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무효 간소화' 美 대법원 심판대 올랐다

"특허청도 허용" 조항 쟁점…최종 결론은?

홈&모바일입력 :2016/04/26 17:23    수정: 2016/04/26 23:09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법원 뿐 아니라 특허청도 특허 무효 심판을 할 수 있도록 한 개정 특허법이 미국 대법원 심판대에 올랐다. 이번 소송 결과에 따라 미국 특허 체계에 심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돼 벌써부터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국 대법원이 25일(현지 시각) 부터 쿠오조 스피드 테크놀로지스와 GPS 전문업체 가민 간의 특허 소송 상고심을 시작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했다. 이번 소송 최종 판결은 오는 6월 경에 나올 예정이다.

쿠오조는 자동차 속도가 일정 수준 이상 올라갈 경우 운전자에게 경보를 보내주는 앱 관련 특허권을 갖고 있는 업체다. 하지만 GPS 전문업체 가민이 특허 무효 소송을 제기해 하급심에서 승소했다. 쿠오조의 상고 신청을 미국 대법원이 받아들이면서 이번 소송이 열리게 됐다.

미국 대법원 (사진+씨넷)

■ '같은 쟁점, 다른 절차' 대법원의 판단은

잘 알려진 것처럼 미국 대법원은 상고 신청을 받아들이는 비율이 1%도 채 안 된다. 단순 특허나 저작권 소송일 경우 대법원 법정에 서는 것 자체가 하늘의 별 따기다. 가까운 예로는 구글이 오라클과 자바 저작권 소송 상고를 신청했다가 기각당한 사례가 있다.

하지만 두 회사간의 이번 소송은 성격이 조금 다르다. 미국 특허 무료 심판 절차를 둘러싼 공방과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가민이 쿠오조의 특허권에 대한 무효 판결을 받기 위해 그 동안의 관례와 다른 절차를 이용했다. 통상적으로 미국에선 특허 무효 판결을 받기 위해선 지역법원에 소송을 제기해야 한다.

그런데 가민은 특허심판원(PTAB)에서 무효 판결을 받아냈다. 이게 가능했던 것은 미국 의회가 2011년 개정 특허법인 미국 발명법(AIA)을 통해 무효 심판 절차를 확대했기 때문이다.

미국 대법원에서 공방을 벌이게 된 쿠오조의 운전자 경보 시스템 관련 특허권. (사진=미국 특허청)

AIA에서는 지역법원을 통한 특허 무효 확인 소송 외에도 미국 특허청 산하 PTAB에 등록후 재심사(PGR)나 당사자 특허무효심판(IPR) 절차도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가민 역시 신설된 절차를 이용해 쿠오조의 운전자 경보 시스템 관련 특허권에 대한 무효 판결을 받아냈다. 당시 PTAB는 쿠오조의 특허가 선행 기술에 비해 혁신적이지 않다면서 무효 판결을 했다. 특허전문인 연방순회항소법원 역시 PTAB 판결을 그대로 인용했다.

그러자 쿠오조는 대법원에 상고 신청을 했다. 대법원이 지난 1월 쿠오조의 상고를 받아주기로 함에 따라 재판이 열리게 됐다.

■ 대법원 판사들, 특허 무효 절차 놓고 진땀 공방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대법원 판사들은 특허 소송 절차를 둘러싼 공방을 다루느라 진땀을 뺐다. 간단한 이슈가 아니기 때문이다.

존 로버츠 대법원장은 이날 “같은 문제를 서로 다른 절차를 통해 다룬 뒤 다른 결론에 이를 수도 있다는 것은 법률 문화에선 굉장히 이례적인 일이다”고 말했다.

반면 스티븐 브라이어 대법관은 다른 견해를 보였다. 그는 나쁜 특허를 솎아내고 특허괴물들에게 제재를 가하는 것이 정부의 목표라면 기존 특허권에 도전하는 사람에게 친화적인 법률을 제정하는 것이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존 로버츠 대법원장 (사진=미국 대법원)

브라이어 대법관은 이런 논리를 토대로 “PTAB의 접근법은 애초에 부여되지 말았어야 할 너무 많은 특허권 때문에 고통을 받는 사람들에게 힘이 되는 조치”라고 강조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전했다.

이번 소송은 의회가 제정한 특허 무효 절차를 간소화하는 법률의 유효성 여부를 다툰다는 점에서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델, 구글, 인텔, 삼성전자를 비롯한 많은 IT 기업들은 새로운 특허 무효 절차를 지지하고 있다.

반면 3M, 엑손모빌, 몬산토 등 특허권에 대한 강력한 보호 조치를 지지하는 기업들은 개정된 AIA가 특허권의 법적인 지위를 불안정하게 만든다고 맞서고 있다.

■ 특허심판원 통할 경우 무효 판결 확률 훨씬 높아

이번 재판을 앞두고 특허 전문 사이트 스카터스 블로그는 법원과 PTAB가 특허를 읽는 방법이 다르기 때문에 문제가 생길 소지가 크다고 주장했다.

법원에서 특허 무효 여부를 다룰 땐 ‘그 분야에 보통 기술을 가진 사람(person having ordinary skill in the art)’이 특허 청구항을 이해하는 방식이 판결의 잣대가 된다. 이런 기준을 토대로 특허 기술의 청구항이 선행 발명과 어떻게 다른 지를 판단한다.

반면 특허청은 해당 특허 내용을 바탕으로 합리적인 선에서 가장 광범위한 의미를 부여해준다. 이것을 BRI 기준이라고 부른다. 따라서 같은 특허 청구항을 해석할 때 법원이 좀 더 좁은 의미를 줄 가능성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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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보니 같은 선행 자료를 갖고도 법원과 PTAB에서 다른 결론에 이를 수도 있다. 법원에서는 무효 판결을 받지 못할 사안을 PTAB를 이용할 경우 반대 결과를 얻어낼 수도 있다는 것이다.

특허청 산하 PTAB를 이용할 경우 법원을 통하는 것보다 무효 판결 비율이 많게는 20%P 가량 더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