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로 인한 '방송 식민지' 사태 대비해야"

아시아 미디어 전문가들 한 목소리로 대책 논의

방송/통신입력 :2016/05/25 16:54    수정: 2016/05/25 16:54

젊은 층을 중심으로 방송시청 방식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실시간 방송을 TV수상기를 보던 전통적인 방식에서 벗어나 원하는 시간에 보고싶은 콘텐츠를 스마트폰과 태블릿 그리고 PC 등 다양한 디바이스를 통해 주문해 보고 있다.

미국과 유럽보다는 느리지만 아시아 전지역에서도 이런 변화 추세가 뚜렷하다.

이런 변화는 시장에 새로운 기회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되지만 지금 같이 글로벌 OTT(Over The Top. 인터넷을 이용한 TV 서비스) 사업자들 위주로 시장이 주도된다면 각 지역의 미디어산업은 물론 콘텐츠와 문화 종속 문제가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4일 인천 송도 컨벤시아에서 열린 국공영 방송 국제회의 '아시아미디어서밋(AMS)2016'에 참가한 아시아 미디어 전문가들은 넷플릭스 같은 글로벌 OTT서비스 등장이 지역 방송산업 및 문화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데 공감했다.

AMS2016 행사

글로벌 ICT 연구기관인 인포마 텔레콤앤미디어 조사에 따르면 인터넷기반 방송서비스인 OTT 시장은 연평균 29%씩 성장해 2017년까지 전세계 방송시장의 8%(370억 달러)를 차지하는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성장을 주도하는 미국과 유럽 시장뿐만 아니라 아시아 지역 국가에서도 OTT서비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아랍 스테이트 브로드캐스팅 유니온의 이네스 제발리 그두라 제품 및 운영 총괄은 “전세계적으로 TV가 아닌 다른 플랫폼으로 시청자들이 옮겨가며 방송 시장 지형은 큰 변화를 겪고 있다”며 “아랍에서는 전체 인구의 50%를 차지하는 젊은 사용자들이 특히 디지털콘텐츠를 선호하며 방송의 디지털 혁명을 일으키고 있다”고 말했다.

OTT시장에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관련 정책이나 규제에 대한 논의가 미미하다는 점은 아시아국가들의 공통된 과제로 부상했다.

특히 이날 아시아 미디어 전문가들은 구글 유튜브, 넷플릭스, 아마존 같은 글로벌 거대 기업들이 전세계 OTT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상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인도네시아 OTT 서비스 씽킹터브(Thinking Tub) 하이티 수와르소 CEO는 “이제 시청자 확보를 넘어 시청자 사용 습관과 관련된 빅데이터를 확보하는 일이 중요해졌다"며 "이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마케팅을 할 수 있기 때문이고, 글로벌 대형 기업들이 막대한 데이터를 독점하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데이터를 많이 확보한 사업자들이 하나의 국가처럼 영향력을 미치는 "'디지털국가’ 현상이 부상하고 있다”며 "디지털 국가 부상에 참여하지 못한다면 식민통치가 일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네스 제발리 그두라 총괄 역시 "미디어 지형이 변화하고 있고 방송시장의 개방이 필요하다는데 동의하지만 각 지역의 문화를 보존하고 콘텐츠의 다양성을 확보하는 일 역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OTT서비스에 대한 적절한 규제 마련과 지역 미디어 사업자들의 디지털 전략 구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해외OTT 사업자들이 규제 사각지대에 놓여 국내 사업자들이 역차별을 받지 않도록 인도네시아 당국은 해외OTT에 대한 규제를 신설하기도 했다.

하이티 CEO는 “인도네시아에선 해외 OTT 업체들이 세금을 제대로 내고 있는지 감시하기 위해 국내 사업장을 두고 결제 통화를 루피아로 하도록 규제를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서양과 달리 아시아 지역에선 여전히 전통적인 TV를 애청하는 사람이 많고 OTT 가입자들도 전통적 TV와 함께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며 기존 미디어 사업자들에게 성장기회가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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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디지털 영역에 있는 시청자를 대상으로 어떻게 커뮤니케이션할지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조언했다.

이네스 제발리 그두라 총괄은 “기존 미디어들도 사용자들과 더 활발히 상호작용할 수 있는 새로운 유통플랫폼을 개발하고, 하나의 콘텐츠를 다양한 플랫폼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제작단계 부터 고려해야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