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제온칩, 주류 라우터·스위치 시장 뚫을까

"서버·스토리지 넘어 네트워크로 확산 기대"

컴퓨팅입력 :2016/04/06 17:25    수정: 2016/04/06 17:27

주류 네트워크 장비용 프로세서 시장에서 인텔이 더 큰 지분을 차지할 수 있을까? 인텔은 '당연히 그럴 것'이라 기대한다. 소프트웨어정의네트워킹(SDN) 인프라가 대세로 자리잡으리란 전망 때문이다. 시스코시스템즈, 주니퍼네트웍스처럼 자체 칩(ASIC) 기반 장비를 만들거나 브로드컴처럼 네트워크 장비용 프로세서를 공급하는 업체에는 달갑지 않은 관측이다.

제온(Xeon) 프로세서 시리즈가 서버만을 위한 칩이 아니라는 인텔의 메시지는 새로운 게 아니다. 인텔은 지난 2014년 9월 제온E5-2600 v3 제품군을 내놓을 때 '소프트웨어 정의 데이터센터(SDDC)' 비전을 강조하면서, 제온 프로세서가 스토리지와 네트워크 장비용 칩 시장에도 활발히 공급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공언했다. 둘은 각각 인텔 생태계 중심의 '소프트웨어정의스토리지'와 SDN 확산을 의미했다.

당시 인텔 주장은 데이터센터 하드웨어 자원 가운데 서버뿐 아니라 스토리지와 네트워크 인프라에 제온 칩 기반의 가상화 기술을 적용함으로써 인텔의 SDDC 비전을 실현할 수 있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인텔은 자사 비전에 가상화 기술로 이기종 하드웨어의 자원 풀을 유연하게 활용한다는 '일반론'에 제온 칩을 품은 개별 장비의 물리적 동작 상태 역시 중요 관리 대상으로 다룬다는 차별화 요소를 가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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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말해 '제온 칩 기반으로 데이터센터 내 모든 서버, 스토리지, 네트워크 장비 대동단결'이 인텔의 SDDC 비전의 핵심이다. 앞서 이렇게 드러난 인텔의 야심은 최근 제온E5-2600 v3 시리즈의 후속 제품군 '제온E5-2600 v4'이 공개된 자리에서 더욱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인텔코리아가 6일 서울 여의도 메리어트호텔 간담회서 설명한 신형 칩의 주요 개선점도 'SDDC 비전을 실현하기 위한 SDN'으로 수렴했다.

나승주 인텔코리아 이사는 비(非) 서버 장비용 칩 시장을 겨냥한 인텔의 전략이 지금도 유효하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나승주 인텔 이사

"물론입니다. 스토리지 영역에서 많은 제조사가 시스템에 인텔 칩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인텔 칩 스토리지 비중이 10대 중 8대 이상에 달합니다. 이런 비중은 2~3년전 나왔던 얘기니까, 현재는 그와 비슷하거나 더 높아졌을 수 있습니다. 인텔은 시스템 제조사를 위해 '인텔스토리지라이브러리'라는 소프트웨어와 스토리지 제작을 위한 '플랫폼개발킷'을 제공합니다. 암호화, 중복제거, 이레이저코드 등 주요 스토리지 기능을 고성능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돕는 인텔의 여러 지원 사항 중 일부에 해당합니다."

이런 점에서 인텔의 SDDC 비전은 스토리지 영역에서 먼저 실현되는 분위기다.

반면 SDDC 비전을 실현하기 위한 네트워크 인프라로의 제온 칩 확산 전략은 아직 모호함이 크다. 관련 설명은 다음과 같다.

"데이터센터 인프라에서 서버 가상화 환경이 확산하면서, 컴퓨팅과 네트워크 기능을 합치는 추세입니다. 인텔 서버 기반 가상화 시스템에 가상화한 네트워크 기능을 얹는 식으로 바뀌면서 클라우드로의 전환이 이뤄지는 방향입니다. SDN 측면에서, 클라우드에 통합될 네트워크 인프라의 성능과 가상화 기능이 중시됩니다. (신형 칩은) 현업에 네트워크 가상화 구현시 걸림돌이었던 시스템 리소스 할당의 우선순위 문제를 제거할 수 있게 돼 네트워크 분야에서 (제온 프로세서 확산을) 가속화할 것입니다."

