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M, 왜 블록체인에 대담한 베팅하나

인터넷입력 :2016/05/24 17:46    수정: 2016/05/25 10:59

손경호 기자

글로벌 금융사들이 온라인 거래장부 역할을 하는 블록체인을 활용해 외환송금, 어음관리 등에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동안 IBM은 이러한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플랫폼을 발빠르게 내놓고,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R3CEV 등이 주도해 골드만삭스 등 글로벌 금융사들이 참여하고 있는 블록체인 컨소시엄은 아직까지는 이러한 기술을 구현할 수 있는지를 연구하고, 개념증명(POC)을 하는데 그치고 있는 단계다.

이와 달리 IBM은 각 산업 영역별 블록체인 생태계를 구축하면서, 자사 클라우드 서비스를 활용해 이러한 시스템을 제공하고, 해외 주요 고객들과 블록체인 적용 시범사례들을 발굴하는 중이다.

암호화 화폐인 비트코인 거래내역을 기록하기 위해 처음 고안된 분산네트워크 기반 아키텍처인 블록체인은 그 안에 비용을 절감하면서도 안전하게 실시간으로 각종 거래내역(ledger)을 기록하고, 관리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금융 분야를 중심으로 새로운 기술트렌드로 주목받고 있다.

24일 방한한 IBM 본사 금융산업 담당 최고기술책임자(CTO)인 안재훈 부사장은 "올해 말에서 내년부터는 금융권을 중심으로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하는 사례들이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며 "오는 9월에는 블록체인 기반 글로벌 파이낸싱 시스템을 오픈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내달 중 출시되는 'IBM 블록체인 솔루션 포 글로벌 파이낸싱(IGF)'은 IBM 블록체인 플랫폼, 블록체인 데브옵스(DevOps), 블록체인 커넥트로 구성돼 고객사들을 지원한다.

IBM 본사 금융산업 담당 최고기술책임자(CTO)인 안재훈 부사장.

안 부사장에 따르면 IBM이 블록체인을 통해 그리는 전략은 크게 3가지다.

먼저 아직은 부족한 블록체인 기반 시스템 개발 생태계를 만들어나가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IBM은 리눅스 재단을 중심으로 인텔, 레드햇, VM웨어, JP모건, 웰스파고 등 40여개사들이 참여하는 오픈소스 프로젝트인 '하이버레저 프로젝트'에 4만4천줄(line)에 달하는 코드를 기여했다.

또 다른 전략은 이를 통해 블록체인 생태계가 무르익게되면 IBM이 자체적으로 고안해 낸 블록체인 아키텍처를 고객사들이 도입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것이다. 소프트레이어, 시스템Z와 같은 자사가 제공하는 클라우드 서비스와 연결해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만들어 낸다는 계획이다.

세번째로는 고객사에 실제로 블록체인 기반 아키텍처를 적용하기 전에 이와 관련된 기술이나 아이디어를 체험할 수 있도록 돕는 'IBM 블록체인 거라지'를 미국 뉴욕, 영국 런던, 일본 도쿄, 싱가포르 등지에 개소한 바 있다.

이러한 전략들을 통해 POC 수준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금융업을 시작으로 다른 산업분야에까지 블록체인 기반 기술을 도입하는데 주도권을 가져나가겠다는 전략이다.

지난 2월 IBM은 일본 증권거래소에 소규모 거래 시장에 적용할 목적으로 블록체인 기술을 시범운영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증권 거래, 결산 등에 필요한 전 과정을 블록체인 플랫폼 내에서 운영해보겠다는 것이다.

블록체인은 온라인에서 큰 인프라 투자 없이도 안전하게 각종 비즈니스와 관련된 원장(ledger)을 기록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다른 산업분야에 활용하려는 수요가 커지는 추세다. 자산이 어떻게 이동했는지에 대한 거래내역(transaction)을 기록하거나 당사자들 간 어떤 계약을 맺었는지에 대한 계약내용(contracts) 등을 블록체인 상에 올릴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IBM 블록체인 플랫폼 개념도.

한번 블록체인에 올라간 이러한 기록들은 사실상 외부에서 마음대로 위변조하는게 불가능한데다가 거래 당사자들 간에 누구나 조회해 볼 수 있도록 했다는 점에서 비용절감과 신뢰성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게 만든다.

현재 비트코인 외 진영에서 논의되고 있는 블록체인은 비트코인처럼 모든 사람들에게 공개되는 것이 아니라 비즈니스에 필요한 당사자들끼리만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프라이빗 블록체인' 혹은 '허가형 블록체인'이라고 불린다. 비트코인을 운영하는데 적용된 퍼블릭 블록체인과 비슷한 분산 네트워크와 암호화 기술을 사용하지만 각 산업별, 필요한 영역별로 허가된 당사자들만 이곳에 참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들어 금융분야에서 전 세계 은행들이 서로 필요한 자금을 주고 받을 때 필요한 은행고유코드(bank routing code)를 블록체인 상에 올려서 중앙에서 별도 기관 없이도 이러한 정보를 관리할 수 있게 한다. 이밖에도 전 세계 여러 은행들 간 각종 금융거래 정보를 블록체인 상에 기록해 놓는 방법으로 거래의 투명성을 보장하고, 감사나 컴플라이언스를 지키는데 드는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기업이 수출을 위해 주거래 은행으로부터 발급받는 신용장(Letter of Credit, LOC)도 블록체인에 발급 내역을 기록, 관리하는 방법으로 발급에 걸리는 시간을 하루 이내로 단축시키면서 비용절감, 가짜 신용장 발급 위험을 해소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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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은 잠재적으로 연간 IT인프라를 구축, 운영하는데 드는 비용을 최대 200억달러 수준까지 절감시키는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유명 벤처캐피털인 안드레센 호로위츠의 경우 블록체인 관련 기업에 1억달러에 달하는 투자금을 지원했다.

블록체인이 금융업계서 가장 관심이 높은 트렌드로 부상하고 있는 만큼 안 부사장은 "내년부터는 본격적으로 블록체인 비즈니스가 열리는 시점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