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진화 넘은 혁신, 중형세단 종결자 '신형 말리부'

훤칠한 외모에 터보심장의 강력한 성능...차급 넘은 정숙성

카테크입력 :2016/05/04 09:40    수정: 2016/05/04 12:38

정기수 기자

(경기 양평=정기수기자)한국GM이 5년 만에 내놓은 9세대 풀체인지(완전변경) 모델 '신형 말리부'가 국내 중형세단 시장의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신형 말리부의 사전계약은 지난 2일 기준 6천대를 돌파했다. 지난달 27일 신차 공개행사 이후 주말을 제외한 영업일수 기준 4일 만에 거둔 기록이다. 일평균 1천500명의 계약 추이로 초반 기세가 매섭다. 현재 추세를 이어간다면 오는 19일 본격 판매에 들어가기 전까지 2만대 이상의 계약도 기대되는 상황이다. 회사 입장에서는 임박한 연휴로 영업일수가 모자른 점이 못내 아쉬울 듯 하다.

데일 설리번 한국GM 영업·서비스·마케팅 부문 부사장은 3일 서울 광장동 W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신형 말리부 미디어 시승행사'에서 "신형 말리부 출시 전 해당 세그먼트(중형세단)의 판매 목표와 경쟁차종들의 판매 전망치를 분석했다"며 "SM6, 쏘나타 등 경쟁차종의 판매량보다 우월한 수치를 보일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신형 말리부 주행 모습(사진=한국GM)

한국GM 내부적으로는 올 연말까지 5만~6만대 정도를 잠정적인 판매 목표치로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월별로는 5천~7천여대 수준이다. 사전계약량 중 1.5리터 가솔린 터보 모델의 계약 비중이 전체 75%에 달했고 2.0리터 가솔린 터보 모델이 나머지 25%를 차지했다.

한국GM 관계자는 "1.5 터보 모델은 2리터 자연흡기 가솔린 엔진으로 짜여진 국내 중형세단 시장의 판도를 바꿀 것"이라며 "2.0 터보 모델 역시 성능과 차체가 기존 준대형 세단에 버금가는 만큼, 수요를 끌어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형 말리부의 시승은 서울 광장동 W호텔에서 경기 양평 중미산 천문대를 왕복하는 117km 구간에서 이뤄졌다. 시승차는 4기통 2.0리터 가솔린 직분사 터보 엔진을 얹은 최상위 트림인 2.0 LTZ에 풀옵션을 적용한 모델이었다.

우선 눈에 들어오는 점은 커지고 가벼워진 차체다. 타사의 경쟁 차종보다 길이는 늘어났고 무게는 줄었다. 말리부의 전장은 4천925㎜로 기존 모델보다 60mm 길어졌다. 경쟁차종인 쏘나타(4천855mm)와 SM6(4천850mm)보다 각각 70㎜, 75㎜가 더 길다. 한 차급 위인 준대형 그랜저(4천920mm)보다도 5㎜ 길다.

실내 공간을 결정짓는 척도인 휠베이스(축거) 역시 동급 최고 수준이다. 신형 말리부의 휠베이스는 2천830mm로 이전 모델보다 93mm 늘어났다. SM6보다도 20mm, 쏘나타보다는 25mm 더 넓다. 전 모델의 단점으로 꼽히던 뒷좌석 레그룸도 33mm 늘어나 키 177cm의 기자가 앉아도 여유롭다. 차체는 커졌지만 무게는 오히려 이전 모델보다 130kg 감소했다.

신형 말리부(사진=지디넷코리아)

국내 출시되기 이전부터 호평을 받았던 디자인은 이전 모델 대비 크게 변경됐다. 쉐보레가 지향하는 낮고 넓은 디자인에 패밀리룩인 듀얼 포트 라디에이터그릴이 적용됐고 보닛 양쪽으로 돌출된 라인은 독특한 느낌을 준다. 여기에 HID 프로젝션 헤드램프와 LED 주간주행등이 조합돼 강렬한 인상을 더했다. 범퍼하단은 볼륨감을 높이고 주간주행등은 'ㄱ'자 형태로 꺾인 형태다.

