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내린 그랜저 독주...준대형 '춘추전국'

신형 K7 돌풍·임팔라 선전...SM6도 가세

카테크입력 :2016/03/04 10:31    수정: 2016/03/06 14:20

정기수 기자

국내 준대형 세단 시장에서 절대 강자로 군림해 오던 현대자동차 '그랜저'의 아성이 5년 만에 무너졌다. 그랜저를 누른 모델은 아이러니 하게도 형제 계열사인 기아자동차의 '신형 K7'이다.

지난해 한국GM '임팔라'의 국내 출시로 촉발된 국내 준대형 세단 시장의 혼전 양상이 신형 K7의 가세로 판도 자체가 뒤흔들리는 모양새다. 독주 체제가 이어지던 구도에 일대 변화가 감지되면서 각 업체들마다 신흥 강자들을 앞세워 시장 주도권을 잡기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

출시 전 사전계약 7천500대를 기록하며 예고됐던 신형 K7의 흥행 돌풍은 현실이 됐다. K7은 지난달 국내에서 전월 대비 358% 급증한 6천46대가 팔려 그랜저(3천876대)를 제치고 새롭게 왕좌에 올랐다. K7이 월간 판매량에서 그랜저를 넘어선 것은 2010년 12월 이후 5년 2개월 만에 처음이다.

기아차 '신형 K7'(사진=지디넷코리아)

기아차 입장에서는 실적으로만 놓고 보면 쾌재를 불러야 할 상황이지만, 한 지붕 두 가족인 맏형의 부진에 표정 관리를 해야 할 처지다. K7은 지난달 기아차 월간 베스트셀링카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기아차에서 준대형 차량이 판매 1위를 한 것은 최초다.

K7의 인기몰이는 쉽사리 식지 않을 전망이다. 출고 대기물량은 약 1만여대로, 지금 당장 계약해도 차를 건네받기까지 2개월여가 소요된다. 게다가 지난달 설 연휴로 영업일수가 평상시에 비해 부족했던 점을 감안하면 향후 K7의 판매는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그랜저의 노후화로 고객 수요가 대거 K7으로 옮겨간 것으로 보인다"면서 "신형 K7은 신차 효과에 최근 저유가와 개별소비세 인하로 인한 준대형세단 수요 증가 등의 호재가 맞물려 당분간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랜저 HG(사진=현대차)

현대차는 이르면 오는 11월께 그랜저의 풀체인지(완전변경) 모델을 선보일 계획이다. 그랜저의 지난달 판매량은 전월(5천41대) 대비 23% 감소한 수준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6천369대)보다는 39% 줄었다. 작년 월평균 판매량(7천265대) 대비로는 거의 반토막이 났다.

모델 노후화에다 신형 모델에 대한 대기 수요가 겹친 탓으로 풀이된다. 업계에서는 시장 상황을 감안해 현대차가 신형 그랜저의 조입 투입할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현대차는 최근 그랜저 탄생 30주년을 기념해 2.4가솔린, 3.0가솔린, 2.2디젤 모델에 8인치 스마트 내비게이션과 블루링크 2.0 등 선호 사양을 기본 적용한 '컬렉션' 트림을 선보였다. 지난해 선보인 쏘나타 30주년 모델은 3분 만에 완판된 바 있다. 현대차는 또 다음달 그랜저의 한정판 모델을 선보이고 다양한 30주년 기념 이벤트를 진행해 신형 모델 출시 전까지 판매량을 유지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신형 그랜저의 출시 이전까지는 K7의 판매량이 계속해서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그랜저가 준대형 세단에서 쌓아 온 입지를 감안하면 판매량이 차츰 적정 수준을 회복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쉐보레 임팔라(사진=한국GM)

유독 준대형 시장에서 부진을 면치 못하던 한국GM의 효자 모델로 급부상한 임팔라의 선전도 향후 시장 판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임팔라 역시 공식 출시 전 사전계약 물량이 4천여대를 돌파하며 초반 흥행이 거셌다. 지난해 9월부터 국내에 본격 판매를 시작한 임팔라는 올 2월까지 6개월간 총 9천719대를 판매했다. 월평균 1천600여대 수준이다. 전신인 GM대우와 한국GM을 통틀어 준대형 세단이 월간 판매량 1천대를 넘은 적은 없다.

단순히 수치상으로 확신할 수는 없지만 임팔라가 현재 판매 추이를 이어갈 경우 연간 최대 2만여대까지 판매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전 준대형 모델 알페온의 연간 판매량이 약 4~5천대에 불과했던 점을 감안하면 4배 이상 신장이 가능한 셈이다.

임팔라는 국산차 가격의 수입차 프리미엄은 물론 동급 수입차 대비 최저 보험료 등 인기 요인으로 출시 후 6개월이 지났지만 아직도 신차 효과가 지속될 정도로 수요가 꾸준하다. 이달 현재 대기물량도 아직 5천여대에 달한다.

한국GM 관계자는 "임팔라의 판매 추이는 당초 기대치를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다"며 "적체 물량이 해소되는 시점인 5월 이후 판매량 유지 여부로 임팔라의 시장 안착 여부를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팔라는 지난달 전월(1천551대) 대비 19.1% 감소한 1천255대를 판매해 2개월 연속 지켜온 시장 2위 자리를 그랜저에 넘겨줬다. 다만 지난달 신형 K7 등 경쟁차종이 출시되면서 신차 효과가 본격화된 점을 감안하면 선방한 것으로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올 1월 개소세 인하 종료와 지난달 영업일수 부족과 경쟁차종의 출시 등 악재가 겹친 가운데서도 임팔라는 1천대 이상 판매고를 꾸준히 기록했다"며 "경쟁 차종과의 차별성으로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 기본 수요가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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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삼성자동차의 'SM6'가 이달부터 본격 가세하는 점도 시장에 영향을 미칠 변수로 전망된다. SM6의 경우 차체는 중형차 수준이지만 고급 내장재 사용과 헤드업디스플레이, LED 헤드라이트 등 첨단 기술을 탑재해 준대형 차급의 타깃 고객과 겹치며 경쟁 상대로 지목되고 있다.

지난 1일부터 본격적으로 출고를 시작한 SM6는 지난달 한 달간 1만1천여대의 계약 대수를 기록했다. 르노삼성은 오는 5월까지 3개월간 총 2만대를 판매한다는 계획이다.

SM6(사진=르노삼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