작동했다.

볼보차코리아 관계자는 "최대 24초까지 스티어링휠에서 손을 떼도 PA2 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만, 안전상의 문제로 권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PA2는 무인 자율주행이 아닌 운전자 보조 장비로, 피로도 감소와 사고예방을 위한 것"이라며 "완전자율주행으로 가는 징검다리 기술"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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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 XC90의 판매 가격은 디젤 D5 AWD 모델이 ▲모멘텀 8천30만원 ▲R-디자인 8천900만원 ▲인스크립션 9천60만원이며 가솔린 T6 AWD 모델은 ▲R-디자인 9천390만원 ▲인스크립션 9천550만원이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T8 AWD 모델은 ▲인스크립션 1억1천20만원 ▲엑설런스(4인승) 1억3천780만원.

국내 수입 럭셔리 SUV 엔트리 트림과 비교하면 500만~1천400만원가량 저렴하다.

신형 XC90 2열 실내(사진=지디넷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