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vs FBI "만능키냐, 문앞 개냐"

美 하원 청문회서 '아이폰 백도어' 열띤 공방

홈&모바일입력 :2016/03/02 13:15    수정: 2016/03/02 14:16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애플과 미국 연방수사국(FBI)가 ‘아이폰 잠금 해제’ 문제를 놓고 미국 의회 청문회에서 날선 공방을 벌였다.

이 청문회에서 애플은 FBI가 '아이폰 만능키'를 요구하고 있다고 목청을 높였다. 반면 FBI는 아이폰으로 들어가는 문 앞에 지키고 있는 개를 치워달란 얘기라고 맞섰다.

씨넷, 더버지를 비롯한 주요 외신들에 따르면 미국 하원 사법위원회는 1일(현지 시각) ‘암호 외줄타기: 미국 안보와 프라이버시 균형 잡기’란 주제로 청문회를 실시했다.

최근 핫이슈로 떠오른 아이폰 잠금해제 문제를 다룬 이번 청문회는 이날 오후 1시부터 다섯 시간 동안 계속됐다. 이번 청문회에는 브루스 시웰 애플 법무담당 수석 부사장을 비롯해 제임스 코미 FBI 국장과 사이러스 밴스 뉴욕 지검 검사가 참석했다.

(사진=씨넷)

■ FBI 국장 "백도어 아냐…개만 치워주면 된다"

이번 청문회에서는 지난 해 12월 발생한 샌 버너디노 총기테러 용의가 갖고 있던 아이폰 잠금해제 작업을 애플이 도와주는 문제를 놓고 공방을 벌였다. 셰리 핌 캘리포니아 연방법원 행정 판사는 지난 달 16일 애플 측에 잠금해제를 우회할 별도 운영체제를 만들어주라는 명령을 내렸다.

첫 증인으로 출석한 제임스 코미 국장은 테러범 수사를 위해선 애플의 도움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코미 국장은 “암호의 논리는 가까운 장래에 모든 문서와 소유물들을 완전히 사적인 영역으로 가져단다는 데 있다고 믿는다”고 잘라 말했다. 이렇게 될 경우 수사는 사실상 불가능해진다는 게 코미의 논리였다.

그는 특히 “미국인들의 삶에서 영장으로부터 완전히 보호되는 지역이 있다는 게 어떤 의미인가”라면서 목청을 높였다.

미국 하원 청문회에 출석한 제임스 코미 FBI 국장 (사진=씨넷)

코미는 이날 증언에서 ‘아이폰 백도어’란 말을 강하게 부정했다.

씨넷에 따르면 코미 국장은 “(현장에서 압수한) 아이폰엔 이미 문이 존재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애플 측에 (문 앞에 있는) 개를 치워달라고 요구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개만 치워주면 자기네가 잠겨 있는 문을 딸 수 있다는 논리다.

하지만 코미 국장은 애플이 FBI 요구대로 새로운 운영체제를 만들 경우엔 다른 아이폰에도 사용될 수 있다는 점은 인정했다. 또 이번에 협조할 경우 선례가 될 수 있다는 점에도 동의했다.

그는 또 FBI가 샌 버너디노 총기 테러 현장에서 압수한 용의자 아이폰의 아이클라우드 암호를 지워버리는 실수를 범했다는 점도 인정했다. 하지만 그런 실수를 범하지 않았더라도 단말기에 백업되어 있는 모든 정보를 빼낼 순 없었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 애플 부사장 "마케팅 전략 비판은 사안 축소위한 것"

코미 증언에 대해 민주당 존 코니어스 의원이 가장 강력하게 비판했다. 더버지에 따르면 코니어스 의원은 “FBI는 연방 행정판사에게 암호처리된 제품에 특별 접속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면서 “그 권한은 이 위원회가 의회가 지금까지 제공하길 거부해왔던 것이다”고 주장했다.

코니어스 의원은 또 “정부 기관이 국가적인 비극을 이용해 법을 바꾸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고 목청을 높였다.

코미 국장에 이어 브루스 시웰 애플 부사장도 증언대에 올랐다. 시웰 부사장은 미리 준비한 증언문을 통해 애플이 최근 들어 암호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게 아니라고 강조했다.

미국 하원 청문회 증언 중인 브루스 시웰 애플 법무담당 부사장. (사진=씨넷)

씨넷 등에 따르면 시웰은 “애플은 갑자기 암호, 보안, 프라이버시가 중요하다는 인식을 하게 된 게 아니다”면서 “지난 2009년 페이스타임과 아이메시지 때부터 관심을 가져왔다”고 주장했다.

애플이 아이폰 잠금 장치 우회할 운영체제를 만들어달라는 요구를 거절한 뒤 제기된 ‘마케팅 전략’이란 비판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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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웰 부사장은 “우리는 수 억 명에 이르는 아이폰 이용자들의 사생활과 보안을 지키는 것이 옳은 일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이런 상황을 마케팅이나 PR 이슈라고 하는 건 심각한 대화를 해야만 하는 사안을 축소시키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또 “이번 사안은 샌 버너디노 수사 관련 부분이 아니다”면서 “우리에게 만들어달라고 하는 도구는 모든 아이폰에서 작동한다”고 강조했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