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은 오토모티브가 아니라 모빌리티”

NXP 커트 시버스 부사장, 신뢰·안전·보안 강조

카테크입력 :2016/05/19 08:11    수정: 2016/05/19 08:24

<오스틴(미국)=박수형 기자> 차량 반도체 1위 회사인 NXP반도체는 미래 차량 주행 환경을 어디까지 그리고 있을까? 사흘간 이 회사의 연례 기술 포럼 ‘NXP FTF 2016’ 현장에서 그들의 목소리를 들었지만, 아직 명확한 답을 내놓고 있지는 못했다.

사실 다가올 미래에 대해 답을 내린다는 것이 어리석은 기대일지도 모른다. 대신 기술을 주도하는 회사답게 여러 순간의 이정표를 보여주고 있다.

포럼 시작과 함께 ‘2020년 완전 자율주행’이란 표현까지 쓰면서 블루박스라는 통합 플랫폼을 선보였다. 자율주행 단계별로 나눌 때 4단계에 해당하는 내용이다. 현재 기술이 2단계에서 3단계로 나아가는 점을 고려할 때 상당히 빠른 기술로 여겨진다.

때문에 NXP의 이같은 차량 반도체 사업을 총괄하는 커트 시버스 수석부사장이 꺼낸 여러 이야기가 주목된다.

커트 시버스 NXP 수석부사장.

■ “도로를 늘려도 교통 체증은 해소되지 않는다”

커트 시버스 부사장은 스마트시티 구축과 관련한 패널 토론에서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교통 체증 문제를 철강과 콘크리트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며 지적했다.

가중되는 도시 집중화에 도로를 늘린다고 교통 트래픽이 해소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커트 부사장은 “자율주행 차량으로 스마트시티를 조성하면 (교통 체증과 같은 문제를 줄이고) 스마트시티를 만드는데 도움이 됨다”며 “도로를 늘리는 것은 근본적인 해결 방안이 아니다”고 꼬집었다.

자율주행은 그간 탑승자의 편의를 위해 추진되는 기술로 여겨지는 대중적인 분위기가 만들어진 것은 사실이다. 이에 그 정도 불편은 감수할 수 있다고 여기면서 불필요한 기술 발전이라고 주장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반면 커트 부사장의 의견처럼 자율주행이 단순히 자동 운전에 그치지 않고 교통체증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 “신뢰성(reliability), 안정성(safety), 보안(security)”

교통체증까지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하는 커트 부사장은 자율주행 차량의 필수 덕목으로 ▲신뢰성 ▲안정성 ▲보안을 꼽았다. NXP가 비단 차량 사업뿐만이 아니라 CEO 키노트 발표를 통해 회사가 추구하는 가치 세가지와 정확히 일치하는 부분이다.

마치 똑똑한 자동차가 실시간 교통정보와 신호체계를 모두 파악해 도로 혼잡도 피할 것처럼 주장한 것과는 다른 맥락으로 보일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럼에도 사람이 타고 있는 자동차에 각종 IT 기술이 들어가는 만큼, 이런 부분이 선결과제라는 것이다.

NXP가 이번 포럼에서 선보인 블루박스 엔진만 보더라도 레이더와 라이더(광시야각), 비전센싱 등 다양한 칩셋과 센서가 수집한 정보가 한데 모인다. 이런 복잡한 기술에 신뢰성이 없다면 처음부터 논할 가치도 없다는 것이다. 안정성 문제 역시 같은 논리다.

이와 더불어 그는 보안을 상당히 강조하는 편이다.

커트 부사장은 “NXP의 자율주행 솔루션은 4개 층(Layer)의 보안이 지켜진다”며 “(경쟁사와의 수준 비교에 대해) 차원이 다른 수준이기 때문에 비교조차 어렵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4개 층의 보안은 인터페이스-게이트웨이-네트워크-프로세스 등으로 이어지는 과정 속에서 개별로 보안이 지켜진다는 뜻이다. 특히 게이트웨이와 프로세스 단에서는 인수한 프리스케일의 기술, 나머지는 NXP의 기술이 합쳐져 강력한 포트폴리오를 갖췄다는 것이다. 특히, NFC 칩을 통해 금융산업에 발을 많이 담근 NXP인 만큼 차량 반도체 시장에서 보안을 두고 따라올 자가 없다고 자신했다.

■ “완벽한 무인주행? 글쎄요, 2030년 쯤이면”

차량 반도체 1위 회사의 관련 사업을 총괄하면서도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한 부분이 완벽한 자율주행이 도래하는 시기다.

블루박스에서 논의된 4단계 자율주행은 사실 기술적으로 준비를 마친 수준이라는게 NXP의 설명이다. 탑승자가 운전에 관여하지 않아도 되지만 도로 사정이나 기상상황이 악화일 경우에는 또 다른 조건이라는 것이다.

이처럼 현재 기술로도 극복이 어려운 조건 속에서도 완벽한 자율주행을 지원하는 차량이 언제쯤 가능할 것으로 보냐는 질문에 커트 부사장은 “12년에서 16년 이상은 있어야 할 수도 있다”고만 답했다.

그의 예상으로 자율주행 차량의 발전 속도를 가늠할 수 없다는 솔직한 답변이다.

커트 부사장은 “지금 논의되는 자율주행 차량은 기존 차량을 대체하는 수준에서 그치지는 않을 것”이라며 “전혀 새로운 종류의 이동 방식이 등장하고, 업계 역시 확 바뀔 수 있기 때문에 기술 선도에 힘을 쓰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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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수십년간 봐온 자동차의 변화가 단 수년 안에 확연하게 달라질 것”이라며 이동 수단의 변혁을 예고했다.

커트 시버스 부사장의 공식 직함은 ‘오토모티브(automotive)’ 사업 총괄이지만, 자신은 ‘모빌리티(mobility)’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고 거듭 말하는 이유가 이해되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