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늘었는데...덜 남은 현대차, 더 남은 기아차

현대차, 中·신흥국 부진 불똥...기아차 고수익 RV 호조

카테크입력 :2016/04/27 17:24    수정: 2016/04/27 17:27

정기수 기자

1분기 성적표를 현대자동차그룹의 형제 계열사인 현대·기아차의 희비가 엇갈렸다. 양사 모두 매출은 늘었지만 현대차는 밑지는 장사를 했고, 기아차는 이윤을 많이 남겼다.

맏형인 현대차는 세계 최대 자동차시장인 중국과 신흥국 경기 침체의 파고를 넘지 못하고 매출이 늘고도 수익성은 크게 뒷걸음질 쳤다. 반면 기아차는 이익이 크게 늘었다. 고수익 차종의 판매 확대가 수익성 향상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다만 2분기부터는 양사의 실적이 동반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현대차의 경우 중국과 미국 등 주요시장에서 신차 효과가 본격화될 것으로 관측된다. 기아차 역시 마진 높은 주력 RV들의 판매 호조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 양재동 현대차그룹 사옥(사진=지디넷코리아)

기아차는 27일 올 1분기 영업이익이 6천336억원을 기록, 전년동기 대비 23.8% 급증했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13.2% 늘어난 12조6천494억원을 기록했다. 기아차의 매출액은 지난해 2분기부터, 영업이익은 지난해 3분기부터 각각 전년대비 증가로 전환된 이후 올해 1분기까지 매분기 전년 대비 플러스 성장을 이어오고 있다.

기아차는 올 1분기 전 세계 시장에서 전년동기 대비 0.7% 줄어든 68만6천대를 팔았다. 중국과 신흥시장에서는 경기 둔화로 수요가 줄었지만, 미국 등 주요 선진 시장에서의 선전이 감소분을 상쇄시켰다. 신흥국 통화 약세로 인한 손실 규모도 기아차는 러시아에서만 노출돼 현대차 대비 적었다.

내수시장에서는 카니발·쏘렌토·스포티지 등 RV 판매 호조에 최근 출시한 K7, 모하비의 신차효과가 더해지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4% 증가했다. 미국 판매는 볼륨차종인 쏘울과 카니발·스포티지 등 RV 판매 호조로 전년동기 대비 3.7% 증가했고 유럽 판매는 승용차급의 판매 회복과 신형 스포티지의 인기로 전년동기 대비 15.1% 증가했다. 다만 중국에서는 소형 SUV인 KX3의 판매 확대에도 불구하고 승용차급 수요 감소 등에 따른 경쟁 심화로 지난해보다 12.7% 감소했다.

기아차 관계자는 "원·달러 환율 상승과 스포티지·K7 등 신차효과, 그리고 RV 판매비중이 확대됨에 따라 이익이 크게 늘었다"며 "주요 시장 신차 투입과 고수익 차종 비중 확대 등을 통해 2분기 이후에도 실적 호조세를 이어가겠다"고 설명했다.

반면 현대차의 1분기 영업이익은 5년여 만에 최저치를 기록해 대조를 이뤘다. 현대차는 중국시장 부진과 신흥국 통화 약세, 공장 가동률 하락 여파 등 악재가 겹치며 매출이 늘고도 영업이익이 후진했다.

현대차는 전날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동기 대비 15.5% 감소한 1조3천424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2014년 1분기 2조원대가 무너진 이후 8분기 연속으로 전년 대비 감소세다. 2010년 4분기(1조2천370억원) 이후 5년여 만에 최저 다. 전 분기(1조5천151억원) 대비로도 11.4% 감소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6.7% 늘어난 22조3천506억원을 기록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전년동기 대비 공장 가동률이 하락하면서 고정비 비중이 상승한 것이 다소 부담으로 작용했다"며 "또 1분기 중 원화가 달러화 대비 약세를 보였지만 저유가에 따른 신흥시장 경기침체로 국내공장 수출 물량이 감소하고 러시아·브라질 등 신흥국 통화가치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면서 원·달러 환율 효과가 희석됐다"고 설명했다.

실적 부진의 가장 큰 이유는 수출 부진이다. 현대차는 올 1분기 전 세계에서 110만7천377대를 판매하는 데 그쳐 전년동기 대비 6.4% 감소했다. 전분기 대비로도 22.3% 줄었다.

2012년 3분기 이후 가장 적은 판매량이다. 다만 제네시스 EQ900 등 고급차와 SUV 등 고가차량 판매 증가와 금융 부문 매출이 늘어나면서 전체 매출은 상승 곡선을 그렸다.

1분기 내수 판매는 16만577대를 기록, 3.7% 증가했지만 수출이 급감했다. 국내수출이 23만9천298대에 그치며 16.2% 줄었고, 해외생산도 70만7천502대로 4.7% 감소했다. 특히 판매 비중이 큰 중국 시장에서 1분기 22만9천11대를 판매해 전년동기(27만9천873대)보다 18.2% 감소했다. 여기에 브라질, 러시아 등 신흥국 시장이 국제 유가와 원자재 가격 하락 등의 직격탄을 맞으면서 침체가 지속된 점도 악재로 작용했다.

현대차는 2분기에는 신차 효과를 극대화하고 SUV 공급을 확대해 1분기 부진을 만회할 방침이다.

현대차 최병철 재경본부장(부사장)은 전날 컨퍼런스콜에서 "중국에서 지난달 출시한 링동의 신차 효과를 최대화하는 동시에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라인업 확대로 판매량을 늘리겠다"며 "미국에서는 엘란트라로 신차효과를 얻는 동에 6월 미국 공장에서 생산되는 싼타페 공급이 늘면 판매 증가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중국 컴팩트카 시장을 겨냥한 신형 베르나를 올 하반기에 현지에 출시할 계획이다. 친환경차 모델 아이오닉도 하반기 출시 예정이 잡혀있다. 럭셔리 브랜드 제네시스의 첫 글로벌 출시 모델 G90, G80 등도 하반기 미국시장에 선보일 예정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2분기부터 미국, 중국 등 주요 시장에서 신형 아반떼 판매가 본격화된다"며 "향후 판매 확대 및 공장 가동률 상승이 기대되고, 원화 대비 이종통화 환율의 기저가 낮아지는 등 환율 여건 또한 개선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점진적인 실적 개선이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기아차는 신형 스포티지가 2분기부터 글로벌 시장에서 본격적으로 판매에 들어가는 만큼, 신차 효과가 극대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내수 시장에서도 신형 K7과 니로 등 주력 신차들의 판매가 호조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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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천수 기아자동차 재경본부장(부사장)은 이날 컨퍼런스콜에서 "신형 스포티지는 지난 3월 유럽에서 1만3000여대 판매되며 현대·기아차 유럽 역대 최다 판매신기록을 갈아치우는 등 상승세고, 신형 K7도 내수 미출고 대기물량이 3개월에 달하는 등 인기가 이어지고 있다"면서 "니로 하이브리드 초기 판매 반응도 매우 긍정적으로 올해 국내외에서 총 3만7천대를 판매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달부터 가동에 들어가는 기아차 멕시코 공장 역시 북미와 중남미 시장의 판매 확대에 기여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