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기업결합 고무줄 심사' 논란 일어

"보정기간 사용 투명성 제고" 목소리 확대

방송/통신입력 :2016/05/25 14:59    수정: 2016/05/25 15:08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기업결합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심사가 기약 없이 길어짐에 따라 심사기간에 관한 적정성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법에서 정한 합병심사 기간에 포함되지 않는 이른바 '보정기간'과 관련해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정부가 지나치게 자의적으로 이 기간을 사용할 경우 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해당 기업에 손실을 입힐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 보정기간의 합리적 사용 여부에 대한 투명성을 높이지 못할 경우 정부 정책에 대한 시장과 기업의 불신만 가중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함께 나온다.

합병 찬반 논란을 떠나 정부가 불필요한 시간을 낭비해 시장의 피해를 초래한다면 문제가 있다는 지적인 것이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가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기업결합 심사를 진행한 지 이날로 만 177일이 소요되고 있다. 공정거래법상 기업결합 심사는 최대 120일이다. 이 기간중에 정부가 결론을 내줘야 한다. 문제는 '자료보정 기간'이다. 이 기간은 법상 심사기간에서 제외된다.

그 동안 공정위는 SK텔레콤 측에 몇 차례에 걸쳐 자료 보정 요청을 한 상태다.

공정위는 법에서 정한 합병 심사기간인 120일 중에 자료 보정기간은 포함하지 않기 때문에 심사 기한을 넘기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공정위는 전체 합병심사 기간동안 자료 보정기간이 어느 정도이고 이를 반영해 남은 심사기한이 어느 정도인지조차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정부가 보정기간을 지나치게 자의적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정부의 이런 '고무줄 행정' 때문에 시장의 불확실성과 관련 기업의 손실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김진석 CJ헬로비전 대표는 공정위 심사 결론이 언제쯤 날 것 같느냐는 질문에 “(자신도) 알 수 없지 않겠느냐”며 답답한 심경을 우회적으로 드러냈다.

CJ헬로비전 임시 주주총회.

공정위 판단이 늦어지면서 미래창조과학부나 방송통신위원회 등 관계부처도 부담스러워하고 있다.

이번 합병이 방송과 통신의 특수한 결합이어서 신중하게 판단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공정위 심사가 지나치게 길어지고 있다는 견해가 우세하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공정위가 (오래 해온 일이어서) 관련법에 따라 어렵지 않게 심사 결론을 낼 수 있음에도 여전히 입을 다물고 있으니 청와대 지시를 기다리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계속 나오는 것 아니겠느냐”며 답답한 마음을 표현했다.

그는 특히 “심사가 늦어지는 타당한 이유가 있다면 명확히 설명하고 이해시키면 되는데 (그러지 않으니) 이번 이슈가 자꾸 정치적인 문제로 얽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지난 2월 열린 SK텔레콤 CJ헬로비전 공청회.

특히 미래부와 방통위에게는 공정위와 달리 경쟁제한성을 견제하는 것과 함께 시장 진흥 문제도 중요한 정책 목표다. 방송통신 시장은 본격적인 융합시대를 맞아 급변하고 있다. 상당수 케이블TV 사업자들이 한계 경영 상황으로 내몰리며 시장의 구조조정이 필요한 상황이다. 신중하면서도, 미래지향적이며 신속한, 정책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신속한 정책이 요구되는 건 대규모 투자를 위해서는 선제적 구조조정이 먼저이기 때문이다.

미디어미래연구소의 권오상 방송통신정책센터장은 “현재 국내 방송산업은 사망선고를 받기 직전 단계인 이른바 골든타임에 접어들었다”면서 “(구조조정을 위해)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 인수합병 심사 역시 정부의 빠른 결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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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다른 관계자도 "(골든타임이 지나고 있는데) 지난 6개월 동안 방송통신 업계는 투자 관점에서 허송세월을 한 셈"이라고 설명했다.

선문대학교 곽관훈 경찰행정법학과 교수는 “기업의 활력 제고를 위해 기업결합 심사제도의 개선은 반드시 필요하다”며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 합병에 대한 공정위 심사가 6개월 가까이 지연되고 있어 기업의 피해가 커지고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