측면부 벨트라인과 캐릭터 라인은 뒷바퀴로 수렴되며 입체감을 강조했다. 특히 뒤로 한껏 밀어낸 C필러는 날렵한 각도로 누워 쿠페와 같은 날렵한 라인을 구현했다. 차량을 정면에서 비스듬한 각도로 바라보면 마치 C필러가 없는 듯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후면부는 화려한 전·측면과 달리 다소 심심한 느낌이지만 오버행을 늘려 고급스러운 느낌을 준다. 임팔라에도 없는 LED 테일램프가 적용된 점도 눈에 띈다.

신형 말리부에는 쉐보레 마이링크가 기본 적용돼 애플 카플레이를 통해 전화, 문자, 음악 등 다양한 컨텐츠를 마음껏 즐길 수 있다(사진=지디넷코리아)

문을 열고 운전석에 앉자 이전 모델과는 확연히 달라진 고급스러워진 인테리어가 눈에 들어온다. 쉐보레 듀얼 콕핏 인테리어를 재해석한 배치를 통해 스티어링 휠, 계기반, 기능 스위치 버튼까지 완전히 새 디자인을 적용했다. 기존 모델의 복잡했던 버튼 위치를 재배열해 깔끔하고 편의성 높게 재배치했다. 수평형으로 길게 뻗은 디자인으로 변경된 센터페시아는 상단 라인을 낮춰 넓은 전방 시야를 확보했고, 가죽으로 둘러 고급스럽고 안정된 느낌을 더했다.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것은 큼지막하게 가로 형태로 센터페시아 중앙에 자리잡은 8인치 고해상도 풀컬러 스크린 디스플레이다. 내비게이션과 후방카메라도 지원한다. 쉐보레 마이링크도 기본 적용된다. 애플 카플레이가 적용돼 전화, 문자, 음악, 팟캐스트 등 다양한 컨텐츠를 마음껏 즐길 수 있다. 대화형 클라우드 서비스인 시리 음성 명령기능을 통한 조작도 가능하다.

세워서 충전할 수 있는 스마트폰 무선충전 시스템도 이채롭다. 9개의 스피커로 구성된 보스 사운드 시스템은 차급에 걸맞는 사운드를 들려준다.

스마트폰을 세워서 무선충전이 가능한 신형 말리부(사진=지디넷코리아)

■ 완전체에 모자른 1%는?

시동 버튼을 누르자 가솔린 엔진음과 함께 부드럽게 미끄러져 나간다. 시승 구간은 고속도로와 와인딩 구간으로 이뤄져 차량의 성능을 테스트 하기에 충분했다. 시내를 벗어나 경춘고속도로에 들어서 가속 페달에 힘을 주자 시속 100km까지 순식간에 가속됐다. '밟는 대로 치고 나간다'는 말 외에는 달리 적절한 표현을 찾기 힘들다. 살짝만 힘을 줘도 재빠르게 반응한다.

시승 모델에는 캐딜락 브랜드의 퍼포먼스 세단 CTS에도 적용된 4기통 2.0리터 직분사 터보 엔진이 탑재됐다. 최고출력 253마력, 최대 토크 36.0㎏·m의 성능을 발휘한다. 북미 모델에 8단 아이신 변속기가 적용된 것과 달리 국내에는 보령공장에서 생산되는 3세대 젠3 6단 자동변속기가 탑재됐지만, 생각보다 궁합은 기대 이상으로 만족스러운 편이다. 재빨리 최적의 기어 단수를 찾아 옮겨가 변속 충격도 거의 없다.

3세대 6단 자동변속기는 클러치 하중을 34% 절감하는 등 응답성을 개선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이 변속기는 뷰익 리갈 차량에도 탑재된다.

한국GM 황준하 파워트레인 부문 전무는 "변속기는 엔진과의 조합이 가장 중요하다"며 "일부 문제가 있었던 보령 공장의 1세대 변속기와 달리 3세대 변속기는 다방면에 걸쳐 최적화를 이뤘다"고 설명했다.

신형 말리부 실내(사진=지디넷코리아)

다만 변속기에 스포츠모드가 적용되지 않은 점은 아쉽다. 최근 대부분 차량에 탑재되는 주행모드 선택기능도 없다. 강력한 성능에 나도 모르게 손은 스티어링휠에서 패들시프트의 위치를 찾지만 온 데 간 데 없다. 터보 차량의 강력한 퍼포먼스를 느끼기에는 구조적인 한계가 있는 셈이다. 평상시 주로 패밀리 세단으로 활용하며 간간히 짬을 내 과격하지 않은 수준에서 스포츠 주행을 즐기기에는 무리가 없다.

