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글로벌 각축전..."韓, 늦었지만 기회 있어"

"선진국 대비 2.6년 뒤져”...내달 종합계획 마련

방송/통신입력 :2016/03/09 18:31    수정: 2016/03/09 18:33

“우리나라 인공지능 기술은 선진국 대비 2.6년의 기술격차가 있다. 인공지능 산업은 선발주자의 기술력과 지식의 축적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가속화 돼 후발주자가 쉽게 따라잡기 어려운 구조다.”

구글의 인공지능 ‘알파고’와 국내 프로바둑 기사인 이세돌 9단의 대국이 뜨거운 관심사로 떠오른 가운데, 인공지능(지능정보기술)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 또한 높아지고 있다. 특히 국내 인공지능 기술의 현주소와 글로벌 기업과의 격차에 대한 관심도 증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인공지능 기술 수준이 선진국에 비해 상당부분 뒤쳐져 있을 뿐만 아니라, 단기적인 처방만으로는 기술 격차를 따라 잡기 힘들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반면 아직은 국내의 문화와 언어적 특성, 또 인공지능 분야에 있어 시장 지배 사업자가 없는 초기 단계인 만큼 아직 우리에게도 기회가 열려 있다는 낙관적인 시각도 제기되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는 내달 중 지능정보기술, 즉 인공지능 기술의 전략적 육성을 위한 세부 정책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우선, 민간 주도의 ‘지능정보기술연구소’ 설립 소식을 밝히고, 참여 기업과 투자 규모 등도 공개할 계획이다. 또 지능정보기술연구소가 인공지능기술 연구의 구심점이 될 수 있는 지원책도 설명할 방침이다.

인공지능 소프트웨어와 사랑에 빠지는 영화 '허'의 한 장면.

정부가 인공지능 기술 발전에 나선 이유는 글로벌 기업들이 인간능력에 버금가는 인공지능 기술을 미래의 성장동력으로 보고 앞 다퉈 투자 규모를 늘려가고 있기 때문이다.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 자료에 따르면 이미 글로벌 IT 기업을 중심으로 인공지능 연구개발 작업이 상당부문 진척을 이룬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구글은 오픈소스 기반의 인공지능 소프트웨어를 공개했으며, 머신러닝 기술을 적용한 구글 포토 서비스, 알파고 바둑 대국 등으로 미래시장인 인공지능 시장에 전략적으로 대처하고 있다. 이 중 알파고는 500회에 이르는 대국 토너먼트에서 한 번을 제외한 모든 경기에서 승리했으며, 오늘 이세돌 9단과의 대국에서도 승리를 장담하고 있다.

전세계 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주도하고 있는 페이스북은 자사 SNS에서 생성되는 대규모 데이터를 인공지능 기술 개발에 적극 활용할 예정이다. 페이스북은 머신러닝과 관련한 산하 기관만 10여개에 달하며, 소셜미디어에 축적한 문자, 사진, 비디오 등의 정보를 인공지능 기술 개선과 성능 향상에 사용할 계획이다.

애플은 아이폰에 음성인식 서비스인 ‘시리’를 탑재함으로써 개인비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딥러닝 기반의 이미지 인식 및 판독 기술을 보유한 퍼셉티오와 학습능력을 갖춘 음성인식 기술 스타트업 ‘보컬IQ' 인수를 통해 시리 기능 개선에 나서고 있다. 나아가 올 초에는 사람 표정으로 감정을 식별할 수 있는 인공지능 기술 업체 이모션트를 인수, 아이폰과 아이패드로 촬영한 인물표정 분석 등 인공지능 기술을 고도화할 예정이다.

IBM은 인공지능 슈퍼컴퓨터 ‘왓슨’을 통해 미래 인지 비즈니스를 주도한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IBM은 병원, 의과대학 뿐 아니라 애플, 존슨앤존슨, 메드트로닉 등의 기업과도 협력 체게를 유지하면서 헬스분석 전문업체, 일기예보 분석회사 인수를 통해 시너지를 확대하고 있다.

국내 업체들의 움직임도 분주하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9월 인공지능 스타트업 ‘비캐리어스’에 투자를 결정했다. 삼성벤처투자와 LG유플러스는 가정용 로봇회사 ‘지보’ 투자에 참여했다. 또한 SK텔레콤, 네이버, 카카오, 엔씨소프트 등은 음성인식, 게임, 번역서비스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화테크윈과 현대로템은 의료와 웨어러블 기기에 인공지능기술 접목을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인공지능 기술 수준은 선진국에 비해 뒤쳐진 수준이다.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는 약 2.6년 정도의 기술격차가 있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국내 ICT 기반 기술을 인공지능 기술에 접목해 세계 수준으로 끌어올리지 못하면, 한국은 영원히 인공지능 기술의 하청 국가로 전락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현실에 대한 정부의 평가는 냉정하다. 적지 않은 국내 기업들이 인공지능기술 개발과 서비스에 발을 담그고만 있을 뿐 해외처럼 적극 추진하는 경우가 드물다는 판단이다. 자율주행자동차나 의료, 헬스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이미 인공지능 기술이 활용되고 있음에도 국내는 이미 대응이 늦었다는 평가다. 특히 각종 규제에 가로막혀 기업들이 양질의 데이터를 모으고 활용하는 것에도 여러 제약이 따른다는 진단이다.

IBM 인공지능 슈퍼컴퓨터 왓슨.

그럼에도 우수한 ICT 인프라를 기반으로 시장 트렌드를 고려한 투자와 연구에 매진한다면 지금이라도 경쟁력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인터넷, 모바일 기기 보급률 등 세계적 수준에 도달한 ICT 인프라는 인공지능 기술의 원천인 빅데이터 수집-분석을 위한 유리한 환경이기 때문이다.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는 앞으로 시장 수요와 연구환경, 법제도 등을 유기적으로 연결해 활용도를 높일 수 있도록 산-학-연 공조체계를 구축하고 인재확보와 실질적 지원을 병행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이에 미래부는 인공지능기술 분야 육성을 위한 투자 전략과 대상, 규모 등을 세우고 이를 본격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자세한 내용은 내달 발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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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부 관계자는 “문화적, 언어적 차이 때문에 일단 국내 인공지능 시장에서만큼은 글로벌 기업보다 국내 기업들에게 기회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인공지능은 기술력보다는 시간과 투자의 노력이 더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낸다. 특화되고 새로운 서비스, 독창적인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 인공지능 관련 전문 인력들이 턱없이 모자라 해외에서 데려와야 되는 수준”이라면서 “기업과 국민들도 인공지능 시대가 굉장히 먼 일이라고 생각할 것이 아니라, 조만간 큰 변화를 가져올 기술로 보고 빠르게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