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구경하고 피팅하러 가는 데죠"

[안희정의 쇼핑愛세이]유통 O2O 후폭풍

인터넷입력 :2016/05/22 17:24    수정: 2016/05/22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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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 매장을 찾는 손님은 점점 줄고 온라인 판매가 늘다보니 택배 업무가 더 많아졌어요. 그나마 오는 손님은 스마트폰에 있는 사진을 보여주며 '이 제품이 있냐'고 물어봅니다. 피팅만 해보려는 손님이에요. 온라인 매출이 오프라인을 넘어선지 꽤 됐습니다."

백화점 물건을 백화점에서 사지 않는 이들이 늘었습니다. 가격 때문입니다. 직접 보고 듣고 경험한 바에 따르면 백화점에서 백화점 물건 직접 사면 인터넷에서 사는 것보다 10~15% 정도 비싼 것이 현실입니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백화점 쇼핑은 직접 매장을 찾아 화장품이면 써보고, 옷이면 한번 입어보고 마음에 들면 지갑을 여는 것이 일반적인 풍경이었습니다. 백화점에서 발급한 카드로 사면 할인도 받았고 백화점에 있는 매장이 자체적으로 멤버십 제도를 운영할 경우 여기에 가입해 포인트도 쌓았습니다.

단골이 되면 가끔 집으로 할인 쿠폰이 담겨 있는 우편물도 받을 수 있었죠. 백화점 차원에서 고객 충성도를 강화하려고 펼친 이같은 마케팅은 한동안 잘 먹혀들었습니다. 백화점에서 가서 물건을 사는건 국내 유통 시장에서 나름 지분이 있는 구매 관행이었습니다. 할인마트나 아울렛에 비해 비싸지만 백화점에서 샀다는 경험이 주는 프리미엄 효과도 있었지요.

그런데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면서 요즘은 분위기가 확 달라졌습니다. 백화점에 가기는 가는데, 물건은 백화점에서 직접 사지 않는 트렌드가 강해졌습니다. 백화점에서는 윈도우쇼핑만 하고, 구매는 인터넷으로 하는 겁니다.

롯데홈쇼핑의 오프라인 매장 '스튜디오샵'

기자도 그런 편입니다. 예전에 고소영 운동화로 유명한 브랜드 운동화를 사고 싶어 인터넷을 찾아보니, 직구를 통하는게 가장 싸더라고요. 운동화 사이즈를 어떤걸 선택해야 할지 몰라 백화점에서 가서 같은 신발을 신어만 보고 나온뒤 미국 사이트를 통해 결제한적이 있습니다. 같은 운동화이지만 백화점 대비 거의 60%정도 싸게 샀어요. 배송비도 안 들었습니다. 100불 이상 구매하면 무료배송을 해주더라고요.

자주 가는 백화점 매장 직원 A씨는 요즘 이런 얘기를 합니다. 매출에 크게 떨어진건 아닌데 손님은 너무 줄었다는거에요. 주중엔 하루 평균 10명이 채 안 된다는 겁니다. 어디 변두리 백화점이냐고요? 강남에 있는 유명한 백화점인데도 그렇습니다. 스마트폰으로 물건은 본 뒤 피팅만 하러 매장에 들은 이들도 많답니다. 이같은 상황은 특정 백화점만 겪고 있는게 아닙니다. 업계 보편적인 현실입니다.

상황이 바뀌었으니, 백화점 입장에선 판매 전술도 변해야겠지요. 백화점에게도 온라인은 무시할 수 없는 변수가 된지 오래입니다. A씨도 요즘은 오프라인 매장보단 온라인에 올릴 사진에 더 신경을 쓴다고 합니다. 온라인에서 백화점 간 경쟁도 치열하다보니 사진 하나하나 댓글 한개한개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하더라고요.

A씨에 따르면 메르스 사태 이후로 이러한 현상이 더 심해졌습니다. 메르스 사태 당시 온라인 구매에 익숙하지 않았던 많은 이들이 온라인 쇼핑을 경험했고, 온라인이 훨씬 싸다는 걸 체감했다는 겁니다.

통계청 조사를 봐도 메르스 여파로 지난해 6월 백화점 매출액은 전년대비 약 12% 줄었습니다. 반면 온라인 판매량은 26.6% 늘었습니다. 모바일 쇼핑 거래액도 같은 기간 79.8%라는 기록적인 성장을 보였습니다.

물건마다 다르겠지만 많은 소비자들은 이제 구경은 백화점에서 하고, 실구매는 온라인에서 이것저것 혜택을 따져보면서 사고 있습니다. 백화점의 온라인 전략은 자체 쇼핑몰을 구축하는것에서 그치지 않습니다. 유명 오픈마켓에도 백화점들이 대거 입주해 있고, 요즘은 네이버도 백화점들의 온라인 전략에 중량감 있는 경로로 부상했습니다.

네이버 쇼핑 서비스인 네이쇼핑윈도에서도 세상이 달라졌다는걸 느낄 수 있습니다. 네이버 쇼핑윈도는 전국 각지에 있는 오프라인 매장을 온라인에 담고자 만든 서비스입니다. 백화점들도 대거 들어가 있습니다.

네이버는 최근 몇개 매장에 한해서 직접 물건을 본 뒤 사고 싶은 소비자들을 위해 주문시 택배가 아닌 직접 찾아가서 물건을 찾을 수 있도록 '현장수령' 기능도 추가했습니다.

현장 수령 기능은 달라진 소비 트렌드를 반영합니다. 가까운 매장에 직접 찾아와 구경하거나 피팅은 하는데, 구매는 네이버페이로 하는 소비자들이 많다는 거죠. 네이버페이로 사면 네이버페이 포인트도 쌓고 네이버 채팅기능 플랫폼인 네이버 톡톡에서 해당 매장과 톡톡친구를 맺은 뒤 할인쿠폰까지 받을 수 있습니다. 오프라인 매장에서 직접 사는 것이 주는 가치는 점점 떨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장면입니다.

오프라인이냐 온라인이냐, 모 아니면 도식으로 구분하기 힘든 시대가 왔습니다. 오프인과 온라인을 넘나드는 구매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홈쇼핑도 TV밖으로 나와 백화점과 아울렛에 오프라인 매장을 여는 시대입니다.(☞관련기사:TV홈쇼핑이 TV 밖으로?…YES, O2O!). 매장에서 구경하고 사는건 모바일에서 하게 하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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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유통 시장에서 온라인과 오프라인은 대립관계로만 비춰지지 않습니다. 상호 보완적으로 보고, 온오프라인 간 시너지를 만들려는 이른바 쇼핑 O2O 서비스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백화점에서 벌어지는 풍경은 쇼핑O2O가 몰고오는 변화의 한 단면일 뿐입니다.

온오프라인을 연결하는 쇼핑 서비스는 앞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확산되면서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구매 경험을 제공해 나갈 것입니다. 가격이 싸다는 것 만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플러스 알파가 있어야 경쟁력 있는 구매 경험을 줄 수 있습니다. 가격에 경험까지 챙기는건 유통 업체들 입장에선 만만치 않을 수 있지만 소비자들에겐 대단히 좋은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