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지상파 재송신료 42% 인상 부당"

지상파-케이블 협상 '변수'로 작용

방송/통신입력 :2016/03/23 17:04    수정: 2016/03/23 17:52

지상파 방송 3사가 케이블TV 사업자들에게 가입자당 재송신료(CPS) 인상을 요구하는 것이 부당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현재 진행중인 지상파와 케이블TV 간 협상에 변수로 작용할 보인다.

서울고등법원(제4민사부)은 22일 지상파방송 3사가 CMB를 상대로 제기한 판매금지가처분 항고심에서 기각 결정을 내렸다.

지상파3사는 지난해 지상파 재송신 계약이 종료된 유료방송사들과의 재계약 협상 과정에서 가입자당 재송신료(CPS) 인상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CMB를 상대로 디지털지상파방송 채널을 포함한 방송상품 신규판매 금지를 요구하는 가처분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지난해 10월 서울남부지방법원은 기각 결정을 내렸으나 지상파가 이에 불복해 항고를 제기했다. 하지만 또 다시 기각 결정이 선고된 것이다.

지상파 3사

서울고등법원은 ▲지상파방송사들이 정부의 ‘지상파방송 재송신 협의체’ 참여를 거부하고, 케이블방송사들에게 지상파 채널 별도상품 무료제공을 허용하겠다고 하는 점 ▲가처분 신청의 진정한 목적이 다른 유료방송사들과의 재송신료 협상에서 협상력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보이는 점 ▲가처분 인용 시 케이블이 신규판매를 사실상 할 수 없어 손해가 적지 않은 점 ▲CMB가 계약 만료 후에도 종전 재송신 대가를 지급하고 있고, 협상 타결 시 인상분을 소급 정산하겠다는 입장인 점 ▲손해배상 청구 소송 1심에서 손해배상액이 가입자당 월 170원 또는 월 190원으로 정해진 점 등을 들어 기각했다.

재판부는 “지상파방송사들의 목적(가처분 통한 협상력 확보)이 달성될 경우 유료방송사들에게 합리적 근거 없이 재송신료의 과도한 인상을 강요할 수 있고, 이는 최종적으로 가입자에게 전가될 우려가 있다”고 의견을 밝혔다.

재판부는 지상파방송사들이 CPS를 280원에서 400원으로 인상할 것을 요구한 것에 대해서도 “42% 인상된 금액을 요구하면서 막연한 사정을 들고 있을 뿐, 수긍할만한 합리적인 산정근거를 구체적으로 밝히지도 못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재송신문제 해결방안에 대해 “지상파재송신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산정해 사업자 이익을 분배하도록 하는 합리적인 입법적 행정적 정책 마련이 필요하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현 상태를 유지하면서 바람직한 시장질서 및 거래조건에 관한 사업자간 합의를 통해 해결되어야 할 문제”라고 밝혔다.

현재 지상파 측과 케이블TV 사업자들은 VOD, 디지털방송 가입자 및 8VSB(아날로그 가입자가 디지털방송을 수신할 수 있는 방법) 가입자들에 대한 CPS 대가를 놓고 협상을 진행 중이다. 지상파 측은 VOD와 CPS를 연계해 협상을 진행하며,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VOD 공급을 중단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지상파측의 요구 중에는 CPS 400원 인상과, 그동안 과금 대상에서 제외했던 8VSB 이용 가입자에 대해서도 CPS 400원 적용이 포함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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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지상파 측의 CPS 400원 주장에 타당성이 부족하다고 조목조목 지적한 이번 판결이 어떤 형태로든 이번 협상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사업자가 합리적인 CPS 대가 산정을 위해 입법적 행정적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된 만큼 주무 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가 실효적인 중재방안을 제시해야 될 전망이다. 또한 방통위가 이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운영중인 재송신협의체와 분쟁조정위원회 역할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배석규 회장은 “방송업계가 시청자 피해를 일으킬 수 있는 소모적인 다툼이나 소송분쟁을 하루빨리 벗어나야 한다"면서 “법원 판단과 마찬가지로 정부가 합리적인 협상 및 재송신 대가 산정 프로세스를 구축하고, 방송사들이 인내심을 갖고 협상에 임하면 공동번영을 추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