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주주친화 주총…'쓴소리'도 들었다

14년 만에 정관개정 배당 年 2회→4회로…안건 의결 과정서 표결 요청도 수용

디지털경제입력 :2016/03/11 13:53    수정: 2016/03/11 13:56

정현정 기자

삼성전자가 정기 주주총회에서 14년 만에 정관 개정을 통해 중간배당을 분기배당으로 늘리고 제3자에 대한 신주발행 한도를 축소하는 등 주주친화 장치를 마련했다. 또한 안건 처리 과정에서는 단 1명의 반대 요청에도 표결을 진행하며 주주들의 쓴소리도 겸허히 들었다.

지난해에 이어 각 사업부문별 수장이 직접 나서 경영현황을 상세히 소개하고 질의응답을 받는 주주친화적 주주총회 풍경도 이어졌다.

삼성전자는 11일 서초사옥 다목적홀에서 주주, 기관투자자 등 4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제47기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하고 '재무제표 승인', '이사 선임', '이사 보수한도 승인', '정관 일부 변경의 건' 등 4개 안건을 원안대로 가결시켰다.

가장 눈에 띄는 안건은 연간 두 차례 이뤄지던 배당횟수를 4회로, 분기마다 할 수 있도록 정관을 변경하는 내용이다. 삼성전자는 기존에 ‘중간배당’으로 연 2회 배당을 실시해왔다. 이는 지난해 10월 발표한 주주환원 정책의 일환으로 당시 삼성전자는 대규모 자사주 매입 계획과 함께 연간 잉여현금흐름의 30~50%를 배당과 자사주 매입에 활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기존 정관상 대표이사로 제한된 이사회 의장을 이사회 결의를 통해 이사 중에 선출하는 방식으로 변경했다.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를 분리할 수 있어 이사회의 독립성을 강화할 수 있다. 현재 삼성전자의 이사회 의장은 권오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이 맡고 있지만 앞으로는 사외이사도 이사회 의장을 맡을 수 있게 된다.

주주 가치 보호를 위한 장치도 마련했다. 제3자에 대한 신주발행 한도를 100분의 30에서 100분의 20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로 축소하는 안을 정관에 포함시켰다. 아울러 한자 표기를 모두 한글로 변환하고 한자식 표현도 정비해 주주들이 정관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삼성전자가 정관을 변경한 것은 지난 2002년 2월 이후 14년 만이다.

11일 서초사옥 다목적홀에서 열린 삼성전자 정기주주총회에서 권오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이 주요 경영성과와 경영방침에 대해 주주들에게 소개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이날 정각 9시 시작한 주주총회는 오후 12시 22분이 되어서야 끝이 났다. 이사 선임과 이사 보수한도 승인 등 안건에 대해 일부 반대 주주들의 발언이 이어지면서다. 일반적으로 30분 안팎으로 속전속결 마무리되는 것이 일반적인 기업 주주총회 풍경과는 상반된다.

특히 일부 주주가 반대 의견을 굽히지 않으면서 표결을 요청하자 사외이사 선임(송광수, 박재완 후보)과 사내이사 선임(신종균 대표이사), 이사 보수한도 승인 등 일부 안건에 대해서는 이례적으로 표결을 진행하기도 했다.

3시간 22분 동안 진행된 주주총회 내내 이어진 주주들의 '쓴소리'도 이어졌지만 허투루 듣지는 않았다. 이사회 의장을 맡은 권오현 부회장은 주주들의 발언권 요청에 대부분 자유롭게 발언 기회를 줬고 일부 주주들의 연이은 발언권 요청도 무시하지 않았다.

주주들의 여러 소신 발언도 눈길을 끌었다. 한 주주가 주주발언을 통해 "지난해 갤럭시S6 판매가 늦어져 많은 손실을 봤다"면서 "스마트폰 케이스도 빠르게 결정을 못해서 아이폰 등 경쟁 제품에 많이 뒤지고 있다"고 지적하자 신종균 사장은 "오늘 1차 출시국에서 갤럭시S7과 갤럭시S7 엣지 판매를 시작하는데 예약판매 결과가 전작인 갤럭시S6 보다 좋다"면서 "지난 시간 실수가 있었지만 빠른 속도로 만회하고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답변하기도 했다.

또 다른 주주는 "삼성전자가 언제까지 스마트폰에만 매달릴 것인지 의문스럽다"면서 "순혈주의를 고집할 것이 아니라 해외 인재들도 흡수해서 좀 더 색다른 제품으로 돌파구를 찾아야 하지 않을까한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이사회 의장인 권오현 부회장은 "삼성전자는 글로벌 회사 답게 세계 각지에 많은 인력을 확보하고 있고 다양한 분야에 투자를 하고 있다"면서 "이러한 투자를 조기의 실적으로 연결지을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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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는 지난해 주주총회부터 사내이사진들이 앉는 단상도 기존 측면으로 배치하던 것에서 토크쇼처럼 주주들을 향해서 전진 배치해 주주친화적 모습으로 바꿨다. 또 주주총회 의장이 모두 발언을 하고 주주들의 의사진행 발언을 듣는 형식에서 각 사업부문 대표를 맡는 권오현 부회장과 윤부근 사장과 신종균 사장이 경영현황을 상세히 소개하고 올해 전망을 밝히고 있다. 발표 이후에는 주주들과 질의응답 시간도 가졌다.

이사회 의장을 맡은 권오현 부회장은 이날 모두발언을 통해 "임직원 모두가 어려운 경영환경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적극적인 변화와 혁신을 통해 생존경쟁력을 확보하고 퍼스트 무버(First mover)로 거듭나겠다”면서 "이를 위해 삼성전자는 효율성을 높여 내실을 다지고 적극적인 오픈 이노베이션(Open Innovation)과 각 부문의 시너지 창출을 통해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