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특이한 주파수경매

방송/통신입력 :2016/05/04 07:11    수정: 2016/05/04 07:11

최저경쟁가만 2조5천779억원. 첫 배팅만 최소 24억원~57억원을 해야 하는 주파수 경매가 이틀 만에 싱겁게 끝났다.

총 7라운드가 치러진 경매 첫 날 6라운드 이후 추가 입찰자가 없어 2일차 경매가 재개되자마자 8라운드 만에 경매가 끝나버린 것이다. 2라운드 연속 입찰자가 없는 경우 경매를 종료하는 경매규칙에 따른 것이다. 이틀이라고는 하지만 사실상 경매 첫 날인 6라운드에 주파수 주인이 모두 가려진 것이다.

라운드별 경매시간이 40분이란 점을 고려하면 수조원이 걸린 경매가 불과 320분, 5시간20분 만에 종료됐다. 경매방식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특혜’, ‘독점’ 등 자극적 표현을 써가며 서로를 공격했던 사업자들이 불과 320분 만에 경매를 끝낸 것이다.

특히, 결과를 뜯어보면 놀랍다. 총 5개 블록에서 B(1.8GHz), C(2.1GHz), E(2.6GHz 20MHz폭) 3개 블록은 최저경쟁가에 주인이 결정됐다. D블록인 2.6GHz(40MHz폭) 대역에서만 입찰 경쟁이 이뤄졌고, A(700MHz)블록은 유찰됐다.

즉, 1.8GHz, 2.1GHz, 2.6GHz(20MHz폭) 블록에는 사이좋게 한 개 사업자씩만 입찰에 응했고 나머지 사업자는 경매에 참여하지 않았다. 또 3개 사업자 모두 똑같이 700MHz 입찰은 포기했다. 경매란 말이 무색할 만큼 필요한 주파수를 나눠가진 셈이다.

더욱이 경매 전 2.1GHz 대역을 놓고 벌인 신경전이 무색할 만큼 실제 경매에서는 약속이라도 한 듯 LG유플러스 외에는 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다. 마치 상대방이 어떤 주파수에 배팅할지 텔레파시라도 통한 것처럼.

때문에 이통 3사는 큰 출혈 없이 원하는 주파수를 가장 저렴한 수준에서 확보했다. 업계에서는 경쟁 없이 주파수 경매가 이뤄지면서 3사가 최소 수천억원의 비용을 절감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미래부는 과거 두 차례의 경매 때처럼 과열경쟁이나 네거티브 경쟁 없이 각사가 필요한 주파수를 합리적으로 확보하는데 주력했기 때문에 경매가 원만히 끝났다는 설명이다. 또 140MHz폭에 이르는 많은 주파수를 경매에 내놓음으로써 과거와 같은 출혈경쟁이 없었다고 덧붙였다.

또 유찰된 700MHz 주파수는 향후 K-ICT 스펙트럼 플랜을 수립하면서 중장기 공급계획에 따라 경매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사업자들이 적정 수준의 비용으로 주파수를 확보하고 그 주파수를 활용해 최상의 품질로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이용자들에게는 그 보다 더 좋을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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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이번 주파수 경매를 지켜 본 뒤끝은 개운치 않다. 혈투가 벌어지는 경매 전쟁을 보지 못한 탓은 아니다. 근원적인 서비스-품질 경쟁을 외치면서도 신형 단말에 의존해 가입자 확보에 열을 올리는 사업자들의 모습이 오버랩 됐기 때문이다.

마치 새 요금제를 내놓을 때마다 경쟁사 요금제를 베낀 것처럼 변별력도 없는 비슷비슷한 요금제를 내놓는 사업자들을 보고 있는 것처럼. 과점 시장에서 사라진 경쟁이 주파수 경매에까지 옮겨 간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