나 이사가 언급한 리소스 할당 우선순위 문제의 해소는 제온E5-2600 v4에 '인텔 리소스 디렉터 기술'이 탑재된 결과다. 리소스 디렉터 기술을 적용하면 CPU 캐시 메모리를 할당할 때 업무 중요도가 높은 가상머신(VM)에 우선권을 줄 수 있다. 이를 적용하지 않은 인프라에서 실제 중요도는 높은데 CPU의 자원 배분 정책에 우선권을 갖지 못해 성능 손실을 야기하는 현상을 해결할 수 있다.

인텔코리아는 2016년 4월 6일 서울 여의도 메리어트호텔에서 간담회를 열고 제온E5-2600 v4 프로세서 제품군을 공개했다.

인텔 리소스 디렉터 기술의 이같은 역할은 네트워크기능가상화(NFV) 환경에서 VM 형태로 돌아가는 가상네트워크기능(vNF)간 중요성에 초점을 맞출 경우 유용할 수 있다. 다만 이 기술이 SDN 인프라의 운영체제(OS)에 해당하는 SDN컨트롤러의 명령을 더 효율적으로 수행하는 데 기여하는 특징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SDN 개념을 적용한 인프라에서 SDN컨트롤러는 네트워크 장비의 트래픽 처리 정책과 구성을 통제하고 변경하는 두뇌 역할을 한다. 시스코시스템즈나 주니퍼네트웍스처럼 스위치와 라우터를 만드는 회사들의 SDN 전략이 기본 채택하는 전제는, 두뇌 역할을 하는 SDN컨트롤러를 자체 개발한 ASIC 기반의 네트워크 장비에서 돌리는 것이다. 자신들의 네트워크 운영 노하우와 검증된 알고리즘으로 무장된 ASIC이 인텔 x86 프로세서같은 범용 CPU나 브로드컴같은 상용칩보다 SDN 운영에 적합하다는 이유에서다.

인텔이 SDDC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제온 칩 중심의 SDN 생태계를 꿈꾼다면 2가지 중 하나 이상의 전략을 추진해야 한다.

한가지 방법은, 주요 네트워크 장비 업체들이 ASIC에 일임한 SDN컨트롤러 구동 인프라 역할을 빼앗아 제온 칩의 영역으로 가져오는 것이다. 이는 현재까지 드러난 메시지보다 더 상세한 수준에서 그 기술적인 실행 방법론이나 레퍼런스 아키텍처를 부각시켜야만 가능하다.

다른 한가지 방법은 서버 가상화 및 클라우드 관련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프로젝트에 참여한 기술 개발 업체들의 네트워크 가상화 관련 표준화를 지지하면서, 네트워크 장비 업체의 ASIC 기반 SDN컨트롤러보다 더 실용적인 개방형 소프트웨어 기술을 확보하는 것이다.

인텔은 오픈스택, OCP, ONOS 등의 프로젝트에 참여함으로써 후자에 베팅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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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 측은 아직 네트워크 장비용 프로세서 시장에서 자사 칩의 비중이 10대 중 1대 수준이라고 밝혔다. 이 비중이 높아지려면 이미 시중에 공급된 네트워크 장비들의 인프라 재구축이 수반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각국 통신사업자들이 목표로 내건 '5G 네트워크' 구축이 그걸 가속할 것이라고, 인텔 측은 기대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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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인텔코리아 간담회에서 출시를 예고한 인텔 제온E5-2600 v4 프로세서 제품군은 27종이다. 최다 코어수 22개, 최다 쓰레드수 44개, 최대 LLC 55MB, 최고 메모리 속도 DDR4 2400MHz를 지원한다. 보안 기능 처리시 RSA, ECC, SHA 기반 세션 개시 프로토콜 가속을 수행하고 AES-NI를 사용한 데이터 보호 기술로 암호화 속도를 높였으며 보안 키 등을 처리하는 난수 생성 기능을 제공하는 등 개선점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