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킬러' 中 러에코-장안기차 주목

"바퀴달린 스마트 모바일 기기 꿈꾼다"

카테크입력 :2016/04/25 17:52    수정: 2016/04/26 14:47

“테슬라는 중국에서 아직 성공했다고 말할 수 없다.”

중국 최대 규모의 전기차 브랜드 BJEV 소속 핑첸 수석 엔지니어가 15일 오전 서울 역삼동에서 열린 SNE리서치 주최 전기차 컨퍼런스에서 말한 내용이다.

그의 말은 중국 내 자동차 메이커들과 IT업체들이 테슬라에 대응하기 위한 여러 첨단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오는 2020년까지 자율주행과 장거리 주행 가능한 전기차를 내놓아 기술력을 인정받겠다는 것이다.

■‘테슬라 킬러’로 떠오른 중국 러에코(LeEco)

자동차 업계 관계자들은 테슬라 최대의 적을 러에코(LeEco, 구 러스왕)로 뽑고 있다. 중국 내 인터넷TV전문 업체로 알려졌지만, 자동차 개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러에코는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공개된 패러데이 퓨처 ‘FFZERO1' 컨셉트카 덕분에 유명세를 얻고 있다. 미국에 위치한 이 회사는 지난 2014년 러에코 오너 자웨팅의 자본금으로 설립됐다. 테슬라 출신 직원들로 구성돼 ‘테슬라 맞수’로도 알려진 업체다.

패러데이 퓨처 FFZERO1이 CES 2016 개막 이틀을 앞두고 공개됐다 (사진=패러데이 퓨처)

‘FFZERO1'의 성능은 웬만한 내연기관 자동차보다 뛰어난 수준이다. 1천마력의 힘을 지닌 엔진과 0에서 시속 96km(60마일)까지 3초대에 도달할 수 있는 가속 성능이 가장 큰 매력. 업계에서는 FFZERO1이 향후 패러데이 퓨처의 전기차 개발의 표본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러에코는 패러데이 퓨처와 별개로 ‘씨플랜(See Plan)’이라는 자체 자동차 연구 부서를 운영하고 있다.

씨플랜은 운영 초기부터 전 세계 전기차 시장에 두각을 보이고 있다. 영국 슈퍼카 브랜드 애스턴 마틴과 손잡아 ‘슈퍼 전기차’ 제작에 직접적으로 나섰기 때문.

러에코는 지난 2월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애스턴 마틴과 함께 전기차 양산을 위한 MOU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이들은 오는 2018년 ‘라피드E' 전기차를 출시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앤디 팔머 애스턴 마틴 CEO는 미국 자동차 유력 매체 오토모티브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800마력 파워트레인의 4도어 라피드가 2년 내 출시될 것”이라며 “전륜구동(AWD)이며 최대 주행 가능 거리는 200마일(약 321km)”이라고 밝혔다. 러에코와의 협력이 중요해졌음을 뜻한다.

앤디 팔머 애스턴 마틴 CEO(사진 왼쪽)와 레이 딩 LeEco 공동창업자(사진 오른쪽)가 전기차 개발을 위해 서로 손을 잡았다 (사진=애스턴 마틴)

러에코는 25일 개막한 베이징모터쇼에서 최고 시속 209km에 달하는 자율주행 전기 콘셉트카 ‘러시(LeSee)'를 공개했다. 구체적인 스펙은 밝히지 않았지만 러시를 통해 테슬라를 따라잡겠다는 것이 러에코의 의지다.

자웨팅 러에코 CEO는 24일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단순한 차량을 개발하는 것이 아니다. 일반적인 휴대전화와 태블릿PC와 큰 차이점이 없는 ‘바퀴달린 스마트 모바일 기기’ 같은 차 개발을 추구하고 있다”며 “테슬라를 넘어 자동차 산업을 이끌어 나갈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러에코가 베이징모터쇼를 통해 공개한 '러시' (사진=러에코)

■지능형 차량 기술에 8천억 쏟아부은 장안기차

테슬라 ‘오토파일럿’ 기술에 맞서기 위해 거액의 돈을 투자한 중국 기업도 있다.

중국 쓰촨성 충칭에 위치한 장안기차는 지난 13일 자율주행차 등 지능형 자동차 개발을 위한 투자계획안을 밝혔다.

장안기차 관계자는 “오는 2020년까지 400개 이상의 지능형 자동차 관련 팀들을 조성할 예정”이라며 “이를 위해 해당 년도까지 1천여명의 연구인력을 모을 것으며 50억 위안(한화 약 8천831억원)을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장안기차는 12일 충칭 공장에서 자율주행차 주행 시작을 알리는 기념 행사를 열었다 (사진=장안기차)

장안기차는 플래그십 중형세단 ‘레톤’을 활용해 지난 12일부터 17일까지 5일간 2천km에 달하는 자율주행 테스트를 진행했다. 차량에는 방 카메라, 전방 레이더, 고정밀 지도 등의 장비가 탑재됐다. 차량의 자동 정차와 속도 조절을 돕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제한 속도 표지판 인식 기능, 고속도로 혼잡구간 보조 시스템, 차선 유지 기능을 돕는 오토파일럿 모드 등도 내장됐다. 테슬라의 오토파일럿 전체 기능과 맞먹는 수준이다.

장거리 자율주행 테스트는 성공적으로 끝났다. 중국 신화통신 보도에 따르면 해당 차량은 앞차와의 안전거리, 차선변경 등을 무리없이 소화해냈다. 자율주행모드 시 최고 주행 가능속도는 최대 120km인 것으로 알려졌다.

장안기차는 자율주행차의 개선점등을 보완한 후 오는 2018년에 운전자의 도움이 필요없는 자율주행차를 내놓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기존 자동차 업계가 제시한 자율주행차 상용화 시기 2020년보다 약 2년 빠른 것이다.

앞서 기사에 언급한 BJEV도 자율주행차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핑첸 BJEV 엔지니어는 핑 엔지니어는 “주행보조시스템, 완전자율주행 시스템 등 다양한 첨단기술 개발 목표를 진행해 나가고 있다”며 “오는 2022년 개최 예정인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최 대비를 위해 수소연료전지차 개발에도 전념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중국 내 적수가 많아진 테슬라 ‘모델 X, 모델 3가 희망’

중국 내 적수가 많아진 테슬라는 모델 X와 모델 3로 돌파구를 마련할 방침이다.

미국 전기차 매체 일렉트렉에 따르면 테슬라는 올해 베이징 모터쇼 현장에서 모델 X 중국 내 사전 예약자를 초청해 별도의 이벤트를 열 예정이다. 지난 2월 중국내에서 모델 X SUV 사전계약에 돌입한 후 2개월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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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는 아시아 최초로 모델 X 판매 지역을 중국으로 선정했다. P90D와 90D 등 고급 트림을 우선적으로 판매한 후 저가형 트림인 75D 등을 내놓겠다는 계획이다. 값이 꽤 나가는 모델 X 고급형을 토대로 시장 입지를 단계적으로 넓혀나가겠다는 테슬라의 전략으로 풀이된다.

보급형 모델 3는 중국 생산 가능성이 높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CNN 인터뷰에서 모델 3 중국 생산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바라봤기 때문. 중국 현지 언론은 지난 3월 말 테슬라가 중국 쑤저우 정부 관계자들과 함께 생산 공장 건설을 위한 미팅을 가졌다고 보도했다.

테슬라 모델 3 (사진=테슬라/씨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