수동모드에서 불편했던 토글시프트 문제도 여전하다. 손으로 기어봉을 감싸쥐며 손가락으로 토글시프트를 조작해야 해 주행시 신경쓰며 다루기에는 영 못마땅하다.

차선 유지 보조 시스템 등 동급 최초로 적용된 안전사양은 실용성이 높다. 실제 이날 시승에서 방향지시등을 켜지 않고 고속도로에서 차선을 변경하자 스티어링휠이 무거워지며 위험을 알려준다. 국도에서 보행자가 앞으로 지나갈 때나 50km/h 이하 저속 구간에서 전방 차량의 충돌이 예상될 경우에는 전방 보행자 감지 및 긴급 제동시스템이 작동된다. 이 기능들은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고속도로 정속주행) 기능과도 연동된다.

한국GM 관계자는 "신형 말리부에는 총 17개에 달하는 초음파 센서와 장·단거리 레이더 및 전후방 카메라를 통해 차량의 주변을 상시 감시하며 잠재적인 사고를 예방하는 인공지능 시스템을 갖췄다"고 설명했다.

신형 말리부 엔진룸(사진=지디넷코리아)

■ "이 가격 맞아?" 가성비 만점

스티어링휠의 조향 성능은 수준급이다. 고속으로 접어들수록 묵직해지며 큰 유격 없이 조작하는 만큼 정확히 차량을 움직여 전륜구동 차량임에도 탁월한 안정감과 운전의 재미를 선사한다. 이날 시승 내내 세찬 봄비가 내려 노면이 매우 미끄러웠지만 주행시 차체 흔들림은 느낄 수 없었다.

중미산에 접어들어 만난 와인딩 구간에서는 탁월한 코너링 성능이 돋보였다. 고속의 직선 주로에서 무게감을 잃지 않았던 스티어링휠은 연속되는 고속의 회전 구간에 들어서면서 쏠리지 않고 부드럽게 차를 선회시키며 안정감 있게 차체를 유지해 준다. 19인치 타이어의 접지력도 유감없이 발휘된다. 신형 말리부에는 고가의 조향장치인 보쉬의 '랙타입 파워 스티어링(R-EPS)'이 적용됐다. R-EPS는 주로 고급차에 적용된다.

탄탄한 하체도 인상적이다. 고속으로 질주할수록 차체는 낮게 깔렸고 회전 구간에서도 단단한 접지력으로 날카롭게 코스를 파고든다.

편안한 승차감도 만족스럽다. 이날 시승에서 꽤 많은 숫자의 과속방지턱을 넘고 빠른 차선 변경과 급선회 등 다소 차를 거칠게 밀어붙이며 운전했지만 후륜에 채용된 멀티 링크 서스펜션은 다양한 노면과 굽은 길을 유연하게 받아들인다.

실내 정숙도는 개인적인 느낌으로 국내 출시된 중형 세단 중 최고 수준이다. 이날 시승 내내 거센 비바람이 불었지만 고속 주행에서도 동승자와 대화를 나누는 데 전혀 문제가 없었다. 1.5 가솔린 터보 모델은 더 조용하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1.5 터보에는 주행 소음을 억제하는 '액티브 노이즈 캔슬레이션(ANC)'이 탑재된다.

19인치 타이어를 신은 신형 말리부 2.0 LTZ의 복합연비는 10.8㎞/ℓ다. 이날 시승 후 실연비는 9.8㎞/ℓ가 나왔다. 과속과 급제동을 거듭하는 시승의 특성을 감안하면 의미가 없는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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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 말리부의 또 하나의 장점은 착한 가격이다. 신형 말리부의 가격은 기존 모델보다 100만원 이상 낮아졌다. 북미 가격보다 트림별로 평균 400만~500만원 낮아졌다. 시승 차량인 2.0 터보 모델의 판매 가격은 2천957만~3천180만원이다. 비슷한 성능을 갖춘 현대차 그랜저 3.0의 가격은 3천259만~3천848만원이다.

특히 엔트리 트림인 1.5 터보 모델의 경우 가격이 2천310만원부터 시작한다. 르노삼성 1.6 가솔린 터보 엔트리급 모델보다는 400만원 이상 저렴하고 국내 2ℓ 자연흡기 가솔린 엔진 모델과도 비슷한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