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SE, 최소한 아이폰6보다 싸야 했다

美와 달리 韓에선 아이폰 가격체계 뒤집어져

홈&모바일입력 :2016/05/10 16:07    수정: 2016/05/11 09:39

아이폰SE의 애매한 국내 판매가격과 제품 포지셔닝이 연일 입방아에 오르고 있다.

무엇보다 애플이 그동안 고수해온 신작과 전작(구형 제품)의 가격 정책을 정면으로 거슬렀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미국에서는 이 가격 정책이 그대로 이어지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이게 뒤집혀 한국 소비자가 상대적으로 손해를 보는 상황이라는 게 유통업계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에 따라 과거 4인치 화면의 콤팩트한 디자인을 찾는 이가 아니라면 소비자 선택을 받기가 쉽지 않다는 예상까지 나온다.

10일 이동통신 3사가 공식 출시한 아이폰SE의 국내 출고가는 16GB 기준으로 56만9천800원이다.

문제는 이 출고가가 업계 예상보다 한참 비싸고 그동안 애플이 써왔던 가격 정책과도 안맞는다는 점이다.

애플은 그동안 최신 아이폰과 1년전 출시 아이폰, 2년전 출시 아이폰을 동시에 시장에서 판매해왔다.

연간 한 모델 출시 방식을 고수하되 3년간 출시된 3종의 라인업을 구성하고 전작의 가격을 내려 소비자의 선택 폭을 넓히는 전략을 써온 것이다. 애플은 이 차원에서 아이폰 신작을 발표할 때마다 전작의 가격을 각각 100달러씩 인하해왔다.

왼쪽부터 아이폰SE, 아이폰6S, 아이폰6S플러스.

지난 가을 아이폰6S와 아이폰6S플러스를 발표하면서 전작인 아이폰6의 값은 100달러 내린 것이 이런 가격 정책의 일환이다.

이런 정책에 따르면 아이폰SE의 제품 포지셔닝은 최신작인 아이폰6S, 그리고 그 전작인 아이폰6의 전작의 위치를 갖는다. 아이폰6S보다 2년전에 출시된 아이폰5S와 동급 위치라는 뜻이다. 실제로 애플은 아이폰5S를 단종시키고 그 자리에 아이폰SE를 배치했다.

따라서 기존 애플 가격 정책을 고려한다면 아이폰SE는 아이폰6보다 값이 싸야 한다.

애플은 자국인 미국에서는 이와같은 가격 정책을 그대로 이어가고 있다.

미국 현지 이동통신사인 버라이즌은 아이폰6S의 경우 650달러, 아이폰6는 550달러, 아이폰SE는 400달러에 판매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가격이 거꾸로 됐다. 아이폰SE가 아이폰6보다 비싼 포지셔닝을 차지한 것.

SK텔레콤 기준으로 보면 아이폰6(16GB) 출고가는 49만9천400원이다. 요금제별 지원금은 아이폰SE와 동일하다. 이에 실제 구입가는 상위 모델인 아이폰6가 7만원 가량 저렴하다.

KT가 공시한 아이폰6 동일 용량의 현재 출고가는 69만9천600원이다. 출고가는 SK텔레콤보다 높지만 단말 할인 지원금을 늘렸다. 이에 실제 구입가는 599 요금제 기준으로 40만원 초반대다. 같은 요금제에서 아이폰SE는 40만원 후반대 금액을 지불해야 구입할 수 있다.

따라서 국내에서는 더 구형인 아이폰5S를 아이폰6보다 더 비싸게 사야하는 상황이 벌어진 셈이다.

휴대폰 유통업계 한 전문가는 "아이폰SE의 제품 포지셔닝을 고려할 때 국내에서도 아이폰6보다는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가격에 맞춰져야 했다"며 "미국에서 아이폰SE의 가격이 최신작인 아이폰6S의 60% 수준이기 때문에 이를 국내에 적용하면 50만원 초반대의 출고가격이 적정했다"고 지적했다.

관련기사

물론 여기에는 본사가 위치한 미국 자국 기준으로 환율이 고려된 점이 작용했다. 애플이 계산하는 환율 시점을 공개하지는 않지만 아이폰6S 출시 때부터 오른 환율을 고려해 국내 출고가가 올라갔다. 아이폰SE도 출시 시점이 그 이후이기 때문에 이같은 영향이 미쳤을 수 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그러나 “세컨드폰으로 화면이 작고 콤팩트한 아이폰SE를 찾는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메인스트림 시장에서는 한참 벗어난 이야기”라면서 “애플의 주력 제품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동일 가격대에서 다른 제조사 스마트폰과 경쟁을 할 수 없는 가격이 형성돼버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