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현대·기아차 "청년실업 활로 뚫는다"

협력사 채용박람회 가보니...협력사 인재 수급·고용 창출 효과

디지털경제입력 :2016/03/23 16:20    수정: 2016/03/25 12:21

정기수 기자

현대·기아자동차가 중소 협력사, 구직자와 함께 올해도 대규모 채용의 장을 연다. 경기 불황 지속으로 기업들이 투자와 고용을 축소하면서 청년들의 취업난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현대·기아차가 협력사들과 함께 다시 한 번 일자리 창출을 위해 나선 것.

지난 2012년 국내 대기업 처음으로 실시된 현대·기아차 협력사 채용박람회는 우수 인재 채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 협력사들의 인재 확보를 지원하기 위해 마련됐다. 채용박람회는 대기업의 책임 확대뿐만 아니라, 하청업체의 기술력도 높이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에 따라 현대·기아차의 협력사 채용박람회는 대·중소기업 간 동반성장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는 평가다.

실제로 2012년 첫 행사에서는 현대·기아차의 330여개 1차 협력사가 한 해 동안 약 1만6천명의 인력을 신규 채용하는 성과를 이뤄냈다. 2013년 두 번째 행사에서는 430여개 업체가 참가해 이와 연계해 채용한 인원들을 포함, 연간 총 1만7천여명을 채용했다. 2014년과 지난해 행사에서도 각각 1만7천여천명, 1만8천여명의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했다.

2·3차 협력업체의 채용 규모까지 포함할 경우, 현대·기아차 전체 협력업체들의 고용 인원은 훨씬 늘어난다.

구직자들이 채용상담을 하고 있다(사진=지디넷코리아)

올해 현대·기아차 협력사 채용박람회는 23일 수도·충청권 박람회(서울, 코엑스)를 시작으로 31일 대구·경북권 박람회(대구, 엑스코), 4월21일 호남권 박람회(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 4월28일 울산·경주권 박람회(울산, 울산대학교 체육관), 5월10일 부산·경남권 박람회(창원, 창원컨벤션센터) 등 전국 5개 권역에서 차례로 열린다. 업계에서는 총 2만5천여명의 청년과 경력 인재가 방문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올해 행사부터는 해당 지자체와의 적극적인 협업을 통해 지역별 구인·구직 정보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며 "행사 참여 325개 업체 외에도 지역 뿌리산업의 주축인 강소기업들도 처음 참여하도록 헤 지역 일자리 창출에 큰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로 다섯 번째를 맞는 이번 행사에 현대·기아차는 협력사들이 인재 확보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장소는 물론 행사 기획에서 운영에 이르기까지 채용박람회의 재정적 부문을 전담 지원한다. 현대·기아차 1차 협력사들은 이번 행사와 연계, 채용할 인재들을 포함해 올해 신규 인력 총 1만8천여명을 채용할 계획이다.

현대·기아차 동반성장관(사진=현대·기아차)

기업 "우수인재 채용", 구직자 "취업 지원 기회 확대"

23일 오전 10시 서울 삼성동 코엑스 3층 C홀. 평일 다소 이른 시간이지만 현대·기아차 협력사 채용박람회에는 행사가 시작되기 전부터 취업준비생들이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정장을 갖춰 입은 대졸 구직자부터 교복을 입은 앳된 학생들까지 다양한 취업준비생들로 행사장 안은 금새 붐비기 시작했다.

많은 기대를 품고 서둘러 집을 나섰다는 한양대 한동희㉙씨는 "3학년을 마치고 휴학한 뒤 취업을 준비하고 있다"며 "여러 기업의 인사담당자를 직접 만나 면접을 볼 수 있다고 해서 찾게 됐다"고 말했다.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취업 전선에 뛰어들기 위해 행사장을 찾았다는 광명정보고 심미정⑲씨는 "취업난이 심각해 대학에 진학해도 취업이 보장되지 않는다"면서 "나와 잘 맞는 기업에 들어가 열심히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얻고 싶다"고 전했다.

