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헬로 M&A 심사기간 논란…과거엔 어땠나

SKT-신세기 145일…상대적으로 지연되고 있어

방송/통신입력 :2016/04/21 15:14    수정: 2016/04/21 16:12

김태진, 백봉삼 기자

공정거래위원회의 SK텔레콤-CJ헬로비전 기업결합 심사가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적절한 심사기간'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본지가 21일 과거 인수합병(M&A) 사례에 관한 정부 심사기간을 조사해 이번 SK-CJ 심사기간과 비교한 바에 따르면, 이번 심사가 상대적으로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신 시장에서 경쟁제한성이 우려됐던 가장 뜨거운 M&A는 지난 2000년 5월16일 조건부 합병 허가 결정이 난 SK텔레콤의 신세기통신 인수합병이었다. 두 회사가 결합되면 시장점유율이 50%를 넘기 때문에 경쟁제한성에 대한 우려가 컸던 M&A다. 이에 대한 최종 결정이 내려지는 데는 145일이 걸렸다.

■SK-CJ 심사기간 과거 사례에 비해 상대적으로 장기화

유무선 기업결합의 신호탄이 됐던, 지난 2007년 SK텔레콤의 하나로텔레콤 인수에 대한 심사기간은 더 짧아 88일에 불과했다.

또 KT-KTF, LG텔레콤-LG데이콤-LG파워콤의 합병은 특수관계사간 M&A여서 각각 35일과 47일만에 신속히 의결됐다.

경쟁사들의 반대가 극심했던 지마켓과 옥션의 기업결합도 104일만에 결론을 내렸다.

이와 달리 SK-CJ 심사기간은 21일 기준으로 이미 140일 이상 경과했다. 또 공정위 심사결과는 일러야 5월 중순에나 나올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이후 경쟁제한성에 대한 공정위 판단을 토대로 방송통신위원회에서는 동의절차를 거쳐야 하고 미래창조과학부 또한 최종적으로 심사를 해야 한다. 따라서 이 일정을 다 소화하려면 아무리 빨라야 6~7월에나 이번 합병과 관련된 최종 결론이 날 것이라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그렇게 될 경우 적어도 180일이 넘어가는 셈이다.

업종별 공정위 기업결합 심사 대표 사례.(표=지디넷코리아)

이처럼 심사기간이 과거에 비해 길어지자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합병 찬성 의견을 개진한 바 있는 건국대 권남훈 교수는 “찬반을 떠나서 이렇게 (합병심사가) 늦어지는 것은 불확실성을 키워 산업 전체 측면에서도 모두에게 바람직하지 않다”며 “이보다 훨씬 빨리 결정을 내렸어야 했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또 “적어도 2월말이나 3월에는 결론이 났어야 했다”며 “정부 당국이 이해관계자 의견을 너무 신경 쓰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합병 반대 의견을 가졌던 한국외국어대 심영섭 외래교수도 “CJ헬로비전의 경우는 약 6개월 동안 신규서비스 등 정상적인 기업 활동이 정지돼 있는 상태로 주주들의 불이익이 발생하고 있다”며 “특정 기업에 몰아준다는 것에 대한 우려는 있지만 심사는 현행 법 테두리 내에서 하되, 늦춰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김성환 아주대 교수는 “원칙적으로 기업결합의 경우 , 여론을 고려하면 안 되고 이 때문에 심사가 지연되고 있다면 유감스러운 일”이라면서 “규제기관이 전문성을 갖고 전문가 의견을 수렴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국민 여론을 반영할 만한 사안은 아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어 “방통위의 경우 방송의 공익성이나 공정성 등의 관점에서 여론을 수렴할 수 있겠지만 공정위나 미래부는 다르다”면서 “합병에 필요한 인가조건이 있다면 조건을 붙이면 되고 빨리 결론을 지어야 한다”고 말했다.

■ 공정위 “타 분야 기업결합 심사 2년 걸리기도”

이런 문제 제기에 대해 공정위는 "기업결합 심사는 신고회사의 보정자료 제출 소요시간이나 수평결합, 수직결합 등 기업결합유형, 관련시장에 미치는 영향 등이 달라 심사기간의 장단을 일률적으로 비교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또 "이번 합병심사도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공정위 한 관계자는 “그동안 심사기간이 5개월을 넘긴 사례로 NXP의 프리스케일 세미컨덕터 인수가 6개월, 에실로아메라인베스트먼트의 대명과학 인수가 12개월, 롯데쇼핑의 CS유통 인수가 7개월 등 다수가 있었고 2년 이상 걸린 경우도 있었다”며 정부가 눈치를 보고 있다는 주장을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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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에 2년 이상 걸린 사례는 마이크로소프트(MS)의 노키아 인수건이었다. 이 건은 2013년 11월1일 신청서가 접수돼 2015년 8월24일 조건부 승인 결정이 내려졌다. 다국적 기업인데다, 심사 기간에 동의의결 절차까지 포함된 특수 사례에 해당된다.

방송분야에선 현대HCN과 포항종합케이블사간 기업결합도 지역독점 문제로 10개월 넘게 심사가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