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안 쓰는 지하철 와이파이…주파수 낭비 논란

방송/통신입력 :2016/04/07 14:22    수정: 2016/04/07 14:42

“지하철에서 와이파이 쓰는 사람이 있나요?”

출퇴근길 지하철에서 대부분의 승객들이 스마트폰으로 동영상을 보거나 음악을 듣고 인터넷에 접속하지만, 와이파이를 이용하는 이들은 드물다.

과거 3G 시절과 달리 훨씬 빠른 속도로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는 LTE가 대중화 된 탓이 크지만, 반대로 지하철 와이파이가 느리고 접속조차 원활치 않아서다.

때문에 지하철 와이파이 중계 서비스 용도로 허용해 준 와이브로의 주파수 낭비란 지적이 일고 있다.

7일 미래창조과학부에 따르면, 현재 주로 지하철 와이파이 망으로 사용되고 있는 와이브로가 일종의 '계륵'으로 방치되고 있다. 와이브로 사용자가 갈수록 줄어드는 데다, 특히 와이브로 기반 지하철 와이파이 품질도 점점 떨어지면서 '와이브로 존립'을 위태롭게 하고 있다.

2월말 현재 와이브로 가입자는 총 75만9187명. 사업자별로는 KT가 67만915명, SK텔레콤이 8만8272명을 확보하고 있다.

와이브로는 지난 2006년에 상용화된 이후 2012년 말 104만명의 가입자로 정점을 찍은 뒤 매년 감소추세다. 때문에 구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2013년 전파법 고시를 개정해 추가 할당대가를 납부하는 조건으로 할당 역무 이외에 와이파이 중계 서비스용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용도변경을 허용한 바 있다.

이에 따라, KT와 SK텔레콤의 와이브로 주파수 이용기간인 2019년 3월까지 매년 할당대가로 기존 48억원, 26억3천만원에 추가로 각각 3억4천만원, 14억8천만원을 납부하고 있다.

이달 말 주파수 경매에 나오는 주파수 중 최저 경쟁가격이 낮은 2.6GHz의 1MHz당 할당대가도 163억8천250만원(20MHz폭 3천277억원으로 연간 약 327억원)이란 점을 감안하면 매우 적은 비용이다.

용도변경이 허용된 이후 SK텔레콤과 KT는 지하철 등에서 와이브로를 이용해 와이파이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하지만 최근 지하철에서 와이파이 속도 측정 결과, 정상적으로 이용하기 힘든 상태다. 지상과 지하구간의 속도에서 현저한 차이를 나타낼 뿐만 아니라 이동통신서비스와 같이 핸드오프가 지원되지 않아 끊기기 일쑤다.

실제, 인터넷 속도측정 애플리케이션인 벤치비를 이용해 확인해 본 결과 지하구간에서는 다운로드 속도가 1.10~2.40Mbps, 지상에서는 3.23~5.65Mbps로 확연한 속도차이를 나타냈다. 업로드 속도는 각각 0.98~2.08Mbps, 2.13~3.06Mbps였다.

지하철 지하구간에서 측정한 와이파이 속도

지상구간에서는 인터넷 이용이 가능할 정도의 수준이었으나 지하구간에서는 접속이 이뤄져도 정상적인 이용이 쉽지 않았다.

지하철 지상구간에서 측정한 와이파이 속도

특히, 속도측정 시간대가 출퇴근 시간이 아닌 비교적 승객이 적은 낮 시간대였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출퇴근 시간에 지하철 와이파이를 이용하는 것은 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

하지만 통신사들은 이러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LTE 지하철 프리 요금제 등 부가서비스를 내놓으며 근본적인 개선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때문에 데이터 사용량이 많지 않은 저가 요금제 이용자나 주파수의 효율적 활용을 위해서라도 향후 와이브로 주파수 정책을 전면 재점검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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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부 관계자는 “LTE 가입자가 단기간에 전체 이동통신 가입자의 70%를 넘어설 정도로 폭발적인 증가를 한 것은 사업자들이 LTE에 집중 투자하고 ARPU가 높은 가입자를 우선으로 관리했다는 반증”이라며 “향후 TD-LTE 주파수로 사용할 수 있는 대역이 와이브로로 이용 중인 2.3GHz와 2.5GHz, 3.5GHz 밖에 없다는 점을 고려해서라도 향후에는 투자이행점검에 보다 더 철저한 관리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와이브로 이용자가 75만명에 불과하고 주파수를 비효율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해도 75만 가입자를 보호해야 되는 측면도 있기 때문에 2019년 3월로 돼 '예정인'있는 이용기간까지는 사업자들의 개선 의지에 맡겨야 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