현대·기아차 1차 협력사 인팩에서 한 취업준비생이 상담을 하고 있다(사진=지디넷코리아)

행사를 찾는 참가자가 늘자 현대·기아차의 협력사 부스에도 점차 활기가 돌았다.

현대·기아차의 1차 협력사인 인팩 인사 담당자는 "2012년부터 현대·기아차 채용박람회에 참가하고 있다"며 "해마다 2~3명 정도 채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채용박람회를 통해 입사한 직원들이 애사심과 업무능력이 높아 근속하고 있다"며 "올해도 우수인재를 채용하기 위해 참가했다"고 부연했다.

채용박람회를 통해 인팩에 취업한 이들은 자동변속기용 오토티엠케이블부터 차세대 전자제어 현가장치 설계 등 분야에서 현재까지 맡은 바 업무를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기업들은 대부분 대기업 못지않은 연봉과 복지 수준을 갖췄지만 중소기업에 대한 낮은 인식과 비수도권인 회사소재지의 지역적 여건으로 우수 인재를 채용하는데 애로를 겪고 있다. 인팩 역시 1969년 창립 이래 자동차용 케이블, 밸브, 쉬이치, 안테나, 혼과 EPB, ECS 등 신기술을 이용한 차세대 첨단 제품을 생산하는 글로벌 종합 자동차 부품 전문 기업이다.

인팩 관계자는 "B2B 기업인 만큼, 대중적으로 회사 인지도가 낮다"며 "채용박람회 참가로 홍보에도 적잖은 도움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취업준비생들이 박람회에 참가한 협력사들의 채용 공고를 살펴보고 있다(사진=지디넷코리아)

또 익명을 요구한 A업체 관계자는 "직원 채용 공고 시 회사 홍보가 수월하지 않아 구직자들이 회사가 어떤 일을 하는 지도 잘 모르는 경우도 있었다"며 "하지만 채용박람회를 통하면 회사 홍보와 함께 적합한 인재를 선발하는데 도움이 되는 것 같다"며 서둘러 면접 준비에 들어갔다. 이 회사는 이번 채용박람회에서 R&D(연구개발)과 영업 분야에서 10여명을 서류 및 면접 전형을 거쳐 선발한다는 계획이다.

실제 이날 행사 참가 협력업체 관계자들은 글로벌 완성차 업체인 현대·기아차에 부품을 납품하고 있다는 점이 부각돼 많은 구직자들에게 경쟁력 있는 회사로 평가받았다고 입을 모았다.

부산에서 올라왔다는 한 구직자는 "생소한 회사가 적지 않다"면서도 "의외로 연봉도 적지 않고 복지 수준도 높아 놀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내 적성과 맞는 곳인지, 회사가 성장할 수 있는 지 좀 더 자세히 알아보고 원서를 넣을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고용디딤돌 프로그램 홍보관(사진=지디넷코리아)

한편 이번 박람회에는 청년 인재의 체계적인 직무 교육과 인턴십을 통해 협력사 취업을 지원하는 '고용디딤돌 프로그램'의 홍보관도 별도로 운영, 현장에서 직접 프로그램 신청접수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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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밖에 채용상담관이 마련돼 구직자에게 맞는 회사와 일자지에 대해 컨설팅도 제공한다. 전문 상담가들이 구직자의 전공이나 성향 등을 자세히 듣고 적합한 업체의 부스를 소개해 준다. 각 분야 명사들의 강의가 진행되는 취업특강관과 이력서 작성 및 면접 컨설팅, 무료 증명사진 촬영, 스트레스 테스트 등을 지원하는 부대행사관도 운영한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올해로 5회째를 맞이한 협력사 채용박람회는 이제 대·중소기업 간 상생협력의 대표적인 프로그램으로 자리를 잡았다"면서 "앞으로도 협력사의 인재 채용을 꾸준히 지원하며 청년 실업률을 낮추고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취업특강관에서 취업준비생들이 각 분야 명사들의 강의를 듣고 있다(사진=지디넷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