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 vs 알파고 "바둑일 뿐…오해하지 말자"

[김익현의 미디어 읽기] "인공지능 역습" 호들갑 금물

데스크 칼럼입력 :2016/03/08 15:49    수정: 2016/03/08 15:53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만약 이세돌이 진다면?”

이세돌 9단과 구글 인공지능 알파고 간 세기의 바둑대결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각종 예측이 나오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이세돌이 우세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하지만 의외로 팽팽한 승부가 이어질 것이란 예측도 만만치 않다. 완승을 자신하던 이세돌 9단도 “5대 0은 힘들 것 같다”고 한 발 물러섰다.

성급하긴 하지만, 가정을 한번 해보자. 만약 이세돌이 구글 알파고에게 패배한다면? 인공지능이 가장 복잡한 게임인 바둑 최강자마저 꺾는 상황이 온다면?

이세돌 9단(사진=한국기원)

이런 가정을 굉장히 불편하게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리오넬 메시가 뛰는 바르셀로나 FC 축구팀이 외계인들과 경기에서 패배하는 상황을 연상한다. 공상과학(SF) 영화에서 많이 보던 장면을 떠올리는 것이다.

과연 이렇게 보는 것이 올바른 상황 인식일까? 이세돌이 진다면 인간이 기계에게 패배한 것일까?

한양대 이상욱 교수는 경향신문에 기고한 칼럼에서 이런 시각을 경계했다. 이세돌이 상대하는 것은 기계만이 아니라는 것. 정확하게는 ‘기계+사람’의 연합팀과 시합을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알파고가 자신이 바둑이라는 인간의 게임에 참여하고 있다는 점을 의식하고 있다고 보기조차 어렵다”면서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본지에서 통찰력 있는 머신러닝 기사를 많이 써온 김우용 기자도 비슷한 생각이다. 역시 ‘이세돌이 지더라도 놀라지 말자’란 도발적인 제목의 기사에서 “알파고는 바둑이란 과제를 과거 어떤 컴퓨터보다 잘 풀고 있을 뿐이다”고 주장했다.

설사 이세돌이 지더라도, 그건 바둑이란 과제에 최적화된 프로그램의 위력을 확인하는 수준에 불과하다는 의미다. (관련기사 바로 가기)

외국 전문가들은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컴퓨터 체스게임 개척자이자 체스베이스(ChessBase)란 뉴스 사이트 창업자인 프레데릭 프리델은 가디언과 인터뷰에서 “알파고가 이기더라도 바둑계가 달라지는 건 아무 것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프리델은 아예 구체적인 비유까지 들었다. 알파고가 승리한다면 “우샤인 볼트보다 더 빨리 달릴 수 있는 자전거나 자동차를 만든 것과 비슷한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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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하면 이렇다. 구글 알파고는 특정 과제에 최적화된 인공지능이다. 알파고가 이긴다면 구글이 주어진 과제를 잘 풀어냈다는 의미다. 따라서 알파고를 만든 딥마인드의 행보엔 중요한 디딤돌이 될 것이다.

이번 승부는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김우용 기자 지적대로 “전지전능한 인공지능”은 없다. 최소한 지금은 그렇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