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서 와이파이 써보니…“속 터지네”

국내보다 수십 배씩 느려…공공와이파이는 ‘먹통’

방송/통신입력 :2016/03/03 17:58

‘0.42Mbps’

지난달 25일 막을 내린 세계 최대 이동통신전시회로 불리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측정한 와이파이 속도다. 3G를 와이파이로 변환시켜 주는 에그(포켓 와이파이)를 이용했고 국내 속도측정 앱인 벤치비로 테스트를 했다.

유럽 지역의 통신 환경이 국내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열악하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이었지만, 바르셀로나가 세계 최대 이동통신전시회가 열리는 곳이라는 게 무색했다.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바르셀로나로 운행하는 고속열차. 여기서 측정한 와이파이 속도는 0.35Mbps에 불과했다

바르셀로나에 들어가기 전 스페인의 수도인 마드리드에서 측정해 본 무선인터넷 속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세 번의 측정 결과 평균값이 바르셀로나와 같은 ‘0.42Mbps’였다. 마드리드에서 바르셀로나로 이동하는 고속열차 안에서 측정한 속도는 이보다도 낮았다. 세 차례 측정한 평균 속도가 ‘0.35Mbps’였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측정한 와이파이 속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측정한 와이파이 속도

심지어 바르셀로나 공공장소에서 무료로 제공되는 와이파이는 접속조차 어려웠다. 기자의 휴대폰으로 수십 차례 접속을 시도하다 끝내 연결이 되질 않아 포기했고, 현지가이드의 휴대폰을 빌려 수차례 접속을 시도한 끝에 겨우 접속됐지만 이마저도 곧 접속이 끊어졌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일부 관광지에서서는 무료와이파이를 제공하고 있다

스페인의 현지가이드는 “스페인 정부에서 공공장소에 관광지를 중심으로 일부 지역에 무료 와이파이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지만 접속도 잘 되지 않고 너무 느린 속도 때문에 이용하는 사람들이 별로 없다”고 말했다.

2GB 용량의 영화를 1초 만에 다운로드 할 수 있는 5G 시대가 열렸다는 점을 굳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0.42Mbps란 속도는 일반적으로 이메일, 인터넷 서핑이나 쇼핑을 하기에도 버거운 수준의 속도였다.

그나마 인스턴트 메신저를 이용하는데 불편함이 없을 정도였지만, 이마저도 사진을 전송할 일이 생기면 ‘속 터지는’ 일이 다반사로 일어났다. 실제, 기자가 휴대폰으로 촬영한 해상도 높은 사진을 카카오톡으로 전송했더니 다음 날 전송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럼, 우리나라 와이파이 속도는 어느 정도일까. 스페인에서 돌아온 직후 국내 통신사들이 서비스하는 기가 와이파이, 일반 와이파이, 지하철 와이파이에 접속해 같은 벤치비 앱을 이용해 속도를 측정했다.

KT에서 서비스하는 기가 와이파이 속도
국내 일반 가정에서 유무선 공유기를 통해 이용하는 와이파이 속도

짐작은 했지만 결과는 놀랄만한 차이를 보였다. 기가 와이파이의 경우 세 차례 측정한 평균값이 무려 281Mbps를 기록했다. 일반적으로 집에서 유무선 공유기를 통해 이용하는 와이파이 속도는 평균값이 43Mbps였다. 스페인에서 이용한 와이파이보다 각각 669배, 102배 빠른 속도였다.

스페인에서 측정한 와이파이 속도가 3G를 와이파이로 변환해 사용했다는 점을 감안, 국내에서 가장 많은 이용자가 사용하고 있는 4G LTE를 테더링으로 연결해 속도를 측정해 봤다. 평균값은 12.14Mbps였다. 스페인과 비교해 28배 빠른 속도다.

LTE 테더링을 이용한 와이파이 속도

와이브로를 백홀로 이용해 이를 와이파이로 변환시켜 서비스를 하는 지하철 와이파이도 속도를 측정해보니 평균값이 1.64Mbps로 나타났다.

일반 이용자들이 너무 느린 속도 때문에 잘 이용하지 않는 지하철 와이파이조차 스페인에서보다 3.9배 빠른 속도를 기록했다. 최근 지하철에서 와이파이를 써 본 이용자라면 스페인의 무선인터넷 환경이 어떠한 지 짐작이 가능할 것이다.

지하철 1호선에 측정한 와이파이 속도

아직 많은 이용자가 사용하고 있지만 스페인에서도 4G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 오렌지사의 20유로에 데이터 2GB를 제공하는 유심칩을 구매해 속도를 측정해봤다. 4G는 빠른 속도를 기록했는데 평균값이 24.2Mbps를 나타냈다.

관련기사

스페인 오렌지사의 4G 속도 측정 결과
KT의 LTE 속도 측정 결과

이는 국내에서 기자의 휴대폰으로 측정해 본 4G LTE(KT) 서비스의 평균속도인 39.1Mbps보다 빠른 속도는 아니었지만, 앞선 3G나 와이파이 속도에 비해 훨씬 우수한 품질을 나타냈다. 다만, 2GB의 데이터가 20유로(약 2만6천원)라는 점에서 4G 서비스 요금이 저렴한 편은 아니다.

현지에서 만난 한 국내 관계자는 “국내에서는 음성, 문자를 무제한으로 이용하고 데이터 2GB를 제공하는 요금제가 3~4만원대라는 점을 감안하면 스페인의 데이터 요금이 저렴한 편은 아닌 것 같다”며 “더욱이 무선인터넷 속도 품질을 감안하면 더욱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