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의 구글 안드로이드 반독점 공세 관전포인트

전문가 칼럼입력 :2016/04/26 12:28    수정: 2016/04/26 14:33

조중혁 doimoi@outlook.com

유럽 연합(EU) 집행위원회(EC)가 지난 20일 구글이 반독점법 위반 혐의가 있다는 결론을 냈다. EU집행위가 지적하는 문제점은 크게 세가지이다. 구글의검색, 크롬, 구글 플레이 스토어, 지도, 메일을 프리로드(선탑재)할 것을 강요했으며, 타사 운영체제를 개발하거나 사용하는 것을 제한했으며, 이 조건을 지키는 것을 대가로 금융혜택을 주었다는 것이 핵심내용이다.

EU의 판단이 90년대 후반 마이크로소프트(MS)가 반독점 소송에 휘말려 왕의 자리를 내주었던 사건의 데자뷰가 될 것인지,아니면 구글이 사업을 해나가는데 있어 해결하고 지나갈 수 있는 잠시 동안의 시련정도로 끝날 것인지 주목된다.

퓰리처상을 받은 세계적인 작가인 토머스프 리드만의 대표작 중 하나인 '렉서스와올리브나무'라는책을보면 미국 법무부가 MS를 반독점 협의로 제소하자 이에 대한 대응책으로 미국 정부를 인수하는 시나리오가 나온다. 토머스 프리드만이 이 책을 쓸 당시는 미국 정부가 실제로 MS를 제소했던 시점이다. 세계적 작가가 소설책도 아닌 전문서적에서 (실제로 그럴 가능성은 없지만) 미국 정부를인수한다는시나리오가 있었을 정도로 당시 MS는 지금 구글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독보적인 기업이었다. 말그대로 전세계를 호령했다.

MS는 막강한 자본력을 앞세워 불리하던 재판을 뒤집었지만 이후 IT생태계에서 MS가 갖는 영향력은 크게 약화됐다. MS가 재판에 집중하면서 다른데 신경쓰지 못하는 사이에 구글과 애플이 모바일 시장을 선점한 것이다.

이번 EU의 판결로 구글도 MS와 같은 길을 갈 것인가? 우선 당시 MS와 현재 구글이 같은 상황인지를 살펴봐야 한다. 가장 중요한 공통점은 1위 사업자임에도 새롭게 열리는 시장에 대해 제대로 준비하지 못해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던 시점에 결정한 사실 때문에 발목이 잡혔다는 점이다.

90년대 후반 MS는 새롭게 열리는 인터넷 세상을 준비하지 못했다. 뒤늦게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내놓았지만 이미 인터넷 세상은 ‘넷스케이프’가 장악한 상태였다. 익스플로러에 대한 시장의반응은없었다. 더 큰 위기는 ‘넷스케이프’가 IT 업계의 팽배한 반 MS 정서를 등에 업고 OS로 발전하려고 시도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MS는 윈도에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선탑재했고 당시 최대 PC 제조사인 델(DELL)등에 협조해줄 것을 요구했다. 이를 기반으로 MS는 브라우저 시장에서 넷스케이프를 몰아내고 ‘인터넷익스플로러’ 세상을 만드는데 성공할 수 있었다.

구글도 마찬가지였다. 모바일 시장이 커질 것이 뻔해보였으나 구글 내부적으로는 철저한 준비가 안되어 있었다. 동업자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관계가 좋았던 애플은 어느새 모바일 시장에서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었다. 애플이 개발한‘사파리’ 브라우저의 점유율 역시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었다. 사파리는 기본검색엔진으로 구글을 선택했으나 구글은 애플에게 큰 비용을 지불해야 했고, 애플은 더 많은 돈을 주지 않으면 기본 검색 엔진을 바꾸겠다고 협박 아닌 협박을해 동업자에서 경쟁자로 바뀌어가고 있었다. 구글은 안드로이드 인수 후 무료로 제조사에 뿌리며 시장 점유율을급속히 늘렸다. 그리고 그들의 서비스인 검색, 크롬, 스토어, 지도, 메일을 프리로드 (선탑재)해 모바일 시장에서 경쟁자보다 우위에 설 수 있었다.

MS와 구글 모두 위기때 그들이 가진 독점적 OS에 자사 서비스를 선탑재하는 방식으로 새롭게 열리는 시장에서 경쟁자를 몰아내고 시장을 장악한 측면이 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PC와 모바일에서 1위사업자라는 공통점과 이를 이용한 시장을 장악한 방식이 MS와 구글 모두 완벽하게 동일한 데자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그외에 시장 환경을 보았을 이번 구글 반독점법 위반은 MS와 많은 부분에서 달라 보인다.가장 중요한 것은 위반을 결정한 곳이다. MS 반독점 위반은 본사가 있는 미국정부가 주도했다. EU도 이후 MS를 상대로 반독점 소송을 했지만 MS 반독점 이슈의 출발지는 미국이었다. 하지만 구글은 EU가 먼저 주도했다.

