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병 SKB, 3200억 통큰 투자...1석3조 노려

방송/통신입력 :2016/03/08 16:13    수정: 2016/03/08 16:18

SK브로드밴드와 CJ헬로비전이 합병 이후 3천200억원 규모의 콘텐츠 펀드를 조성해 콘텐츠 제작에 '올인' 한다. 연간 3천200억원 규모는 국내에서 1년에 제작되는 전체 드라마 중 절반 가량을 제작할 수 있는 큰 액수로, 그동안 국내에서 발표된 콘텐츠 펀드 중 가장 큰 규모다.

SK브로드밴드는 KT-LG유플러스 등 경쟁사들은 물론 지상파 방송사들의 강한 견제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과감한 콘텐츠 투자계획으로 정면 돌파에 나선다는 구상이다.

합병 SK브로드밴드는 규모의 경제를 갖춘 플랫폼 기업이 탄생함으로써, 콘텐츠에 더 많은 투자가 진행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특히 기존과는 확연히 차별화되는 대규모의 콘텐츠 투자로 양질의 독점 콘텐트를 확보하고 지상파 3사와 콘텐츠 대가 협상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점할 것이란 평가다.

SK브로드밴드 이인찬 사장(오른쪽)과 윤석암 미디어사업부문장

3200억 콘텐츠 투자…국내 드라마 절반?

합병법인은 국내 콘텐츠 산업 활성화를 위해 1년간 총 3200억 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 운영한다. 이 중 2200억원은 드라마, 1인창작자(MCN) 등의 콘텐츠 제작에 투입하고 1000억원은 콘텐츠 분야와 관련있는 빅데이터, VR을 주전공으로 하는 스타트업 지원에 나선다.

3200억은 그간 국내에서 발표된 단일 콘텐츠펀드 중 가장 큰 규모다. 16부작 드라마 한편 제작하는데 64~80억 정도가 든다는 점을 감안하면 약 40~50편의 드라마를 제작할 수 있는 수준이다.

1년에 국내에서 생산되는 드라마는 지상파3사에서 60편, 종편과 CJE&M 계열 채널에서 40편, 총 100편 가량이다. 따라서 이번 펀드 규모는 국내 드라마 중 절반 가량을 제작할 수 있는 규모다.

■1석 3조 노린 대규모 콘텐츠 투자 계획

SK브로드밴드는 과감한 콘텐츠 투자계획을 발표하면서 크게 3가지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이인찬 SK브로드밴드 사장은 국내 유료방송 시장이 '소규모-파편화’돼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플랫폼 산업이 규모의 경제를 갖춰야 대규모의 콘텐츠 투자로 연결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SK브로드밴드와 CJ헬로비전이 합병해 적정한 가입자 규모를 갖춰야, 이를 기반으로 넷플릭스와 같이 공격적인 콘텐츠 투자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 사장은 현재 국내 유료방송 시장이 “규모의 경제가 형성되지 못해 콘텐츠와 플랫폼에 대한 투자가 미흡하고, 가입자 유치를 위한 저가 할인경쟁에 치우치고 있다”고 진단하고 “소규모, 파편화된 경쟁에서 벗어나서 규모 있는 사업자들 간의 경쟁 구조로 재편되면, 규모의 경제에 기반한 과감한 투자가 발생할 수 있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대규모 투자로 넷플릭스와 같이 오리지널 콘텐츠를 확보함으로써, 국내에서 경쟁 사업자들과 차별화를 꾀한다는 전략도 담겨 있다.

이인찬 사장은 “다양한 스토리텔링, 전편 사전제작, 전편 동시개봉 등 새로운 제작방식과 유통방식을 시도해 보려고 한다”며 “'한국의 하우스오브카드'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콘텐츠 저작권은 제작사가 갖기 때문에 합병법인이 독점 콘텐츠를 확보하려면 독점 계약에 대한 상당한 비용을 지불해야한다. 따라서 오리지널 시리즈 확보를 위해 전략적인 투자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 사장은 “주요 콘텐츠에 대해선 플랫폼 가입자 전체에 대한 취향을 분석해 우리 플랫폼에만 유통하는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콘텐츠 투자 효과를 높이기 위해 다른 플랫폼 사업자와 연계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품질 콘텐츠를 확보하면, 자연스럽게 지상파 3사와 콘텐츠 대가 협상에서도 유리한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콘텐츠 제작 능력이 높은 지상파 콘텐츠 제작에도 펀드 투자가 진행되지만, 대형 제작사에 직접 투자해 VOD 유통에 대한 권한을 확보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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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브로드밴드 윤석암 미디어사업부문장은 지상파 방송사와 콘텐츠 협상에 여려움을 겪고 있는 이유에 대해 "콘텐츠가 지나치게 저가로 유통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지상파와 플랫폼 사업자간 대결 구조 보다는 함께 상생할 수 있는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부문장은 “사용자가 만족해 지불의향을 높일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어내야 한다”며 "이같은 서비스 구조를 만들어 내는 게 우리 역할이라고 보고, 콘텐츠 사업자들과 같이 만들어 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