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오픈마켓의 새 실험…'좋은 판매자'에 몰아주기

박재민 부장 "소비자와 판매자에 새 경험 제공"

유통입력 :2016/05/30 09:36    수정: 2016/05/30 11:38

황치규 기자

"로켓배송 이후 선보이는 최고의 혁신 프로젝트."

쿠팡이 최근 선보인 오픈마켓 서비스 '아이템마켓'에 대해 야심만만한 슬로건을 들고 나와 주목된다. 오픈마켓 시장 판도를 흔들기 위한 승부수라는 것이다.

아이템마켓은 다른 오픈마켓과 달리 여러 판매자가 같은 아이템(상품)을 등록했을 때 좋은 조건을 가진 하나의 대표 상품만 노출되는 시스템이다. 같은 아이템을 여러 판매자가 팔 경우, 가격, 배송, 상품만족도 등 다양한 조건에 따라 고객에게 가장 좋은 쇼핑 경험을 제공하는 판매자의 상품이 ‘아이템 위너’로 선정되어 대표로 보여진다. 소비자와 판매자 모두에게 새로운 경험을 주는 플랫폼이라는게 쿠팡 설명이다.

"다른 오픈마켓에선 특정 상품을 사려고 하면 페이지가 수십개 뜹니다. 같은 상품이 반복되기도 하고, 옵션도 여러개에요. 그러다보니 최저가인지 확신하기 힘든 경우도 많습니다."

쿠팡의 박재민 마켓플레이스 사업부장은 소비자가 찾는 상품을 보유한 최고의 판매자를 바로 찾을 수 있다는 것을 아이템마켓의 가장 큰 차별화 포인트로 내걸었다. 기술을 통해 사용자가 품을 들이지 않고 최고의 판매자로부터 물건을 살 수 있는 환경을 구현했다는 얘기다.

박재민 쿠팡 마켓플레이스 사업부장

박 부장은 "소비자에게 위너를 정확하게 찾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아이템마켓 오픈을 위해 1년 넘게 준비해왔고 기술적으로 대단히 공을 들였다"고 강조했다.

판매자 입장에서도 위너에게 트래픽을 몰아주는 아이템마켓은 색다른 경험이다. 쿠팡에서 판매자가 돈을 벌 수 있느냐는 위너가 되느냐 못되느냐에 달렸다. 위너가 되면 대박이고, 안되면 큰 의미가 없어진다.

물론 위너가 못된 판매자도 노출은 가능하다. 그러나 아이템마켓은 기본 구조가 위너에게 관심을 몰아주는 것이어서 위너가 못된 판매자에게 돌아가는 몫은 크지 않다. 이같은 방식은 바라보는 앵글에 따라 다양한 의미로 비춰질 수 있다. 쿠팡은 아이템마켓이 판매자들에게 공정한 기회를 제공하는 플랫폼이라는 앵글을 보여주고 싶어한다.

"아이템마켓은 누구에게나 대박을 잡을 기회가 보장되는 공정한 플랫폼입니다. 아이템 페이지에서 위너가 되면, 트래픽을 다 가져갈 수 있잖아요. 기존에 쿠팡이 제공한 전통적인 오픈마켓 환경은 신규 및 소규모 판매자는 활동 공간을 찾기가 어려운 시스템이었어요. MD를 만나야 했고, 다른 판매자와 비슷한 딜이 있으면 매출을 올리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다른 오픈마켓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매출을 올리려면 광고비를 많이 지출해서 해당 아이템 리스트 상단에 올라가거나 아는 MD를 통해 노출 공간을 확보해야 합니다."

쿠팡은 아이템마켓을 통해 가격과 서비스에만 신경쓰면 누구나 위너가 될 수 있는 동등한 기회가 열렸다고 강조한다.

박재민 부장은 "아이템마켓은 광고비없이 쿠팡에서 발생하는 트래픽을 아이템위너에게 몰아준다"면서 "바뀐 시스템으로 인해 매출이 줄어드는 걸 우려하는 판매자들도 일부 있지만 아이템마켓이 주는 기회를 놓치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아이템마켓에서 위너를 평가하는 기준은 가격과 서비스 경험이다.

싸게 판다고 그냥 위너가 되는 건 아니다. 싸게 팔아도 서비스가 좋지 않아 고객들의 불만을 일으킬 경우, 위너 자격은 없다. 위너는 실시간 평가를 기반으로 계속 바뀐다. 판매자들 간 경쟁으로 위너는 수시로 바뀔 수 있는 구조다.

박재민 부장에 따르면 출시 한달밖에 안됐지만 아이템마켓에서 성공한 판매자 사례들도 속속 나오고 있다. 기저귀를 판매하는 한 소규모 판매자는 월매출이 200만원에서 2억원으로 급증했다. 이어폰 및 헤드폰을 파는 다른 판매자도 월 매출이 200만원에서 1억원 규모로 껑충 뛰었다.

아이템마켓과 같이 위너가 트래픽을 다 가져가는 방식은 국내 오픈마켓 환경에선 처음 도입되는 것이다.

해외의 경우 아마존이 판매자들을 상대로 아이템마켓과 유사한 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이런 방식이 먹혀들기 위해서는 판매자들의 참여가 중요할 수 밖에 없다. 아이템마켓에서 활동하는 판매자들이 계속 증가하고 이들이 서로 건전한 경쟁을 펼쳐야 위너의 가치가 상승할 수 있다. 그래야 쿠팡을 찾는 소비자들의 쇼핑 경험도 향상된다.

쿠팡이 판매자 관계 강화에 적극 나선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쿠팡은 아이템마켓 출시에 맞춰 판매 수수료를 기존보다 30% 가까이 낮췄다. 업계 최저 수준이란게 회사측 설명.

박재민 부장은 "수수료 인하는 판매자들이 아이템마켓에서 수수료 걱정없이 활동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쿠팡은 판매자들을 상대로한 교육 및 커뮤니케이션도 강화하고 있다. 이를 위해 전담 조직도 만들었다.

아이템마켓은 특정 상품에 대해 최고의 판매자를 찾아주는 것이 핵심이다. 어설프게 찾아주면 오히려 쇼핑 경험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박재민 부장은 "위너를 잘 찾아주려면 기술이 중요하다"면서 "상품이 많아져도 위너를 잘 찾아주기 위해 기술 측면에서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또 "지금은 구체적으로 말하기 어렵지만 아이템마켓에서 한차원 높은 경험을 제공하는 서비스도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얼핏보면 자동화 기술로 중무장한 아이템마켓은 기존에 MD가 하던 역할과 겹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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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쿠팡은 아이템마켓과 MD 역할은 상호보완적일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박재민 부장은 "아이템 마켓 강화 일환으로 경쟁력있는 상품을 발굴, 기획하는 MD 조직을 강화할 것이다"면서 "새로운 비즈니스에 부합하는 MD 역할을 강화하고 판매자들의 요구사항을 적극 반영 할 수 있도록 확대 운영할 계획으로, 전 카테고리 영역에 걸쳐 인력을 채용 중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