빌게이츠는 미국 정부가 반독점 위반을 수사하자 잠을 못잤다고 이야기할 정도로 큰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하는데, 천문학적 벌금을 낼까봐 그런 것은 아니었다. 돈이라면 얼마든지 있었다. 미국 정부는 MS를 분할하라는 명령을 내렸고 이것이 매우 큰 부담이었다. MS는 이에 불복했고 결국 재판으로 갔다. MS 입장에서는 변화의 시기에 최대한 윈도와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결합해 시장 주도권을 계속 유지해야 하는 시점에 회사 분할은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결정이었다. MS는 회사분할을 막기 위해 회사의 모든 역량을 집중할 수 밖에 없었고, 회사는 불필요한 오해를 줄이기 위해 경쟁사가 하는 사업이나 자사 서비스를 활용하는 새로운 서비스를 내놓을 수 없어서 사실상 회사 운영이 마비될 수 밖에 없었다. 결국 구글이라는 괴물이 나타나는 것을 지켜보는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구글 반독점은 구글 본사가 있는 미국이 아니라 EU에서 내린 결정이다. 엄청난 벌금을 낼 수는 있지만 회사의 체계를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본사 분할 같은 결정을 내릴 수 없기 때문에과거 MS가 긴장한 것과 같은 위기감을 느낄 필요도 없으며, MS처럼 뒷짐을 쥐고 경쟁자들이 뛰어가는 것을 바라볼 필요도 없다.

언론의 상황도다르다. 구글은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목적이었지만 MS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갔다. 경쟁에서 승리하는 방법으로 경쟁자를 죽이는 방법을 의도적으로 택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었다. MS를 곤경에 빠지게한 전략은 ['포용', '확장' 그리고 '몰살']이다. 미 법무부가 반독점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발견된 MS 내부문서에 있었던 문구로, 1996년뉴욕타임스가 실었던 "Tomorrow, the World Wide Web! Microsoft, the PC King, Wants to Reign Over the Internet"라는기사로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처음에는 기존 시장에서 우위를 나타내는 제품과 호환되는 제품을 만들고,기존 제품에서 제공하지 않는 기능을 제공하다가 경쟁에서 우위에 서게 되면 경쟁 제품에 대한 지원을 끊어버리는 전략이다. 예를들어, AOL메신저는 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미국 시장에서 매우 폭넓게 사용되던 PC용 메신저였다.

MS는 MSN메신저를 개발한 후 윈도에 기본탑재하고 AOL에서 사용하는프로토콜 (통신규약)을 지원해 AOL과 호환되게 하였다. 하지만, MS가 시장 지배자가 되자 MSN기술을 수정해 AOL과 호환성을 끊으며 고립시켰다. 인터넷 익스플로러도 마찬가지였다. 넷스케이프에서 만든 자바 스크립트 등을 충실하게 지원하다가 자신들만 제공가능한 액티브X(activex)기술을 제공했다. 이 때문에1998년 10월 19일 미국 연방 정부에서 MS에 대한 반독점 재판이 시작되자 유력 언론사인 ‘워싱턴포스트’는 1면기사로 MS의 익스플로러 기본 탑재를 두고 ‘기업을 죽이는 강도행위’라고 강력 비판했다. 하지만, 구글은 적어도 작정하고 경쟁사를 죽이겠다는 의도는 없는 것으로 보이며 언론도 비교적 우호적인 상태로 여론이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을 가능성은 적다.

구글에게 불리한 점도 있다. MS가 반독점 혐의를 받을 때만 해도 클린턴 시절로 민주당 정권이었다. 민주당은 공화당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경제 정의를 중요하게 생각했기 때문에 기득권을 가진MS에 부담스러운 정책을 많이 사용했다. 그렇기 때문에 회사 분리와 같은, MS로서는 감당하기 힘든 결정을 하였다. MS 입장에서는 재판 중간에 다행히 부시가 대통령이 되는 행운을 얻었다. 부시는 강력한 시장 불간섭 정책을 사용했고 결국 MS가 분리되지 않는데 유리하게 작용했다

하지만 현재 미국 민주당 정권 아래 있고 다음에도민주당이 집권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유럽의 반독점 결정의 영향을 받아 미국 정부 역시도 반독점조사로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기술적 판단도 크게다를 수 밖에 없다. MS가 결국 반독점 혐의로부터 빠져나올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윈도’와 ‘인터넷 익스플로러’가 한몸으로 기술적으로 같이 설치되어 있을 수 밖에 없다는 MS의 주장이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MS는 앞으로 윈도는 인터넷과 긴밀하게 연결될 것이며, 기존처럼 패키지 판매가 아닌 인터넷을 통해 소프트웨어를 빌려주는 전략으로 발전시키기 위해서 윈도와 익스플로러의 결합이 필수적이라고 주장했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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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기술적 발전 방향으로 보았을 때 타당성이 있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안드로이드에 검색, 스토어 등을 선탑재하는 것은 기술적으로 꼭 필요한 부분이 아니기 때문에 어떤 논리로 구글이 반독점논란에서 빠져나올 수 있을지 의문이다.아마, 유료 소프트웨어와 무료 소프트웨어 전략은 다르다고 설득할 것으로 보이나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알 수 없다.

결론적으로, 이번 사건으로구글은 MS처럼 지옥으로 떨어졌다가 천신만고끝에 다시 살아나거나 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구글에게 지나가는 시련 정도로 끝날 수 있다. 하지만, 구글이 만약 슬기롭게 대처하지 못해 언론이 돌아서 반독점 분위기가 세계적으로 퍼질 경우 미 정부도 반독점 조사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들다. 이경우, MS보다 더 큰 늪에 빠질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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