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시장 잡아라'...車 업계도 팔 걷었다

볼보, GM 등 해외 완성차 업체, AI 기술 접목에 투자 활발

홈&모바일입력 :2016/03/14 09:38    수정: 2016/03/14 10:38

“조심하세요! 졸음금지!”

생체 바이오리듬을 측정해 운전자의 피로도를 조사할 수 있는 한 스마트워치의 경고 메시지다. 업계에서는 이 기술이 졸음운전 사고 발생을 줄일 수 있는 획기적인 기술로 평가하고 있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이 기술이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의 대표적 사례로 여기고 있다. 자동차와 연동된 스마트워치가 운전자의 주행 패턴을 분석해 프로그램화 시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훗날 발생할 수 있는 돌발사고를 방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은 자율주행차 개발 초기 때부터 적극 활용되어 왔다. 앞차와의 거리를 스스로 조절할 수 있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차선이탈 방지 시스템, 전방 충돌 경고 시스템 등의 기초는 인공지능이라는 것이 학계의 전반적인 의견이다.

엔비디아 드라이브 PX 2가 탑재된 볼보 XC90 (사진=엔비디아)

인공지능을 활용한 첨단 차량 기술은 지난 1월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16에서부터 큰 주목을 받았다.

토요타는 당시 인공지능 기술 향상을 위해 향후 5년 동안 약 1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스탠퍼드, MIT와 손잡고 스마트카 인공지능 연구소를 설립하겠다는 것이 토요타의 방침이다.

엔비디아는 최근 볼보와 함께 자율주행차 인공지능 기술 활성화에 나섰다. 엔비디아는 인공지능의 일종인 딥 러닝 기술을 활용한 슈퍼컴퓨터 ‘드라이브 PX 2'를 볼보 자율주행차 프로젝트에 도입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오는 2017년까지 100대의 볼보 XC90 SUV에 이 슈퍼컴퓨터가 탑재될 예정이다.

BMW도 인공지능 자동차 개발을 공식적으로 선언했다. 하랄드 크루거 BMW 그룹 회장은 지난 8일 열린 100주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BMW 그룹은 앞으로 데이터를 인공지능으로 전환, 미래의 자동차가 인간이 원하는 바를 먼저 예상하고 개개인에 최적화된 환경을 제공해줄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BMW는 CES 2016 현장에서 동작 인식 기술 ‘제스처 컨트롤’보다 한단계 진화된 ‘에어 터치’ 기술을 선보여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하랄드 크루거 BMW 그룹 회장이 비전 '비히클 넥스트 100'의 옆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사진=BMW)

인공지능에 대한 GM의 움직임도 주목할 만 하다. GM은 지난 11일(미국시각) 홈페이지를 통해 미국 자율주행차 스타트업 크루즈 오토메이션을 인수한다고 밝혔다.

크루즈 오토메이션이 자체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딥러닝(심층학습) 소프트웨어 등을 향후 출시될 예정인 GM 차량에 적용하기 위해서다. GM 인수후에도 사명을 그대로 유지하는 크루즈 오토메이션은 향후 인공지능 엔지니어 채용을 통해 인공지능 기술 향상에 전념할 계획이다.

그럼 국내 완성차 업계는 어떨까. 현대기아차는 LG전자, 삼성전자, 네이버, KT, 한화첨단소재 등과 함께 산업통상자원부 주관 ‘자동차 융합 얼라이언스’에 동참했다. 최근 이슈화되고 있는 인공지능, 해킹, 친환경차 시장 대응을 위한 전략적 행보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들은 해외 완성차 업체와 달리 인공지능 기술에 대한 구체적 계획을 내놓지 못했다.

그렇다면 자동차 속 인공지능은 우리에게 어떤 존재로 여겨질까?

김정하 국민대 무인차량연구실 교수는 “인공지능 기술은 자율주행차 기술 개발 초기 때부터 적용되어 왔다”며 “예상치 못한 돌발상황을 학습할 수 있는 인공지능 기술은 자율주행차 안전도 향상에 크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인공지능 기술이 앞으로 더 발전하면 자율주행차 최대 단점인 해킹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하랄드 크루거 BMW 회장은 13일(미국시각) 오토모티브 뉴스를 통해 “자동차는 향후 우리의 동반자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향후 자동차 스스로가 전문 기사 노릇을 해낼 것이며, 우리가 원하는 것을 미리 예측하고 삶 자체를 편안하게 해주는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구글 자율주행차 프로토타입 (사진=구글)

인공지능에 대한 신중론도 있다. 구글 자율주행차는 지난달 14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 엘 카미노 레알(El Camino Real)-카스트로 가(Castro Street) 교차로 지점에서 첫 접촉 사고를 냈다. 이 때문에 구글은 지난 2009년 자율주행차 프로젝트를 실시한 이후 약 7년만에 처음으로 사고에 대한 책임을 물게 됐다.

주목할 점은 이 사고가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의 구글 대상 특별 서신 발행일 이후 나흘만에 발생했다는 것이다. 당시 NHTSA는 “구글 자율주행차 내부에 탑재된 인공지능시스템이 단순한 부품이 아닌 운전자로서의 역할을 할 수도 있다”는 내용이 담긴 특별 서신을 구글에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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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AI 시스템 자체를 믿었던 NHTSA는 당혹스러운 분위기다. 마크 로즈킨드 NHTSA 국장은 10일(미국시각)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당시 발생한 구글 자율차 사고가 왜 일어났는지 면밀히 알아보기 위해 다방면으로 조사하는 중"이라며 "구글이 NHTSA 조사 계획에 협조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만일 시스템 오류가 증명된다면 구글은 캘리포니아 교통당국으로부터 자율주행차 운행 면허 정지를 당할 가능성이 높다.

업계 관계자는 “구글은 지난 2월 월간 보고서를 통해 소프트웨어 개선으로 자율주행차 기능과 주행 능력을 향상시키고 있다”며 “이번 사고가 자동차 속 인공지능 시스템 발전에 크게 기여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