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새 1억대 오차"…태블릿에 무슨 일?

커진 스마트폰에 밀려…소비도구론 한계

홈&모바일입력 :2016/04/12 11:04    수정: 2016/04/12 11:22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태블릿 시장에 무슨 일이 생긴 걸까?

아이패드가 막 인기를 끌던 지난 2011년. 시장 조사업체 가트너는 황금빛 전망을 내놨다. 5년 뒤인 2015년에는 태블릿 출하량이 3억 대를 넘어설 것이란 예상이었다. 당시 가트너는 아이패드가 태블릿 전체 판매량의 절반인 1억5천만대를 책임질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현실은 예상과는 달랐다.

IT 전문 매체 리코드에 따르면 IDC는 지난 2월 2015년 태블릿 출하량을 2억70만대로 추산했다. 애플 아이패드 출하량은 5천만대 수준이다.

태블릿 시장이 5년 전 예상치에 비해 크게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애플이 12.9인치 대화면 태블릿 ‘아이패드 프로’를 발표하는 장면. (사진=씨넷)

또 다른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도 다르지 않았다. 가트너는 지난 해 ‘울트라모바일’출하량을 1억9억600만대로 추산했다. 이 수치는 2018년까지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전망됐다.

가트너는 울트라모바일에 애플 아이패드를 비롯해 삼성 갤럭시 탭, 넥서스7 같은 제품을 포함하고 있다.

어떤 쪽 기준을 적용하더라도 5년 전 예상에 비해 1억 대 가량 모자란다. 이 쯤되면 기대에 크게 못 미쳤다는 평가가 가능한 수준이다.

■ 태블릿 교체 주기도 스마트폰보다 길어

왜 이런 차이가 생긴 걸까? IT 전문 매체 리코드는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스마트폰이라고 지적했다. IDC에 따르면 지난 해 스마트폰 출하량은 14억대에 달했다.

하지만 단순히 스마트폰만으론 설명하기 어렵다. 좀 더 정확하게는 ‘화면 커진 스마트폰’이 태블릿 시장까지 잠식했다는 표현이 더 정확하다.

리코드는 시장조사업체 GfK 자료를 토대로 그 근거를 제시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지난 해 북미 시장에선 4.7인치 이상 제품 비중이 70%에 달했다. 중국 시장에서도 절반 이상이 4.7인치 이상 대형폰들이 점유했다.

스마트폰 화면이 커지면서 굳이 태블릿을 구입할 이유가 사라진 부분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태블릿 교체 주기가 생각보다 긴 점 역시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 부분은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도 한 차례 지적한 대목이다.

여기까지는 짐작 가능한 설명이다. 실제로 태블릿 시장 침체를 얘기할 때 자주 거론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리코드의 그 다음 설명이 사뭇 흥미롭다. 시장을 정교하게 바라볼 경우엔 조금 다른 의미를 끌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 키보드 부착할 수 있는 제품 판매는 오히려 늘어

리코드에 따르면 지난 해 태블릿 판매량은 약 10% 가량 감소했다. 하지만 IDC가 ‘디태처블(detachables)’로 분류하는 제품은 오히려 판매가 늘어났다.

디태처블은 키보드를 부착해서 노트북PC처럼 쓸 수 있는 제품을 의미한다. IDC는 애플이 지난 해 출시한 아이패드 프로도 디태처블 항목으로 분류하고 있다.

결국 키보드를 붙여 쓰지 않도록 돼 있는 태블릿 판매량은 수 년 째 계속 감소한 반면 디태처블 제품들은 꾸준히 판매가 늘고 있다는 얘기다. IDC는 오는 2020년이면 ‘소비자 컴퓨팅 기기’의 5분의 1 가량은 디태처블 태블릿이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9.7인치 아이패드 프로 (사진=씨넷)

이런 현상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애플이 아이패드를 처음 내놓을 때 ‘콘텐츠 소비 기기’란 점을 강조했다. 침대에 누워서도 인터넷을 즐기고 서핑을 할 수 있다는 게 매력 포인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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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스마트폰 화면이 커지면서 콘텐츠 소비기기로서 태블릿의 매력은 크게 떨어졌다.

반면 키보드를 부착한 디태처블 제품 수요가 오히려 늘고 있다는 건 ‘콘텐츠 생산기능’을 겸비한 덕분이라고 봐야 한다. 기존 노트북PC에 비해 휴대가 훨씬 간편하면서도 스마트폰으로 처리하기 힘든 생산 기능까지 포괄한 점이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게 만들었다는 얘기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